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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Lee Jan 11. 2023

기대치의 끝판왕

실망했다니.. 놀랍네.

이스라엘 키부츠 자원봉사 기간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벌룬티어들은 비자 만료 전에 주변국가 이집트와 요르단을 여행하고 돌아와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곤 했다. 이집트를 먼저 여행하면서 체류하는 기간이 길다 보니, 상대적으로 요르단에 대한 정보와 준비가 미흡했다. 요르단에 가면 Petra페트라를 봐야 한다고 들었지만, 정확히 그게 무엇인지 잘 알지 못했다. 다행히, 중간에서 합류한 똘똘한 또래 여행객이 주도가 되어 Petra페트라를 함께 방문하기로 했다.


가는 길은 멀었다. 땡볕에서 사람들과 당나귀와 낙타가 뒤섞여 일으키는 모래먼지로 목은 칼칼했다. 앞서 계단을 오르는 이의 다리가 후들거렸던 것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무엇을 보러 가는지도 모르는 초행길은 울퉁불퉁 돌길에 고단하게만 느껴졌다. 그렇게 오래... 아무런 기대 없이 걸었다. 얼마를 갔을까…예고도 없이 펼쳐진 광경은 초현실적이었다. 어떻게 이런 '작품'을 여기에 만들었을까. 대단하다. 멋지다. 감동이다. 라며 흥분하는 옆에서, '생각보다 별로네'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함께 갔던 또래 여행객은 야무졌다. 여행정보나 여행을 다니면서 주의할 점도 훨씬 많이 잘 알고 있었다. 요르단에 오기 전 페트라에 대해 많은 걸 알아봤고, 그만큼 기대도 컸나 보다. 기대치란 다른 법이니까 실망할 수도 있지. 그런데 무엇이 더해져야 그녀가 만족할 수 있었을까. 그녀의 실망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파닉스의 음가를 배운 아이가 수업이 끝나도 책을 덮지 않았다. 더듬더듬 혼자 읽어보려 하며, 선생님과 했던 리듬도 얼추 따라 하려고 폼을 잡았다. 그때 옆에서 듣고 있던 어머니가 한 말 씀 하셨다.


"너는 발음이 그게 뭐니."


이제 알파벳을 배우고 음가 여섯 개를 배우기 시작한 아이다.

지어낸 얘기일 것 같지 않은가?

Sorry.... it is based on a true story.  실화다.


수업 후에 책을 덮지 않은 것만으로도 기특한 기대치가 있고,

수업을 받자마자 굴러가는 발음으로 책을 읽었으면 하는 기대치도 있을 수 있겠지...


아무리 그래도...

지금까지도...

그 높았던 기대치가 잊히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넘을 수 없는 기대치부터 앞세우면...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는 아이와 마주하게 된다.


하나를 넘어서는 재미부터 키워주자.

배움이 재미있는 아이로 키워주자.

그것이 하나 둘 쌓이면...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해낼 수 있는

대체불가 인재가 된다.

당신의 아이가.

우리의 아이들이.


책에 대한 기대치가 있을까?

이 책이 그 기대치를 충족시켜 줄 수 있을까?

https://www.youtube.com/watch?v=FMtc_QFIu9Q

내겐, 기대 이상이었다.


사진출처:y Travel 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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