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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Lee Nov 16. 2022

세 아이 엄마의 영어

첫아이와 둘째, 셋째가 모두 다르게

오랜만에 아는 동생과 점심을 했다. 동생의 큰아이는 초등 4학년, 둘째가 일곱 살. 내년이면 초등학교 입학이다. 그리고 막내는 이제 막 48개월을 지났다. 주변에서 영어로 대화를 하는 그룹의 아이들에게 자극을 받고, 둘째가 영어 하고 싶다고 해서 어제 어학원에 등록을 했다고 한다. 본인 역시, 아이들의 영어에 욕심이 생겨 막내는 영어 유치원까지 알아봤다고 했다. 큰 아이는 레벨 테스트를 했더니,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숙제 열심히 했던 덕인지, 현재 학년만큼의 레벨이 나왔다고 한다. 많이 봐주지 못했는데, 혼자서 잘 따라가고 있었다니. 대견하고 아이를 믿는 맘이 더 커졌다고 했다.


첫째 때는, 영어를 굳이 어려서 해야 하나 싶어 천천히 시작했다고 한다. 둘째는 영어를 하는 아이들과 운동 경기를 하는 환경 속에 놓인 이후, 생각의 변화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셋째에겐 일찍 해주고 싶은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내가 그때가 되어 스스로 깨어나기 전에는, 아무리 옆에서 말해도 소용이 없는 경우가 많다. 동생에게 이제 내 말이 들리기 시작하는 때가 온 것일까.


예전부터, 가정에서부터 영어 인식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MKYU 유튜브 대학을 운영하는 김미경 님은 긴 항로에서 방향이 1도만 변해도 목적지가 달라진다고 한다. 영어를 재미있고 스스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소망이라면, 구체적인 계획과 실행이 받쳐주어야 이루어진다. 항해사가 손끝으로라도 건드려, 물리적 힘이 가해진 1도의 변화가 항로의 최종 목적지를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의 영어 자립이 희망사항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부모님의 인식 변화가 우선이다.


가정에서의 인식 변화가 최우선인 이유


직업의 특성상, 유, 초등학교 학부모님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하고 있어서 특별히 집에서 해주는 것은 없다고 하시는 분들도 많다. 선행학습으로 아이를 지금부터 스트레스받게 하고 싶지 않다는 분들도 본다. 학년이 올라가면 학원을 보낼 거라는 분들, 한글 책 읽을 시간도 없어 영어는 일단 보류 중이라는 분들도 있다. 영어 학습과 관련해 시험에 걱정이 많으신 분들도 만나고 현 교육시스템에 불만이 많으신 분들 역시 많다. '학과목 영어'라는 프레임 속에 선택지가 그다지 많지 않아 보인다.


우리 아이들이 영어를 해야 하는 궁극적 이유는 단순히 시험 점수를 잘 받거나 대학 진학 입학을 목표로 하는 그 이상이다. 사교육에 일임한 채, 숙제하기만 급급해하는 영어과목이 아니었으면 하는 이유이다. 문장 분석만 하다가 영어에 대한 흥미를 잃고 영어가 점점 더 미궁으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세상은 급변하고 있는데 우리의 교육 방식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교육시스템이 변화하길 기다리기보다, 나를 바꾸는 것이 세상에 빨리 적응할 수 있는 길이다.  


많은 아이들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abc를 배우고 Hello 노래를 시작하면서 영어에 호불호가 생긴다. 영어가 싫어지면 초등학교 1-2학년을 흘려보낸다. 3학년이 되면 다시 학교 영어라도 어떻게든 따라가 보려는 마음으로 우왕좌왕하다가 영어의 흥미도, 방향성도 잃게 된다. 현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내 아이의 영어 자립을 위한 적극적인 관심이 더욱 필요하다.


가정에서 할 수 없는 상황이라서 학원을 선택했는데 가정에서 영어를 하라고 하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고등학교 선생님이자 세 딸의 엄마로 일인 다역을 하시는 분도 엄마표 영어로 방향을 잡으면서 방법이 생기는 것을 보았다. 학원이나 공부방을 가더라도 가정에서의 영어는 계속될 수 있다. 사교육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상황에 맞게 활용을 하면 된다. 집에서도 충분한 노출과 책 읽기를 꾸준히 병행한다면 영어 자립의 기회를 아이들에게 줄 수 있다.


