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마무리는 붉은 하늘로
이촌역 국립중앙 박물관에 오면 기분이 좋아진다.
아이들은 로봇 따라다니거나 어린이 박물관에서 뛰어노는 것도 좋아하지만,
지나가는 눈으로도 볼 건 다 보았으리라.
그 긴 세월의 보물들을 한 번에 다 볼 건 또 무언가.
또 오면 되지.
그래도 수요일은 아홉 시까지 한다 하니 더 여유 있게 돌아보고 나왔다.
문을 나서니 한편엔 지고 있는 불덩이가 반대편엔 무지개가 떠 있는 상황이 하늘에 펼쳐지고 있었다.
사람들은 연신 감탄하며 셔터를 눌러대고 구름 사이로 퍼진 붉은빛 하늘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다.
점점 더 붉어지는 하늘빛에, 찍고 또 찍고.
신용목 시인은,
'누가 잡아만 준다면,
내 숨 통째 담보 잡혀 노을 만 평쯤 사두고 싶다'
했는데, 오늘 이촌 하늘의 무지개까지 뜬 하늘과 저녁노을을 보았다면 무어라 노래했을까.
노을을 보고 나니, 시가 절로 찾아진다.
노을
by 최윤경
나이를 먹는다는 건
나를 곱게 물들이는 일
세월과 함께 그윽하게 익어가는 일
동그마니 다듬어진 시간의 조약돌
뜨겁게 굴려보는 일
모지라진 꿈들 잉걸로 엮어
꽃씨 불씨 타오르도록
나를 온통 피우는 일
잉걸=불잉걸 : 불이 이글이글하게 핀 숯덩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