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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드리셋 Jul 24. 2021

어느 주부의 식기세척기 두 달 찐!사용기

게을러 보이네 어쩌네 하더니 그릇 넣는 것도 귀찮아서 허덕이는 중

                                                            

전에 올린 글 '특별대담, 당신은 식세기를 사용하십니까?'에 이어, '식세기 두 달 사용 찐 후기'를 간략하게 남겨보려 한다. 나처럼 식세기를 살까 말까 갈팡질팡 고민하는 사람들에겐 약간의 도움이 될 수도 있다.(아닌가 고민만 더 늘리는 격인가!!!)



당신은 식세기를 사용하십니까?





                                                                                                                                                                                                                                                                                          사실 나의 경우는, 저 많은 설거지를 안 해도 된다니! 에서 오는 기쁨 자체보다는, 저 많은 설거지거리가 나와도 상관없는 요리 시간과 상차림 시간! 이거에서 얻는 기쁨이 더 크다.(그렇다고 엄청난 요리나 플레이팅을 하는 것은 아님...) 설거지거리 나오는 거 싫어서 요리하기 싫고, 설거지거리 나오는 거 싫어서 애들 간식 차려주기 싫은 사람 나야 나...(과자 하나도 세 접시 세 개 나줘야 하는 거 정말 극혐)


특히 조리과정에서 마요네즈나 기름을 잔뜩 써야 할 때. 그리고 고기나 생선을 먹을 때. 요리하면서 이미 설거지하기 싫다는 생각이 들어버리는데 식세기를 사고 그런 게 많이 없어졌다. 어떻게 하면 그릇 하나라도 덜 쓸까, 조리도구 덜 꺼낼까,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작은 그릇을 쓸까 고민했던 날들 이제 끝이다!(그치만 여전히 애들이 물 한 모금 먹고 새 컵 꺼내는 건 짱 싫음)


그러나 건조기도 옷이 야금야금 줄어드는 단점이 있는 것처럼 식세기에서도 아주 야금스러운 단점이 느껴지기 시작하는데...


1. 허리통증

그릇을 넣고 나면 허리가 아프다(특히 맨 아래층). 허리가 건강한 사람이라면 못 느낄 수도 있다. 나는 원체 안 좋았어서 굽혔다 폈다를 자주 하면 아프니까. 한창 초반에 쓸 때 제일 많이 아팠고 두 달째인 지금은 또 좀 나은데 이것도 그새 노하우가 생겨서 그런 건가?


2. 약간의 찝찝함

이것도 지금보단 초반에 더욱 그랬다. 세척 다 된 식기에 가끔 하얀 얼룩이 얼룩덜룩 묻어있는데 이게 잔여세제 때문인지, 연수용 소금이랑 린스를 안 넣었기 때문인지 알 수가 없는 거다(지금도 소금이랑 린스는 굳이 넣지 않는다). 그리고 손으로 일일이 만져봤을 때 약간의 미끈거림을 느낀 적이 있었다(기름기는 아니고). 여기저기 검색해봤더니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있었고, 모두 세제의 종류나 사용량을 조금씩 바꿔가며 최적의 상태를 찾고 있는 것 같았다.(그래서 나도 자연퐁 고체 세제를 절반으로 잘라 쓰기로 함. 하나 다 넣는 것도 많은 것 같다.)


3. 눌어붙은 것

식세기는 기름기엔 강하고 눌어붙어 떡진 것에는 약한 것 같다. 그러니까 어쨌든 밥 먹고 개수대에서 충분히 불려야 한다(불림기능이 있기는 하지만). 특히 계란 눌은 거(뒤집개든 숟가락이든 이것들도 잘 불려야 함), 미숫가루 탔던 물병 같은 애벌 설거지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잘 안 씻긴다. 말라붙은 밥풀도. 뭐 상관없다. 까짓 거 팅팅 불려서 넣거나 간단히 내손으로 애벌 처리할 용의 얼마든지 있음....


