배 좀 그만 아프길
동네 이비인후과, 먼 동네 이비인후과, 온 동네 소아과 및 응급실을 찾아도 아이의 잦은 배앓이와 기침은 떨어질 날이 없었다. 미용실 원장님이, 자신의 할머니부터 자기 아들까지, 사대째 약을 지어먹는다는 한의원을 알려주었다. 그러나, 충청북도까지 가기는 힘들 거라고 했다.
밥 먹을 때마다 배 아프단 소리 안 하게 될 수 있다면... 달려가 봐야지. 60년 전에 개원하여 아흔이 넘은 어르신이 진맥을 보고 약을 지어주신다는데. 원장님이 말한 데로, 멀긴 멀었다. (밤에 출발하니 세 시간이 조금 덜 걸렸는데, 올 때는 평일 퇴근시간에 걸려 네 시간이 넘었다) 그래도 간 김에, 속리산 자락과 법주사를 보고 올 수 있어 좋았다.
아이 배앓이와 기침을 이유로 달려갔지만, 간 김에 식구가 모두 진맥을 보았다. 버거와 피자를 좋아하는 신랑에게 건강한 한국 식단에 조인해 줄 것을 요청해 왔으나, 검사 결과 혈관이 가장 건강한 인물은 신랑이었다. 몸 상태 좋아서, 약도 먹을 필요 없다고 했다. 좋은 일이긴 한데, 뭐지 이 억울한 느낌은. 신랑보다 더 잘 챙겨 먹었다고 생각했는데... 그 영양분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아이약은, 종이에 싼 약 한 첩을 집에 가서 달여 먹이라고 했다. 그 비용이 2만 5천 원이어서 사실 조금 놀라웠다. 항생제 먹이기 싫어(그동안 너무 많이 먹었음...) 동네 어린이 한의원을 방문했을 때, 일주일치 소화제와 감기약을 팔만원 가깝게 지불했기 때문이다. 대체 얼마나 값이 부풀려진 것일까. 약이 듣기나 했다면 아깝지나 않았을 텐데. 어쩌면, 그랬기에 왕복 근 일곱 시간이지만... 달려갔을 수도. (신랑이 다음번엔 항공편을 이용하자고 했다.)
"한 첩만 지어 먹여 봐요. 밥도 잘 먹고 좋아질 거요."
비나이다 비나이다.
어릴 때, 배앓이로 데굴데굴 구르던 기억이 있다. 버거만 먹어도 건강한 아비를 닮았으면 좋았겠지만, 할 수 없다. 지성으로 골골한 위장 감동 좀 시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