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네
알아서 비슷한 사진들을 묶어 콜라주를 만들어 주는 폰기능 덕분에, 가끔, 기억이 새로운 사진을 발견하기도 한다. 사진을 찍어만 놓고, 다시 찾아보는 것은 잊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스마트폰의 배려가 때론 고맙다.
어린이집에서 이 년 정도 함께 놀았던 아들과 친구. 둘만의 모습만 담긴 사진들의 모음이 새삼스럽게 귀여워 친구 엄마에게도 보내주었다.
아들은, 사진 속 친구를 보고
"00이 오랜만이네."라고 했다.
4년 7개월의 아이가, 무심한 듯 지나가며 하는 말투가 영감님 같아 웃음이 났다.
유치원을 서로 다른 곳으로 가서, 이년 정도는 동네에서 오며 가며 마주쳤었다. 그나마 얼마 전, 멀리 이사를 가서 이제는 얼굴도 보기 힘들어졌다.
사진을 본 아들의 친구도,
"옛날에 00이랑 친했다"고 했다는 문자를 받았다.
옛날친구.
반올림해서, 60개월이라 쳐도 30개월 때 친구가 옛날친구로 불리게 되다니. 귀엽구나.
아들의 모든 과거는 '아까'로 표현되곤 했는데,
'00 이랑은 아까 놀았지'가 아니라, 오랜만에 사진으로 보는 친구로 시간 개념이 다양해졌다.
어느새, 어린이집 옛날친구 회상하는 다섯 살이 되었구나.
둘은 나란히 앉혀 놓으면 느낌이 비슷했다.
아파트 단지에서, 각자의 유치원에서 하원한 두 아이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상태에서 서로를 알아보았다. 걸음이 조금씩 빨라지는가 싶더니 제 몸만 한 가방을 멘 두 녀석이 반갑게 포옹하는 모습은 아직도 잊히질 않는다. 아들은 뒷모습이라 표정이 어땠는지 모르겠으나, 다가오는 친구의 표정은 점점 밝아지는 변화가 보는 이까지 설레게 만들었다. 아마, 아들도 웃고 있었으리라.
순수할 때 마음이 통해 만났던 학교 친구가 오래가듯, 어린이 집의 옛날 친구 기억도 오래가줄까 궁금하다.
<Amy & Louis> by Libby Gleeson and Freya Blackwood
두 친구가 서로를 부르는 특유의 소리가 마음을 찡하게 하는 책이다. 매일매일 놀던 친구가 먼 곳으로 이사를 간 후 그리워하는 마음 또한 애틋하다. 책을 클로즈업하여 만든 영상도 있으나, 전체적인 책을 보며 읽어주는 느낌이 좋아 골라 보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0At4K4fM6N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