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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Lee Jan 16. 2023

그래서 해석이 어떻게 되는데?

Lost in Translation

2003년에 개봉한 영화, 'Lost in Translation'.

어느새 이십 년 산 영화가 되었다.

그럼에도 잊히지 않는 몇 장면 중 하나.

 

주인공 Bob (Bill Murray)은 일본으로 위스키 광고 촬영을 왔다. 일본인 감독은 상당히 길고 디테일한, 예술 영화 수준의 그 무언가를 요구하는 듯 보였다. 그의 심오한 철학을 통역사는 간결하게 전달했다.

“He wants you to turn, look in Camera.”

그러자 주인공이 묻는다.

"That's all he said?"

“Yes.”



 

아이가 듣는 게 듣는 것인지 궁금할 때

(엄마의 듣기와 아이의 듣기)


영상을 보다가 아이가 웃으면, 어른들은 생각한다. 아이가 정말 알아듣고 웃는 것인지, 영상만 보고 웃는 것인지. 2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영상도 스크립트로 옮겨 놓으면 긴 페이지가 된다. 아이가 이것을 모두 이해하기는 어렵다. 영상과 함께 상황을 이해하고 들리는 것도 있고 흘리는 것도 있다. 그런데 아이들이 제대로 듣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지금 저 아이가 무슨 말을 했냐고 묻곤 한다. 이것은 본인의 궁금증 해소를 위해 아이에게 ‘번역’ 작업을 요구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영상을 통해 그 자체로 소통을 배울 수 있는 아이에게 불필요한 일이다. 아이와 함께 영상을 보고 즐기다가 잠깐 놓쳐 물어보는 느낌과 아이가 잘 듣고 있는지 아닌지를 확인하기 위해 물어보는 느낌을 아이들은 바로 안다. 후자는 아이들의 입을 닫게 만든다.  


성인이 되어 영어공부를 다시 할 때, 듣기 향상은 어려울 수도 있고 쉬울 수도 있는 영역이다. 이미 성인이 되어 닫혔던 귀를 다시 여는 작업 자체는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아이들보다 강한 의지로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꾸준히 노력하면 단기간에도 듣기는 할 수 있다.


성인들이 듣기 학습을 효과적으로 하려면 다음 세 가지를 고려하면 도움이 된다.

첫째, 아무리 들어도 들리지 않는다는 분들은, 혹시 듣고 있는 내용의 수준이 자신과 맞는지 체크해야 한다. 스크립트를 봐도 이해가 되지 않는 내용은 들어도 들리지 않는다. 이것은 단순히 듣기의 문제만은 아니다. 읽기 수준을 함께 향상시켜야 한다.

둘째, 읽기나 쓰기는 학습자 스스로가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그러나 듣기는 학습자가 상대의 속도에 맞추어야 한다. 듣기가 자연스럽게 체화되지 않은 성인 학습자들은, 듣기가 진행되는 동시에 머릿속에서 해석을 한다. 그 속도가 말하는 상대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당연히 듣기가 어려워진다.

셋째, 같은 한국말이더라도 사투리가 강한 소리에 노출이 되면 당황스럽고 소통이 어려워진다. 말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발음되고, 연음과 다양한 억양으로 들리는 것을 소화하는 것이 듣기이고, 소통의 기본이다. 익숙하지 않은 소리가 익숙해질 때까지 시간과 공을 들이면 이 부분은 해결이 된다.

듣기 능력이 모자라서 아무리 들어도 들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진짜 문제를 아직 해결 못한 것일 수 있다.


영어를 학습으로 시작한 중고등 학생이 듣기를 향상하고자 한다면, 위의 세 가지 내용을 참고해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BUT!

아직 영어를 학습으로 시작하기 전, 습득으로 노출된 아이들의 듣기는 성인의 듣기와 조금 다른 면이 있다. 소리의 민감성과 소통의 유연함이 탑재된 아이들의 귀와 뇌는, 들리는 데로 듣고 이해한다. 성인이, 한 문장을 듣고 ‘해석’을 하면서 속도를 따라가려 하는 것과 다르다. 그래서 영상을 보고 그 자체로 그냥 이해가 된 상태인 아이들에게 '번역'을 시키면 힘들어하는 이유이다. 분명 영상에서는 무언가 한참 상황이 벌어졌는데, 엄마가 물으면 아이는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 답이 없거나 짧지 않을까 싶다. 심지어 어깨만 으쓱이며 모른다고 할 때, 엄마 마음이...


Lost in Translation.


그 마음 이해는 간다해도.

소리자체에 익숙해지려는 아이들에게 레벨에 맞지 않는 ‘번역’ 단계를 무리하게 요구할 필요는 없다. 번역은 어른들도 쉽지 않은 작업이다.


언어유희의 대가인 Dr. Seuss의 책을 즐겁게 보는 분들도 있지만, 해석이 안되니 답답해하는 분들도 간혹 본 다. 뭔가 딱 와닿지 않는 이국 사람의 말장난. 그렇다고 해석을 해 놓으면... 이번엔 라임과 운율이 망가진... 그저... 말이 되지 않는 이상한 책이 되어 버린다.


그 나라에서 태어난 정서 그대로는 아니더라도, 언어를 언어로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주었으면 한다. 우리 아이들에게.


https://www.youtube.com/watch?v=ObSGxb1k9p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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