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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Lee Jun 11. 2023

예술로 승화된 '욱'

토닥토닥

인생은 타이밍이라더니.

클래식을 들으며, 도란도란 점토 놀이 하는 모습이 한 간호사 쌤한테 두 번이나 목격되었다.

한 시간씩 울며 떼쓰고 카드가 공중에 날아다니는 혼란의 도가니와는 정 반대되는 순간 덕분에,

아들이 참 얌전하다는 인상을 주게 되었다.


하긴, 아이는 어제 푹 잔 덕분인지 오늘 아침엔 기분이 좋았다.

아침 점심에 걸쳐, 점토놀이를 두 시간 정도 했으니 꽤 괜찮은 일요일 활동이었다.

한 손으로 안된다며 짜증 내던 어제와 달리,

책이나 남의 다리를 이용해 점토를 굴려 원하는 모양을 만들어 냈다.

빡빡한 점토 뚜껑 여는 걸 도와주겠다고, 링거 꽂은 손이며 발을 다 동원했다.


문제는,

조그맣게 만든, 레몬과 라임 같은 과일들이 도르르 굴러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진열을 원하는 골판지 상자판은 뒤뚱거려, 두세 번의 시도에 원하는 것을 얻기 힘든 상황이었다.


"으으으윽."


아들의 욱이 올라왔다. ‘앞뒤를 헤아림 없이 격한 마음이 불끈 일어나는 모양'처럼, 과일모양 점토를 움켜쥐었다. 색색이 동글동글하던 모양이 이뻤는데, 아들의 손아귀 자국에 모두 합체가 되고 말았다. 그런데, 그 모양과 색감이 나름 이뻐, 얼른 호들갑을 떨었다. (의식적인 노력의 한 예다.)


"어머어머, 이거 목걸이로 만들면 이쁘겠다."


순간 아들이 멈칫하며, 파괴 동작에 숨 고르기가 들어갔다. 보아하니, 나쁘지 않았나 보다. 쥐고 있던 주먹을 펼치자, 또 다른 합체물이 나왔다.


"오... 이것도 이쁜데. 이모도 하나 만들어 줄까?"


바닥에 여러 토막으로 흩어진 점토들이 그렇게 다시 모였다.


구멍을 뚫어 놓았으니, 굳으면 목걸이로 만들어 잘 쓸께.
어디론가 가는 구두같아 보여...아니라고 외면한 줄기에 싹을 그려주니, 곧 꽃이 필 것 같다. 그지?


괜찮아 괜찮아, 한 번에 되는 건 없어.

괜찮아 괜찮아, 다시 하면 돼.

괜찮아 괜찮아, 다른 방법이 또 있어.


아들에게 하는 말인지 내게 하는 말인지...

주문처럼 중얼거려 본다.




녀석이 두 돌이 될 즈음부터, 한 달에 육백에 달하는 월세를 내야 하는 고시원을 운영하다 대참패를 겪었다. 주말도 없이 출근을 하고, 알코올중독자의 소란이 새벽까지 이어지는 소동을 두 달 동안 겪다가, 결국은 입원까지 했었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기 시작했다. 고시원 사업으로 돈을 버는 사람도 많지만,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게 그런 운은 따르지 않는다. (코로나가 가장 심했던 시기에 사기당해 들어가, 코로나 제재가 풀려 방이 모자랄 시기 직전에 손해를 보고 매도하여 가슴 아픈 기억만 남아있다. I know... It was all my fault.)


아들의 욱함이, 유전적 환경적 영향에서 왔음을 안다. 그래서, 미안한 마음이 크다. 기회가 될 때마다 방향을 바꿔주고 보듬어 주려고 의식적으로 부단히 노력 중이다. 아들의 마음에 편안함과 느긋함이 스며들기를...


Love you 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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