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lly bean 이야기

I know but...

by J Lee

런던은 중심부 Zone 1부터 시작해 외곽 쪽으로 멀어지면서 Zone 이 늘어난다. Zone 4 런던의 북쪽 지역에서 버스로만 출퇴근을 삼 년 정도 했다. 그러다, Zone 2 지역으로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던 첫날, 나름 중심부로 가까워졌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좁고 오래된 지하철, 무표정한 사람들 속에서 혼자 싱글벙글이었다. 그러나, 출근길이 그렇듯, 수많은 사람들로 꽉 들어찬 지옥철을 타고 매일매일 다니다 보니, 첫날의 설렘과 들뜬 마음은 점차 시들해졌다. 무미건조하게 반복되는 일상과 출퇴근 길 속에서, 나란 존재가 인파 속에 묻혀 사라져 버리는 느낌마저 들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붐비는 지하철 안에서, 너무나 즐거워 어쩔 줄 모르는 연인을 목격했다. 즐거움에 빛나는 표정에는, 보는 사람 입꼬리도 끌어올리는 힘이 있었다. 존재감 없이 인파에 묻혀 살다가,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 곁에 있을 때의 행복감을 어찌 말로 다할까. 순간, 색깔만 다를 뿐 비슷비슷한 모양과 크기로 가득 담겨 있는 젤리빈 병 속에, 유난히 크게 빛나 보이는 두 개의 젤리빈 이미지가 떠올랐다.


문제는, 연인이든 가족이든 그 사람들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일상에서 지내다 보면, 서로 다른 생각과 다른 성격으로 ‘알지만 그러나…’라는 마음에 상처를 주고받는다는 것이다. 만일, ’그러나’를 빼고 ‘안다’를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다면, 우리의 관계는 어떻게 변할 수 있을까. 성격이 정 반대인 신랑과 초반에 어지간히 긴 시간 좌충우돌하면서 느꼈던 감정을 바탕으로 적어 보았던 스토리다.


혹시, 전주에 내려가게 될 가능성에 대비해 그림책 글 뒤적이다 데려와 보았다.




I know but... 나도 알아, 그러나...


일러스트레이션: 젤리빈

주인공: 내성적인 노랑 젤리빈, 외향적인 빨강 젤리빈


노랑이와 빨강이는 둘도 없는 친구입니다. 노랑이는 빨강이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빨강이는 노랑이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맛있는 것은 늘 함께 나누어 먹고.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둘도 없는 친구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잘 놀다가도,


(그림: 풍선 가득한 방, 시끄러운 음악과 춤으로 어우러진 파티장면)


‘노랑아 너도 같이 놀자. ‘

빨강이는 노랑이의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오라고 하지만, 하루종일 일에 지친 노랑이는 빨강이를 밀어내고 문을 닫으며 말합니다.

‘놀고 싶은 네 맘 알아. 그러나 지금은 나만의 공간이 필요해.’


‘노랑아 내가 도와줄게.’

빨강이는 조심조심 카드 성을 쌓고 있는 노랑이를 도와주려고 카드를 더 올려 보았는데 카드성이 그만 무너져 버립니다. 실망한 노랑이는 울상이 되어 말합니다.

‘도와주고 싶은 네 맘 알아. 그러나 지금은 나만의 방법이 필요해.’


‘어흥! 깜짝 놀랐지?’

하루종일 카드성만 쌓고 있는 노랑이를 보다 못해 지친 빨강이는 소파 뒤에서 공룡 탈을 쓰고 나와 노랑이를 놀려줍니다. 그러나 깜짝 놀란 노랑이의 손이 흔들리며 높이 쌓아 올린 카드 성은 다시 또 와르르 무너져 버립니다. 그러자 노랑이가 조용히 말합니다.

‘장난치고 싶은 네 맘 알아. 그러나 지금은 나만의 시간이 필요해.’


노랑이와 놀고 싶은 빨강이는 실망이 커지면서 참고 참았던 화가 터져버립니다.

