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룸의 즐거움 by perseverance
네모를 열심히 그리고 있는 아이 옆에서, 신랑은 정육면체를 그렸다. 아이는, 입체적으로 보이는 네모의 조합이 마음에 들었는지, 저도 따라 그려보았다. 네모를 먼저 그리고 선을 그려보지만, 정육면체(cube)는 쉽사리 만들어지지 않았다. 첫 번째 종이가 찢어져 나갔다.
신랑은, 네모 두 개의 코너를 살짝 겹쳐 그린 뒤, 모서리를 잇고, 점선을 넣어 투명한 큐브가 완성되는 과정을 보여 주었다.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여 삶에 유용하게 쓰면 좋으련만... 속이 드러난 큐브는 싫다며... 투철한 장인정신으로 자신의 방법을 고수했다. 이렇게 저렇게 연결해 보지만, 네모는 점점 더 추상적으로 변하고, 입체적인 모양은 될 듯 말 듯 아이의 '욱'을 자극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이모가, 생크림에 오이, 양파 허브 딜(Dill)을 넣고 훈제 연어 샐러드를 처음으로 만드는 것을 관람하고, 점심상을 준비하느라 다들 분주했다. 그 와중에, 아이가 코 앞으로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제법 모양을 갖춘 직육면체가 단정한 모습으로 그려져 있었다. 아이가 웃고 있었다.
Hey! I admire your perseverance!!! Well done you!!!
짜증을 부리다, 그만두었는가 싶었는데... 제법 끈기를 갖고 4년 7개월 차 인생의 첫 큐브가 탄생했다.
<원하는> 그림을 그릴 수 없다며 뾰로통해진 소녀가 여기에도 있다. 아무것도 그리지 못한 빈 종이를 보고,
"Ah! A polar bear in a snow storm!"이라고 애써 포장해 주려는 선생님의 농담에도 주인공 Vashiti는 웃지 않았다.
선생님의 센스로, 어떻게 Vashiti의 점들이 성장해 가는지 보고 있으면 흐뭇해진다.
이 책이 더욱 마음에 드는 이유는,
작가가 아이의 'perseverance'에서만 끝내지 않았다는 점이다.
점이 선으로 이어지는 예쁜 장면이 기다리고 있다.
책의 끝부분을 꼭 시청해 보시길... Please.
노력한다고 모두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는 회의적 경험이 많아진 어른들... 그래서 타협, 전환, 끊어내기 등등 대안도 많고 생각도 많다. 필요한 과정이리라. 그래도, 단순한 어린 시절... 수시로 올라오는 '욱'을 다스리며, 시도를 계속해 본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점을 다시 찍어 시작한다는 것은 용기이고 몰입이다. 그렇게 이룬 것은, 크기와 상관없이 찰나의 행복을 선물한다. 자존감은, 그 행복을 먹고 자란다. 아이의 큐브도, Vashiti에게 시동을 걸어준 선생님의 응원도, 작가님의 책 <The Dot>도. 모두 사랑스럽다.
<The Dot> by Peter H. Reynolds.
https://www.youtube.com/watch?v=sicqBLrARAI
Vashti even made a dot by NOT painting a d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