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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Lee Jul 08. 2023

맨손의 마법사들

위대한 삽질

Once there was just air and grass
and mud.
Now it has turned into a real house.


기본적 도구와 맨손으로 삼 개월에 걸쳐 만들었다고 하는 흙집과 수영장을 보았다. 카메라 꺼져 있을 땐, 장비를 쓴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인간의 힘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하긴, 기원전 6세기에 이미 바위를 깎아 암벽에 도시를 만들어 낸 이들도 있으니. 어쩌면, 나바테아 왕국에서 페트라를 만들어 낸 이들이 보면, 흙집과 수영장은 애들 장난일 수도 있겠다. (Petra. 페트라는 그리스어로 바위라는 뜻이다. 지금은 요르단의 고대 유적으로, 관광사업에 기여하고 있다. )


페트라를 직접 경험하지 못한 아들에게, 아직까진 맨손으로 흙집 짓는 아저씨들이 최고다. 며칠 전부터 모래로 집을 짓겠다고 작은 모종삽을 들고 돌아다닌다. 화분의 흙을 연신 파헤치다 강여사에게 한소리 듣고. 결국, 야외 잔디마당 옆에 마련되어 있는 아이들의 모래놀이 박스에 앉아 땅을 파기 시작했다. 요즘에는 놀이터가 모두 푹신한 재질로 덮여 있는데 그래도 이렇게 만지작 거릴 모래가 있어 반갑다.


삼 개월의 작업을 유튜브에 담으려니, 빨리 돌렸을 삽질. 아들은 그 속도대로 모종삽을 움직여 보려 애썼다. 쪼그리고 앉아 땅을 파고, 옆으로 쌓이는 흙은, 영상에서 보았던 그대로 두 손으로 잡아, 그어놓은 선 밖으로 뿌려냈다. 맹자의 어머니 급씨(伋氏)가 교육을 위해 세 번 이사했다는 그 마음, 충분히 이해가 간다.


열심히 삽질하는 옆에 토끼풀 두 개를 꺾어 놓아 주었더니, 다시 심어 준다며 작게 구멍을 판다. 숲 유치원을 보냈더니, 모종 심는 걸 배워서인지 손가락으로 능숙하게 홈을 깊게 내고 풀을 놓아 다독거린다. 멀쩡한 꽃을 꺾어다가 다시 심고는 나름 마음이 훈훈해졌는지 오랜만에 입술키스를 해주고 다시 삽질을 한다.


힘든 삽질을 계속해도, 영상에서 보았던 것처럼 침실과 수영장을 만들 일은 아득하게 느껴졌는지, 그냥 작은 구덩이에 들어가 흙놀이에 여념이 없다. 본인이 직접 삽질을 해보았으니, 아마 영상 속 맨손의 사나이들이 더 대단하게 보일 것 같다. 넘사벽이다 생각하고 이제 관심을 접던지. 어찌 되든, 흙의 날 토요일. 오랜만에 모래장난 흙장난 여한 없이 한 날이다.


토질이 달라, 땅을 파서 만드는 건 어렵겠지만, 벽돌을 만들어 짓는 방법도 있음을 아이에게 알려줘야 겠다.

 

<A House of Mud> by Sophie Masson, illustrated by Katrina Fisher

https://youtu.be/gfIg9Q-y-Qc


https://www.youtube.com/watch?v=KiLnbPux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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