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팔 저울이 하나 있다.
쓰고자 하는 사건을 한쪽 끝에 놓는다면, 맞은편에는 무엇이 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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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자 함을 온전히 담아내는 단어.
선택한 단어가, 현상을 다 채워 표현하지 못하면 한쪽으로 기운다.
수평을 맞추기 위해 가장 적절한 단어를 찾아가는 과정,
이것이 퇴고의 목적이라고
오늘 배웠다.
<언어의 온도> 이기주 작가 역시,
글은 고칠수록 빛이 나는 법이라며,
Writing is re-writing이라고 했다.
쓰고 또 고치고
이렇게
대체할 수 없는 문장을 쓰기 위해 벼랑 끝가지 가보는 사람이 작가일 거라고.
"벼랑 끝이 아니면 근처까지라도 갔다가 자신만의 깨달음을 안고 돌아오는 사람이거나."
일물일어(一物一語)
한 가지 사물을 표현하는 가장 적확한 단어는 하나밖에 없다.
19세기 프랑스 사실주의 대표적 작가 플로베르의 주장이다.
미우리 시온의 <배를 엮다>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이시이 유야 감독의 '행복한 사전'.
출판사의 편집 주간은, 누군가와 연결되기를 바라며 광대한 (단어)의 바다를 건너려는 사람들에게 이 사전을 바친다고 했다.
단어의 바다는 끝없이 넓어요. 사전은 그 너른 바다에 떠 있는 한 척의 배입니다. 인간은 사전이라는 배로 바다를 건너고 자신의 마음을 적확히 표현해 줄 말을 찾습니다. 그것은 유일한 단어를 발견하는 기적입니다.
저울의 균형을 잘 맞추기 위해, 행복한 사전이 하나 필요할 듯하다.
머릿속의 단어가 세상 밖으로 나와도 균형을 잃지 않고 소통할 수 있도록.
무작정 쓰기만 할 땐, 내지르는 기분이었는데
퇴고를 배우니
조신하게 걸음걸이부터 다시 배우는 듯 섬세해진 느낌이다.
한글 어법, 맞춤법, 띄어쓰기, 조사의 쓰임 하나하나가 이토록 까다로운 줄도 새삼 배운다.
이러다 보니 한편으론, 아무것도 모르고 일단은 잔뜩 써놓기를 잘했다는 생각도 든다.
제대로 잘 써야 한다는 무게에 눌려
매일 발행은 엄두도 못 냈을 듯 하기에.
저울의 균형은
적확한 단어와 대체불가 문장을 찾는데도 필요하지만,
다음날 아침 버려버릴 글이라도
퇴고할 거리를 만들 때 역시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