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요.
기침이 약으로 해결되지 않아 입원을 하게 되었다.
네 번째 간호사님이 오셔서 다섯 번째 바늘을 찌를 때,
아들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나중에 한다고.
지금 못하겠다고.
첫 번째 분에서 두 번째 분으로 교체될 때,
첫 번째 분이 두 번째 분께 존대를 했다.
두 번째 분이 세 번째 분으로 교체될 때,
두 번째 분이 세 번째 분께 존대를 했다.
결국, 네 번째 분을 스카우트 요청 해야 했다.
가느다란 바늘이 들어가 핏줄을 찾느라,
이리저리 움직이며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고
아이는 자지러지며 부탁했다.
"이제 그만하세요."
간호사님들이, 아이들의 손에 주삿바늘 꽂는 심정을 글로 배워 알고는 있다.
그래서, 처음 두 분이 고군분투할 때, 가만히 있었다.
그러나.
한쪽 손에 세 번째 바늘을 넣으려 해서
손을 바꾸자고 한 것도 보호자였고,
피를 보고도, 혈관 찾는 시도를 멈추지 않아
쉬었다 가자고 한 것도 보호자였다.
차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이전에, 이틀 동안 배가 아파 늘어졌던 아이를 데리고 결국 응급실을 찾았었다.
수액 처방을 받았으나, 네 번 찔리고도 결국 혈관을 못 찾아서 돌아 나왔다.
수액을 처방한 의사양반은, 다시 와서 보지도 않았다.
하긴, 진료할 때부터, 양반다리 하시고 환자를 맞이하여,
어머니 보시기에 지금 아이가 어때 보이냐고 공동진료를 의뢰했으니...
다시 그 병원 갈 일이 없기만을 바랬다.
집 앞의 병원을 두고도 멀리 온 이유가 다 있었는데,
또 이렇게 되어 버렸다.
초음파 검사 결과, 바로 입원을 했어야 할 아이에게
약 처방만 하여 병을 키운 경우.
피검사, 초음파 검사, X-ray 모두 보고서도 원인을 모르겠다고 대학 병원으로 보내려고 한 경우. (결론은 장염)
변비라는 얘기인지 아니라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얘기를 듣고 진료실을 나선 경우.
55개월 차 아이와 병원을 수시로 드나들며 마주했던 몇 가지 경험들.
간호사님들은 아이 혈관이 엄청 얇다며,
어머니 죄송해요 를 반복했다.
아직까지... 사과하는 의사쌤은 못 만났어도,
같이 마음 아파하는 간호사님들은 많이 뵈었다.
(열심히 일하시는 의료계 분들의 노고에는 감사한 마음 전합니다.)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고된 일 묵묵히 하는 분들임을 안다.
수고하셨다 하고 주사실을 나왔지만,
아이 손에 붙은 밴드 개수를 보며,
착잡한 표정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오늘은 처음으로 유치원 참여 수업이 있던 날이었다.
엄마 아빠랑 푸드아트 한다며 이틀 전부터 신이 나 있던 녀석이었다.
푸드 아트 주제는 가족의 소망이었다.
아들의 소망은, "건강하고 싶어요'였다.
소망을 적어 깃발에 적어 꽂은 것이 불과 열두 시간 전이었다.
건강하자.
건강하자.
네 소망이 꼭 이루어질 거야.
그림 한 장이 병실 분위기를 바꿔 주었다.
그만하세요는 일본어로, 야메테구다사이라고 한다. 주사실을 떠올리면...잘 외워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