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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Lee Sep 07. 2023

인연의 타이밍

해열제로 열이 떨어지나 싶더니, 아이 몸이 다시 불덩이가 되었다. 이제 물 먹은 것까지도 게워내니 처방받은 약만으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 친구 M 엄마에게 전화해, 지난번 입원했다는 병원을 물어 찾아갔다. 지하철 두 정거 떨어진 거리로 멀지는 않지만, 그동안엔 이 쪽 방향으로 아이 병원을 다니지 않았다. 혹시 몰라 입원하라 하면 바로 병실에 들어갈 수 있도록 간단한 물건도 함께 챙겼다.


병원에선, 수액을 맞아보고 그래도 호전이 되지 않으면 입원을 하라고 했다. 수액을 맞다가 처음 보는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났다. 담당 의사 선생님이 퇴근한 후라, 다른 선생님으로 배정이 되었다. 친절히 설명을 하시니 열나는 것에만 집중해서 묻지 못했던 문제를 겸사해서 물었다. 보지도 않고 아이의 잠자는 패턴 및 여러 다른 병원에서 딱히 속 시원한 답을 듣지 못한 것도 차근히 설명 들을 수 있었다. 심지어, 깊은 잠에 들지 못하는 나의 수면 문제까지도 알아맞추더니, 아이약으로 처방된 것 중 000을 함께 먹어보면 좋아질 거라 했다.


아 왜 그동안, 여길 두고 멀리멀리 돌아 아이를 고생시켰는지 모를 일이다. 그렇다고 그동안 다녔던 병원에 사람이 없는가, 그것 또한 아닌데 말이다. 아무튼, 아이는 수액을 맞고 살아나 피자 반죽을 만들겠다고 밤 10시가 넘어도 밀가루를 가지고 놀고, 자동차를 다 갖다 달라고 침대에 누워 주문을 한다. 상전이 따로 없긴 한데, 그래도 사흘 만에 웃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처음부터 이 병원으로 왔어도 약만 먹고 차도가 있을지 없을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같은 병원에서도 다른 의사 선생님을 만났다면 얘기는 또 달라질 수도. 그저, 타이밍에 맞게 인연이 되어 기력을 회복하고 좋은 정보도 얻었으니, 감사할 일이다. 억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연이란 생각이 다시 한번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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