4. 개수대와의 거리

원래 가스렌지 밑에 딱 설치할 예정이었는데 남편 왈, 왼쪽 장을 반절 더 빼고 조금이라도 개수대 쪽으로 당기자고. 좋아좋아 그렇게 해주세요 했더니 설치비 5만원이 더 들었다. 결론은 5만원 아깝지 않다는 거고, 개수대와 식세기는 가능한 착붙!!이 맞겠구나 싶다. 그릇 넣을 때 물 질질 떨어지는 거 정도 차피 바닥에 걸레 깔고 감수하려고 했었지만. 그래도 가까워서 나쁠 건 없. 30센티 무시 못한다. 몸이 훨씬 편할 수 있다


5. 물비린내

요즘 좀 덜 나는데 아무래도 사용법이 달려져서인 것 같다. 처음엔 고온건조를 안 해서 나는 건가 싶어 매번 고온건조를 한 적도 있었(주의: 고온건조를 한다고 물기가 싹 사라지는 것은 아님) 그건 아니었다. 헹굼이 덜 돼서 나는 건지(어쨌든 안심헹굼은 매번 필수로 하기로), 세척된 그릇을 식세기에 너무 오래 둬서 그런 건지(식기 건조대 겸용인가...) 계속 의심하다가, 이젠 고온건조는 거의 안 하고 완료알람이 울리면 문을 확 열어 1층 2층 3층을 널찍이 빼놓는다. 돌려놓고 집을 비우거나 잠들 땐 그냥 쪼끔 열리는 자동열림 상태로 몇 시간 유지하는 수밖에 없는데 냄새가 막 나진 않는다. 어느 정도 마르면 제자리로 치워준다(치우는 김에 잘 씻겼나 검토 필수).


6. 넣지 말라는 것들

이건 사용자의 성격 나름일 듯한데... 넣지 말라는 게 많다. 나무로 된 거, 코팅팬, 뚝배기, 도자기, 플라스틱, 칼.... 아 저기요 그럼 식세기 왜 사는데요ㅠㅠㅠㅠ 나는 그렇게는 못 지킬 성격이라 그냥 다 넣는 편이다. 아, 도자기류, 너무 얇은 유리컵은 아직 안 넣어봤다. 깨질까 봐 무서워.(쫄보) 코팅팬 코팅냄비 열심히 넣는데 아직까진 까지않은 거 같고. 플라스틱은 우리집 식기의 절반이라 그냥 다 넣는다(계속 넣다보면 슬슬 금이 갈 거라는 예언이 나돎. 그래도 아직은 스팀 두 번 쐬고도 살아남아있다). 베스킨 숟가락이나 본죽 통을 모아뒀다가 가끔 쓰는데 그런 건 안 넣는다. 오그라들 것만 같아...                                                  




                                                                                                                                                                                                                                                                                                                                                                                                                                                                                                                                                                        


장점보다 애매한 단점과 걱정거리를 더 많이 썼지만 사실 저런 문제들 다 상관없을 정도로 나는 이미 식세기의 노예가 되었다. 식세기에 싹 다 넣고 시작 누르고 문 닫았을 때의 그 쾌감, 완료 알람 울리고 문 열면 기름기 하나 없이 말갛게 씻겨진 그릇과 뜨거운 증기가 나를 맞이하는 그 기분 이제 못 잃어...


당연한 얘기지만 시간과 노동이 100 줄어드는 것 아니다. 절반 정도로 줄어든다는 게 맞겠다(게으른 사람이 되는 것 같다는 걱정은 부질없었던 걸로). 식세기가 식탁 치우기, 싱크대 주변 정리, 개수대 청소, 음쓰 모으기, 식세기 안에 있는 그릇 옮기기까지 해주는 건 아니니까. 애벌도, 말이 물에 쓱 헹군다지 어떨 땐 수세미를 써줘야 할 때도 있고.


그래서!! 그렇게 애벌을 할 바에야 그냥 한 끼 먹을 때마다 후다닥 치우고 말지!! 하는 사람들에겐 그다지 필요 없는 기계 아닐까 싶다. 식세기에 그릇  잔뜩 넣고 쾌감을 느끼기 전에 이미 개수대에 잔뜩 쌓여가는 설거지거리 보면서 병날 것 같은 사람들 말이다. 식세기랑 안 맞는다. 이번에 남편 입원 때문에 엄마가 우리집에 오셨는데 진짜 계에에속 설거지한다고 부엌에 서계셨음...... 엄마 모아놔 내가 병원 갔다와서 저녁에 싹 넣어서 처리할게 했지만 우리 엄마 그때까지 못 기다림!!!!(아니 엄마 왜 때문에??)

아무튼 나는 식세기랑 잘 맞는 사람이니 앞으로 어떻게 하면 애벌을 빠르게 잘할까, 어떻게 하면 허리를 덜 숙이고 그릇을 넣을까, 어떻게 하면 테트리스를 잘했다고 소문이 날까 고민하며 하루 한 번 식세기에 기대야겠다.         

                                       



식당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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