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영어는 저절로 되나요?
Nope!
부뚜막의 소금도 집어넣어야 짜다고 했다. 공들이지 않고 얻어지는 것은 없다.
이중언어에 대해 보다 전문적으로 공부했던 분이, '한 부모 한 언어'라는 것을 알려 주었다. 아빠는 영어, 엄마는 한국어를 써서 아이가 이중언어를 습득하도록 나름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일이 많아진 아이 아빠는 이틀에 한 번 집에 오기도 하고, 아침에 삼십 분 정도 집에 '들러' 유치원 등원만 해주고 다시 일하러 갔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만나는 날이 많았다. 그나마 몇 마디 나누는 말도, 아빠는 '난데없이' 한국어를 연습하겠다고 서툰 한국말로 소통을 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난데없이 - 그는 그동안 한국 사람을 옆에 두고도, 듀오링고 앱으로 한국어를 마스터하고자 했던 인물이다.)
아빠 나라의 말이 엄마의 것과 다름을 아이는 안다. 그러나 (충분한 인풋 없이) 한국에서 아이가 저절로 영어로 소통하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언어가, 알파벳을 알고, 색깔과 숫자를 영어로 할 줄 안다고 해서 다가 아니지 않은가. 아들과 아빠의 대화는 짧아도 통역이 필요한 순간이 여러 번 있었다. 아이의 이중언어 '정책'은 삶의 우선순위와 상황에 맞게 변해야 했다. (근래에 들어, 한 부모 한 언어 전략은 실천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이중언어 학자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는 모양이다.)
아빠가 영국인이어서, (인풋을 충분히 주지 못했다 해도) 언어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무엇인가를 묻는다면. 아이가 '영어'를 소통하는 언어로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영상과 책으로 접하는 영어를 편하게 받아들인다. 한국에서, 우리 아이들 영어자립이 가정에서 이루어졌으면 하는 것도 이런 점 때문이다. 지겨운 공부나 학과목이 아니라, 언어로 받아들여 소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에서.
이중언어 발달과 관련하여, 쾰른 대학 교수이자 브런치에서 활동하시는 '문맹'님의 글을 인용해 본다.
"(연구에 따르면) 가장 이상적인 부모의 (이중) 언어 전략은 부모 중 한 사람이, 특히 아이와 더 잘 놀아주는 (시간의 양뿐만 아니라 아이와 더 질 높은 놀이 시간을 창출하는) 부모가 사회 통용 언어가 아닌 소수 언어를 사용할 때 자녀의 이중언어 발달이 가장 균형 있게 발전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상황에 적용해 보면, 아이와 퀄리티 높은 시간을 보내는 쪽이, 사회 통용 언어 한국말이 아닌 소수 언어(영어)를 사용할 때, 자녀의 이중 언어 발달이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물론, 한국에서 영어는 외국어이다. 그리고 부모님이 영어를 해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닐 경우가 더 많다. 그러나, 이십 년 엄마표 영어 역사로 보았을 때 절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아이가 영어를 언어로 인식하고, 엄마 아빠와 간단하더라도 소통으로 시작하여 영상과 책을 통해 확장할 수 있다면 분명 희망이 있다.
런던에 사는 터키나 이탈리아 친구들의 고민도, 아이들의 '모국어'와 영어의 관계였다. 집에서 부모 모두 터키어나 이탈리어를 들려주고 말을 해도 십 대가 넘어가면서 본인들이 편한 영어에만 치중하면서 터키어나 이탈리어의 깊이가 상대적으로 얕아진 듯해 아쉬움을 표했다. 영어만 잘하면 다 해결될 것 같지만, 이중언어를 하는 사람들에게도 나름의 고충은 있다.
언어는 부모가 터키사람이라고 해서, 이탈리아 사람이라고 해서, 아빠가 영국인이라고 해서 자동으로 얻어걸리는 게 아니다. 자신이 처한 환경과 상황에 맞게, 풀어나가야 하는 쉽지 않은 여정이다. 그래도, 아이가 소통할 언어에 대한 고민으로 에너지를 쏟는 것은, 기관에 의존하고 당장 편한 것보다 훨씬 가치 있는 일이라 믿는다.
아빠가 영국인이어도, 한국에서 아무런 노력 없이 아들의 영어가 자동으로 이루어지진 않는다. 그래서.
영어가 너무 대단하지 않았으면 한다. (아직까진) 영어로 인해 힘든 아이들이 너무 많다.
아들에게 stop it 이란 말을 했다고, 지나가는 아이에게 미국사람이냐는 질문도 받지 않았으면 한다.
그 시작이.
가정에서 언어로 시작하는 영어라고 믿는다.
(어릴 때 하는 영어가 모국어의 희생 위에서 되는 것이니 위험한 것이라고 한 어느 글귀를 보고... 어릴 때부터 영어를 하는 아들의 '모국어'를 떠올리며... 현재까지,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과, 정리되지 않은 이중언어에 대한 마음을 일단 적어보았다. 앎이 짧으니, 엄마 말과 아빠의 말이 서로 시너지 낼 수 있는 방향과 방법을 열심히 찾아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