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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Lee Jan 27. 2023

단 오분 만이라도...

평화롭고 싶을 때

아이가 유치원을 가지 않았다.

주중의 루틴이 정지되고, 일단 아이를 중심으로 시계추를 돌린다.

토요일이 두배로 길어진 느낌이다.


할인마트 전단지가 반갑다.

가위질이 시작된 아이가, 사냥감을 찾고 있었다.

전단지에 박힌 음식 사진들을 오려내,

집으로 만들어 놓은 박스에 붙여 장식을 한다.


아이는 혼자 놀다가도

곧잘 호출을 하거나,

엄마가 하는 일에 끼어들고 싶어 한다.

일의 흐름은 끊어지고 이어지고.

하루가 그렇게 갈 때가 있다.


아이는 낮잠도 자지 않고,

한시도 쉬지 않고 바스락 거린다.

그래도 더 크기 전에,

상상놀이 속에 빠져 인형들하고 나누는 소리를

더 많이 듣고 싶긴 하다.

어릴 적 사진을 돌려 보면,

어느새 이렇게 자란 건지.


뭣이든, 스스로 다 해보려고 애쓰는

열두 살 아이가,

'여기까지 오는 데 십 이년이나 걸렸네'라고 했다.  

시간이 느리게 가던 때도 있긴 있었지.


새 달력.

달마다 풀을 묻혀 1월 이후 5월로 넘어가게 만들어 놓았다.

가뜩이나 빨리 가는 시간인데. 굳이.

식용색소에 범벅이 되어 손바닥 도장을 찍어 놓고는,

'이뻐, 안 이뻐?'를 묻는다.

본인이 요리를 하겠다고 거실부터 부엌까지 의자를 끌고 왔다.

자기 손가락은 알아서 지킬 만큼 컸나 보다.

칼날을 잘 피해 가며 버섯을 자른다.

 

이럴 때 읽는 육아 공감 그림책이 있다.

책을 펴자마자,

엄마는, 엄마 코끼리 마음이 되고,

아이는 삼 남매의 일상으로 빠져들게 된다.

책을 읽다 보면,

아이가 어느 순간부터 엄마 코끼리의 입장을 바라보고 있다.

'엄마 힘들겠다'라고 한다.


우리도 얘기 좀 해볼까.

오늘 쓰나미가 장난감 방 뒤엎은 게 몇 번이었지?


https://www.youtube.com/watch?v=v95-HRtQ52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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