‘조용히 있고 싶은 네 맘 알아. 그러나 지금은 나도 함께 놀아줄 친구가 필요해.’

노랑이에게 밀려 방문 밖으로 나오면서 울상이 된 빨강이는 속으로 말해봅니다.


‘혼자 해보려는 네 맘 알아. 그러나 가끔은 네게 작은 도움이 되고 싶어.’

도움을 거절하며 울상 짓는 노랑이를 보며 빨강이는 속으로 말해봅니다.


‘싸우고 싶지 않은 네 맘 알아. 그러나 꾹 참고 있는 네가 답답해 참을 수가 없어.’

무너진 카드 성을 조용히 정리하는 뒷모습을 지켜보며 빨강이는 돌아섭니다.


‘이럴 바엔 차라리 나 혼자 노는 게 낫겠어!’


빨강이는 문을 박차고 밖으로 나가 거리를 활보하며 즐거워합니다. 화창한 날씨에 기분도 좋아지고 곳곳에는 구경할 것이 많아 마냥 신이 납니다. 맛있는 딸기 아이스크림을 먹으니 기분도 함께 달콤해집니다.


‘노랑이도 딸기 아이스크림 좋아하는데…’ 빨강이는 문득 노랑이 생각이 납니다.


길을 걷다 보니, 과녁 맞히기 게임이 한창입니다. 빨강이도 질세라 줄을 서서 게임을 합니다. 심호흡을 하고 집중을 해서 ‘하나, 둘, 셋’ 빨강이는 과녁을 정확하게 맞혀서 보던 이들이 환호를 해줍니다. 그러나 곧, 그들의 관심은 자신들의 친구로 향해 그들을 응원해 주며 함께 웃습니다.


‘노랑이가 있으면 더 재미있었을 텐데…’ 빨강이는 또 노랑이 생각이 납니다. 낯선 이들의 환호도, 상품으로 받은 인형도 갑자기 별로입니다.


광장 앞 분수대에 많은 이들이 모여 웅성거립니다. 무슨 일일까 빨강이도 까치발을 하고 들여다봅니다. 그곳에는 너무나 예쁘고 유명한 배우가 사인회를 하고 모두가 사진을 찍기에 정신이 없습니다. 빨강이는 수많은 이들 속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바깥쪽으로 밀려납니다. 유명한 배우를 직접 보게 되었는데도 이상하게 즐겁지가 않습니다. 점점 더 몰려드는 인파에 발을 밟히고 아파하며 빨강이는 군중 속을 빠져나옵니다. 그리고 문득, 노랑이가 그리워집니다.


‘치, 나빴어, 맨날 자기 하고 싶은 데로만 하고 말이야.’

빨강이는 애써 노랑이를 마음속에서 밀어내 봅니다.

이상하게도, 밀어낼수록 노랑이가 자꾸만 더 떠오릅니다.


그런데 말이야,

‘가끔은 말이지, 내가 제일 예쁘다고 해주는 네가 있을 때 기분이 더 좋아지고...’

‘그리고 또 가끔은 말이지, 내가 특별하다고 말해주는 네가 있을 때 어깨가 으쓱해지고...’

‘그리고 또 가끔은 말이야, 내가 잘하고 있다고 해주는 네가 있을 때 힘이 더 나는 거 같아.’


(갑자기 날씨가 흐려지고 비가 오면서 주변의 젤리빈들이 흩어져 가는 한가운데 비를 맞던 빨강이 머리 위로 우산이 가려진다. 우산에는 빨강이의 발랄한 모습들이 새겨져 있다)


‘가고 나니 알겠더라, 네가 옆에 있을 때 나는 비로소 살아 있는 거 같아.’


언제 왔는지 노랑이가 우산을 받쳐 들고 비를 가려줍니다.


‘네 맘속에 내가 있는 거 알아.

그런데 알다가도 자꾸 까먹게 되는 거 같아.’


둘은 우산을 함께 받쳐 들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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