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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이세라 Dec 29. 2023

엄마 정체성 15년... 그 후...

< 4 >

아이를 낳고 깨달았다. 그 전의 모든 방황, 알 수 없는 갈망은 바로 이것을 위한 본능적인 열망이었는지도 모르겠다고... 

모든 창조적인 행위는 불멸하는 무언가를 남기고자 하는데... 모든 생명에는 사실 불멸의 욕구가 있어... 그것을 '출산'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열망이 인간에게도 어쩔 수 없이 기본 배선으로 내재되어 있는 것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생명이 있는 한, 그 굴레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었던 거고, 그것이 내부에서 나를 끊임없이 충동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비혼을 결심했더라도,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었더라도...  본능 저변에서 나를 충동하는 것은 그 욕망을 '출산'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나도 모르고 있던 열망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열망이 예술성의 형태로, 예술적인 아름다움을 향한 갈망으로, 사랑하고 싶은 마음들로 나타났는지도... 

예술성이 불멸의 작품을 창조하고자 하는 것처럼... 예술가가 되지 못한 보통의 생명은 '출산'을 통해 그 경지에 이르고자 하는 것인지도....

예술가적 충동이라고 생각했던 그 방황들은 아이를 낳고 비로소 멈출 수 있었던 것 같기 때문이다. 

어딘가에 있을 것 같았던 환상의 세계를 꿈꾸던 것도...

결코 잡을 수 없을 것 같았던 갈망도...

천사 같은 아이의 얼굴에서 비로소 안정을 찾았다.


아이가 내 품에 안겨서 나를 바라보는 그 두 눈을 처음으로 마주하게 되었던 바로 그 순간... 나는 온 영혼을 다해 그 속에 푹 빠져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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