“Insanity is doing the same thing
over and over and expecting different results”

아인슈타인은 똑같은 방식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가 만들어지길 바란다는 것은 온전한 정신이 아니라고 했다. 영어가 모국어처럼 자연스럽게 습득되기 위해서는 이전과는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우리 아이들의 영어가 이제 SANE 해지길 바란다.


가정에서 습득하는 영어가 미뤄지는 이유


예전에 “어릴 때 돈 들여 영어 가르칠 필요 전혀 없더라. 삼 학년 가면 다 똑같아지니까”라는 우스개 소리가 어머니들 사이에 떠돌았다. 첫째한테 돈 들여 보니 다 소용없어서 둘째는 놀고 싶을 때까지 놀게 하신다는 분들도 계셨다. 어릴 때부터 영어를 접해주면 자연스럽게 친해져서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 잘해야 하는 것이 이치에 맞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세상 이치를 비웃듯 부모님들의 경제적 투자와, 아이들의 시간 투자와 비례하지 않았다.


부모님들마다 교육철학은 다르다. 학제에 맞춰 3학년부터 시작하면 될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고, 유치원까지는 신나게 놀고 1학년이 되면 그때부터 책상에 앉아 영어공부를 계획하시는 분들도 보았다. 이것은 순전히 영어가 학습해야 할 ‘과목’으로만 인식되기 때문에 생겨나는 일이다. 대한민국에서의 영어는 점수가 중요시되는 과목으로 전락하였다. 영어를 언어로 받아들이고 즐겁게 배울 수 있는 경험이 적어진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때, 살아있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힘써 주셨던 분들도 중학생이 되면서 주변의 분위기에 맞춰 교육관을 내려놓으신 경우를 종종 보았다. 이 와중에 대한민국 아이들의 영어 습득을 말한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일 수 있다.


습득으로의 영어가 미뤄지는 또 하나의 이유는, 영어를 매일 해 주는 것의 중요성은 알지만 실천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영어책을 하루 읽었다고 혹은 읽지 않았다고 바로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다. 시간관리에서 자주 인용되는 사 사분면은 다음과 같이 나눠진다. 1. 중요하고 긴급한 일. 2. 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은 일. 3. 중요하진 않지만 긴급한 일. 4. 중요하지도 긴급하지도 않은 일. 일반적으로, 습득으로의 영어는 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은 사분면에 놓아두고 있다. 영어를 모국어 습득하듯이 하려면 매일의 노출과 반복이 필요하다. 눈을 뜨면서 잠들기 전까지 영어 이외에도 할 일이 많은 부모님과 아이들이다. 긴급하지 않은 일은 중요하더라도 하루 일과의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된다.


영어를 배우는 데 있어서 중요한 질문은 ‘언제’ 시작해야 하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지속적으로 실천할 수 있을까이다. 파닉스를 언제 시작해서 얼마 만에 끝을 낼 수 있는가가 아니라, 파닉스를 왜 해야 하고 어떻게 효과적으로 우리 아이가 책을 읽는 즐거움을 알게 해 줄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먼저이다. 문법을 언제 시작해서 학습서 몇 권 혹은 몇 번을 반복해서 마스터하고, 시험 점수를 대비하기보다, 이 난해한 문법이 왜 필요하고 어떻게 고급진 영어를 구사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까를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기나긴 여정을 완주해 낼 수 있다. 시점을 수능을 봐야 하는 시기로 본다면 늦었다고 생각할 수 있는 학년이 있다. 그러나 데드라인을 내가 평생 습득하면서 소통을 해야 하는 영어로 바꿔본다면 방법이 달라진다. 지금 바로, 내가 있는 곳에서 시작하면 되는 것이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영어를 언어로 받아들이고 소통하며 즐겁게 성장하길 소망한다. 이것이, 네 아들의 엄마, 세 아이의 엄마를 응원하고 코칭해 주겠다고 따라다니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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