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의 <황야의 이리>를 읽다가 들었던 생각
P61, 62 (민음사)
이리의 본성과 인간의 본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황야의 이리'의 갈등.
소세키
자신에게 있는 두 가지 측면, 인간의 본성과 고양이의 본성 둘 사이에서 갈등하며 양쪽이 서로를 비판하고 조롱하고 공격하다가…
처음에는 고양이의 본성이 더 강해, 그 마음으로 인간 세상을 풍자하고 비판했는데.
점점 고양이도 인간화되어 가며
결국 죽음에 이르는 결말은
고양이의 본성은 마침내 죽어버리고,
인간 사회에 좀 더 편승해서 살아가고 있는 소세키 자신의 모습에 대한 설정이 아니었을지.
실제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가 유명세를 타면서
세상에 등을 돌리고 은둔자처럼 지내던 소세키는
차츰, 세상과 친하게 지내며
'고양이'의 본성을 마.침.내. 죽일 수밖에 없게 되지 않았을까.
그렇게 본인 자신도 변화되어가고 있음을
고양이의 죽음으로
자신의 또 다른 분신의 자살을 택한 것 아닐까.
바이올린을 사랑하는 간게쓰는.
문명과 결혼하지 않는 소세키의 마지막 자존심이었을까.
간게쓰는 바이올린의 '소리', 천상으로부터 오는 그 소리를 듣기 위해
산에 오르지만,
거기에서 들려온 소리는
'비명' 소리였고…
그 '비명' 소리는… 순수함에 도달하고자 하지만 결국,
불가능하고 이룰 수 없는 간게쓰의 동경에 대한 대답이고…
실제로 간게쓰가 들어서 심연에 빠져 죽을 뻔했던 그 소리는
가네코의 목소리, 세상으로부터의 유혹이 아니었을까.
간게쓰는 유리알을 갈며 도를 닦다가.
결국 그 유혹을 물리칠 수 있는 힘을 기른 것, 나름대로의 수행을 한 것 아니었을까.
고양이를 삶아 먹겠다고 했던, 바로 그 자가 가지고 온 술에 취하여
결국 고양이도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설정은…
또 다른 결혼, 결합… 자신의 또 다른 분신이 세상과 타협하는 결혼, 그것을 축하하는 술에 취하여 그렇게 되는… 자신의 고양이였던 마지막 분신, 그 모습마저 죽여버리고, 이 세상에서 무사 태평한 것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지만 어딘가에서 슬픈 소리가 나는 그런 모습으로 살아가게 될 미래를
보여준 것 아닐까.
메이테이, 간게쓰들 모두…
소세키의 분신들이 아니었을까.
심지어는 가네코조차
소세키가 싸우고 등 돌리고 싶었던 현대의 세상.
아이를 셋이나 낳고 그 뒤로 네 명이나 더 낳았으니…
살아가기 위해서라도...
그 세상에 편승하여 살아갈 수밖에 없었을 자신의 입장
가네코와의 결혼에 호의적인 마음이 들기도 하는,
어쩔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보여주고 변명하지만…
싸우고 저항하고 힘들어하는 자신의 모습을…
결국 두 개의 분신으로 나누어
간게쓰에 해당하는 분신은 고향의 여자와 결혼시키고, 바이올린을 연주하게 하며…
새로 나타난 다른 분신을 가네코와 결혼시켜
살아가게 될 평탄한 미래의 모습을 마지막 장면에서 보여준 것 아닐까.
세상에 저항하며 투쟁하고 실패하기를 반복하며 힘들어하다가,
순응하는 방식에 귀를 기울이다가...
결국 고양이가 저항하는 몸짓을 멈추고 물속에서 편안함에 이르듯이
그렇게 투쟁하는 자신의 고양이적 본성을 죽이고,
무사 태평한 현실의 안락을 얻게 된 것 아닐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슬픈 소리가 나지만…
그 쓸쓸함에 술을 마시고, 술에 취하고… 스스로 함정에 빠지듯이 장독대에 빠져버리고 말지만….
저항하는 자신의 일부를 죽이고.
그 속에서… 죽음으로 향하는 그 세계에서
애써 편안함을 찾게 되는
세상에 결국 순응하고 마는 현대인의 모습.
그걸 보여준 걸까.
간게쓰는 고향의 여인과 결혼하지만,
또 다른 분신인 ***가 가네코와 결혼하여
소세키 자신의 어느 부분이 세상과 손을 잡고 결합했음을 보여주면서,
고양이의 마음은 결국 죽어버리게 되는 것 아닐까.
'결혼'이라는 설정,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