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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Lee Jul 06. 2023

열정의 아이콘에게 묻다

코어 관리 좀 하는 언니

"윗몸일으키기 이 백번하고 코어 근육 강화 운동 위주로 하지."

"뭘 이백번을 한다고요?"

"^^; 하면, 이백개 더 하는데... 그냥 그 정도만 해."


누가 무엇을 하든, 나이를 굳이 물어 따진 적은 없다. 그래도 나보다 연상 오십대 중반의 아는 언니가 이 정도로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내 나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TV에서 소개되는 사람들보다, 아는 사람이 그렇게 하고 있다니 살아 숨 쉬는 자극이 바로 전달되었다.


화장품 회사를 운영하면서, 짬짬이 모델일과 강의도 한다. 이 외에도 하는 일은 다양하다. 문득, 시간 관리를 어떻게 하는지 물어봤더니 그냥 틈나는 대로 시간을 내서 한다고 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대단히 신출귀몰하다.


7:00 출근.

7:20 전화 영어 (매일)

7:30-8:00 묵상, 기도. 하루의 준비.


기본 베이스는 회사운영 + 구청 CEO 합창단, 성당 성가대, 모델 강의, 일주일에 한두 번 살사 춤 모임, 등산모임, 프리토킹 영어 스터디 그룹, CF 나 드라마 엑스트라 배우 촬영, 헬스, 구청 강연, 부동산 투자, 봉사활동 +++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 있어도 천리마보다 빨리 지나가는 시간 속에, 언니는 알뜰살뜰 자신의 즐거움을 채워 넣고 있었다. 오늘은, 직원들이 이런저런 사유로 다 못 나와서 화장품 박스 8천 개를 엘베없이 3층으로 이동해야 하는 물류작업을 하게 생겼다고 웃었다. 참 긍정적이다. 팔에 염증이 생겨 컵도 못 들겠다면서...


"그 에너지는 다 어디서 나와요?"

"타고난 거 같아.^^"

"여러 모임들에서 사람들 관계로 피곤해지는 일은 없나요?"

"피곤할 사람은 거리를 두지. 인생은 짧아."

"언니의 쿨한 자존감은 어디서 온 거 같아요?"

"부모님 사랑. 엄마 아빠가 엄청 이뻐해 줬거든. 뭘 하든 지지해 주고."


호기심도 많고, 배우는 거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 노래방에 한 번 같이 간 적이 있었는데 중국어, 일본어로 된 노래를 기가 막히게 불렀다. 중국어는, 바이어들 만나야 해서 기본만 하다가 지금은 쓸 일 없어 잊었고. 일본어는 예전에 노래가 좋아 시작했다가 역시 쓸 일이 없어서 지금은 다 잊어버렸다고는 하지만... 아무튼 재주꾼이다.


언니를 모르고 있었다면, 떠오르는 젊은 다빈치라 불리는, Waqas Ahmed 와카스 아메드가 쓴 <THE POLYMATH 폴리매스>는 조금 덜 현실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한계를 거부하는 다재다능함의 힘'의 부제를 달고 있던 책을 보다가... 작가가 궁금하기보단 언니가 먼저 떠올라 표지 사진을 보내 주었다. 얼핏, '한 우물만 파는 시대는 끝났다'라는 문구를 보면, 요즘 한참 화두가 되고 있는 '몰입'에 반하는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글을 쓰다보니, 언니가 몰두를 하는 것인가 몰입을 하는 것인가 그 차이가 알고 싶어 찾아보았다. 이웃작가 김도영 님에 따르면, "몰두는 문자 그대로 머리를 들이밀고 집중해서 그 속을 들여다보는 것이고. 몰입은 안으로 들어가 직접 그 대상이 되어 보는 수준에 이르는 것"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해리포터 연기를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해리포터였다고 말한 다니엘처럼. 그렇다면, 언니의 것은 몰입에 가깝다고 결론을 내렸다.)


언니를 보고 있으면, 무엇을 하든 그 순간 하나에 몰입한다. 함께 등산을 하다가, 일행 모두가 저 멀리 빨간 열매가 뭘까 궁금해 하는 사이 언니는 이미 그곳에 가서 열매와 하나가 되어 있다. 산을 탈 땐 온전한 산사람, 새로운 것을 보면 호기심 가득한 아이, 촬영을 할 땐, 아무리 비중이 작고 짧게 비춰지는 역할도 정말 열심히 한다. 살사 춤을 출 땐, 보지 않아도 혼자만의 살사 세계에 빠져 있을 것이다. 뇌보다 몸이 먼저 알아서 움직이는 타입이라 시행착오도 많다고는 하지만, 옆에 있으면 그 에너지가 좋다.


해보고 안되면 말지 라는 생각으로 살다보니, 도전하는 게 어렵지 않다는 언니. 그래도 하는 동안은 죽을 만큼 치열하게 해 보고 그만둘 생각을 한다. 여러 가지를 해도 만족도가 높은 결과치를 얻는 비결이기도 하다.


숨쉬기와 걷기 운동만 반복되는 일상에, 윗몸일으키기 이백은 커다란 자극제가 되었다.

주식도, 워렌 버핏을 모델 삼아 열심히 공부하고 시작하기보단, 옆 집 누군가가 간편한 앱으로 시작해서 재미가 쏠쏠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시작하지 않을까. (그러다 손절하고 상장폐지 경험하고 돈이 묶이는 헬을 경험하기도 하지만...) 아무튼, 먼 나라 와카스 아메드씨 보다는 이웃집 아는 언니 따라 운동 시작하는 것이 인생에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うんどうする. 운도오스루: 운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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