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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이세라 Dec 30. 2023

도서관 수업, 독서 모임 회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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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람 누리 도서관의 '여행 글쓰기' 수업 강좌를 처음 신청했을 때, 아직 학부모 모임의 쳇바퀴 속에서 초등학교 아이의 학부모 정체성으로만 살고 있을 무렵이었다.

그날도 오랜만에 엄마들과 점심 약속이 있었다.

하필 그날 아람 누리까지 첫 수업을 가게 되어 갈등이 되었던 거다.

그게 아마 도서관 수업의 세계 속에 진입하느냐 마느냐 최초의 시련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아직은 갑자기 아이가 아파서 학교에서 일찍 오거나 할 수도 있는 불시의 상황에 늘 대비해야 할 것 같은 마음 상태여서, 동네 근처에서만 생활하고 멀리 가는 게 아주 많이 부담스러웠던 시절이라 아람 누리는 집에서 상당히 멀게 느껴지는 거리이기도 했다. 뭔가 일정이 겹치거나 꼬이는 것도, 쫓기는 것도 몹시 싫어하는 성격이었다.

수업 테마였던 '여행'도 그렇게 관심 있는 건 아니고 '글쓰기'도 아직은 그렇게 혹하지 않긴 했다. 역사 스터디를 하다가 책에 대해 글쓰기를 약간씩 병행하기 시작하면서 '글쓰기'로 넘어가야 할 필요성을 막연하게 느끼고 있을 시절이기는 했다.

그런데 첫 수업날 하필 엄마들과 약속이 생겨버리는 바람에, 수업을 괜히 신청했나? 가지 말을까? 심하게 고민하게 되었던 거다.

사탄의 유혹에 빠져 시험에 들고, 치열하게 고민하다가 수업을 일단 가보고, 조금 일찍 나와야겠다고 생각하고, 정말 큰 마음을 먹고 도서관으로 향하게 되었다.

코로나 시절이라  8강 수업이었는데, 처음 4강은 대면수업이었지만 나머지 4강은 줌으로 진행되었다.

첫 수업에 끝까지 못 듣고 일찍 나오더라도, 일단 가보고, 계속 들을지 말지 결정하기로 큰맘 먹고 길을 나섰던 거였는데, 결과적으로는 8강 모두, 첫 수업 빼면 나머지는 빠지지 않고 출석하게 되었다.

키가 매우 큰 여자 강사님이셨고, 그동안 글쓰기를 회피했던 이유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고, 책을 쓴다면 어떤 주제로 쓰고 싶은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던 생각이 나고...

'원노트'라는 프로그램을 알게 되어 원노트에 폴더를 하나씩 만들어 읽은 책들을 '필사'하기 시작했고, 지금 세어보니 그 후로 필사한 책이 400여 권 된다.

강사님의 책 <완벽이란 놈에 발목 잡혀 한 걸음도 못 나갈 때>를 필사한 기록에 날짜가 2021년 1월인 걸 보니 강의는 2020년 가을에 시작해 그해 말쯤 끝났던 것 같다. 책을 읽고 강사님의 브런치를 보며 뭔가 이야기가 하고 싶어 져서 이메일을 쓰다가 당연히 안 보냈던 기억도 난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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