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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Lee Jan 31. 2023

내 아이의 GRIT 지수

높이고 싶으신 분

GRIT.

끈기. 근성. 집념. 끝을 보는 열정. 본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이뤄내는 힘.

Grit 지수: 실패나 (체력적) 한계를 경험하더라도, 다시 도전하는 끈기·열정·집념의 강도를 수치로 나타낸 것

<Grit, Angela Duckworth>


인스타그램 속 귀여운 아기들의 영상을 보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Grit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려니 두 명의 아기가 생각난다. (정확한 횟수를 세 보려고, 인스타에 들어갔다가 같은 영상을 찾지 못하고 시간만 도둑맞고 나왔다.)


첫 번째는, 돌도 채 되지 않았을 법한 아기가, 숟가락으로 과일을 먹는 아기 영상이었다. 통통한 팔을 굽혀 스푼을 입으로 가져가는 중간에 과일이 자꾸 떨어졌다. 아기는 스푼을 내리고, 과일을 올려 다시 숟가락질을 시도했다. 두서너번 떨어지면, 그냥 손으로 집어 먹으련만 아기는 스푼을 통해 제 입으로 들어갈 때까지... 최소 대여섯 번 이상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성공한 숟가락질! 대수로울 것 없다는 아기의 표정이 오히려 인상적이었다.


또 다른 아기는 양말 신기에 도전 중이었다. 한 짝은 이미 신고 있어 본인이 신은 것인지, 신겨 준 것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양말 신기가 마음대로 되지 않자 부아가 치민 아기는 반쯤 들어간 양말을 벗어 공중으로 날려버리고 멀쩡히 잘 신고 있던 다른 쪽 까지도 벗어 투척한 뒤 머리를 땅에 박고 '좌절' 했다. 기저귀 찬 엉덩이를 하늘로 뻗치고 속상해하는 아기를 보면서 아들내미의 비슷한 양말 사건이 생각나 한참 웃었다.


부모라면, 끈기 있게 노력하는 아이로 성장하는 데 관심이 많을 것이다. <Grit>의 저자 Angela Duckworth는 어떤 양육방식이 Grit을 기르는데 더 효과적인가에 대한 연구를 했다.

끊임없이 높은 기준을 요구받는 시련 속에서의 단련 vs 따뜻하게 감싸인 애정 어린 지지 속에서 양육

상반되는 양육 방식이다. 그러나, 핵심은 어느 한쪽의 방식이 옳거나 우세한 것이 아니었다. 시련 속 엄한 단련에도 충분한 사랑과 존중이 포함되어 있고, 애정 어린 지지 속에서도 엄격하고 지켜야 할 선을 지키는 훈육이 존재한다면, 두 방식 모두 Grit을 길러 낼 수 있다.  


양육에 관한 연구에서 발견된 중요한
결과 중의 하나는
부모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보다
자녀가 수용하는 메시지가 중요하다는 점이다.
<Earl S. Schaefer>

스타인버그의 연구에서, "성이나 민족, 사회 계층, 부모의 결혼 상태에 상관없이 다정하고 자녀를 존중하며 요구를 많이 하는 부모를 둔 청소년들이 학교 성적이 좋고 독립적이며 불안과 우울 증상이 적고 비해에 가담할 가능성도 낮았다." <Grit. p281>는 점을 발견했다.


*요구의 항목 예시 : 부모님은 내가 가족의 규칙을 반드시 따르기를 기대한다./부모님은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알려준다./부모님은 힘든 일이라 해도 내가 최선을 다하기를 기대한다.


가르친다고 다 배우는 것이 아니듯이, '아이를 위한 것'이라는 생각으로 한 일도 아이 입장에서는 다를 수 있다. 반듯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엄격했던 부모의 진심을 아이가 알아줄 때, 엄격함의 진가가 발휘될 것이다. 자유롭게 의사를 존중하며 원하는 것을 다 들어주는 것 같지만, 지켜야 할 선이 있음을 아이가 알 때, 응석받이의 방종과 구별할 수 있는 양육이 될 것이다. 다만, 현실에서 부모도 부모가 처음이다 보니, 어디까지가 단련인지 어디까지가 무리한 요구가 될는지... 내심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함정이긴 하다.


숟가락질을 끈기 있게 시도했던 아기와 양말을 신다가 제 성을 못 이겨 투척해 버린 아기의 끈기와 성공 가능성을 미리부터 결론 내릴 필요는 없다. 아이의 Grit 지수는 부모의 양육방식도 영향을 미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부모 자신의 삶 자체이다. 아이들이 가진 가능성을 아낌없이 펼치도록 해주고 싶다면, 부모가 먼저 그런 모습을 보여 주며 된다고. 연구 결과가 말해주고 있다.


작가 알렉스는,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완성을 시켜야 작가지, 그렇지 못했다면 작가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의 기준대로라면, 아직 자판을 두드리며 끼적이기만을 하고 있는 일인이 여기에도 한 명 있다. 심지어 머릿속으로만 쓰다가 말아버린 이야기도 수두룩하다. 어린 아들의 Grit 지수를 위해, 이야기를 완성해 내는 엄마가 되고자 한다. 누구의 Grit 지수이든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변할 수 있다고 한다. 타고난 것이 아니라니 얼마나 다행스럽던지.


내 아이의 Grit 지수를 높여주고 싶다면, 거창하지 않아도 좋다. 접어 두었던 꿈과 목표를 다시 소환해 와야 할 듯싶다. 엄마 아빠의 가슴이 뛸 때, 아이의 눈빛도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Do it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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