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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이세라 Jan 02. 2024

엄마 정체성 15년... 그 후...

< 7  >

'좋은 엄마'가 될 생각도 없었고, '엄마 역할'이라는 것에 대해 의식하지 않았고... 아이를 향한 모든 것들은 오직 '사랑'때문에 기꺼이 마음을 바쳤던 일들이었다.

그런데 나도 육아는 처음이다 보니... 세상의 소리에 열심히 귀 기울이기 위해 임신했을 때는 임신 출산 관련 책들을, 그리고 아이를 낳고 나서는 육아 관련 책들을 열심히 읽었다.

<0세 교육>이라는 책을 읽고는 아기 때부터 책을 읽어줘야 한다는 강박을 느꼈고, <베이비 위스퍼> 책을 읽으며  '수면 교육'을 시도해보려고 하기도 하고, 책에서 전하는 육아 방식에 따라야 할 것 같았지만, 현실에 맞지는 않았다. 지금 생각으로는 자연스럽게 마음에 우러나오는 것을 따르는 게 좋았을 것 같다. '이래야만 한다'라고 하는 세상의 교훈에 왜 그렇게 휘둘려야만 했을까... 그게 정답이라는 것조차도 아무도 모르는 일일 텐데....

끈기가 없는 게 다행이었을 거다. 조금씩 시도해 보다가 맞지 않았으면 그만두고 제멋대로였으니...


처음에 아기는 밤새 자지도 않고, 자기를 내려놓게도 하지 않아, 거의 밤을 꼬박 새우고 아침 열 시쯤이 되어서야 자면 나도 그때서야 따라서 잠들곤 했었다.  아이의 수면 리듬에 맞춰 나도 수면을 취하면 되니 그것 조차도 크게 힘든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배가 고픈데 아이를 안고 있으니 밥 먹을 손이 없어서 곤란했다는 생각이 날 뿐... 영아용 아기띠는 없고, 슬링도 없고, 포대기도 할 줄 몰라서 패딩 조끼 안에 아기를 안고 끈으로 어떻게든 고정시켜 두 손을 자유롭게 해서 밥을 먹을 수 있을지 궁리했던 기억도 있다.

아기를 안고 벽에 붙여둔 글자를 보여주고 읽어주었던 기억도 있고, 어린 아기에게 읽어줄 만한 책이 없어서 손바닥 만한 '피터팬' 책을 읽고 또 읽어줬다.

그토록 작았던 아기의 몸집이 조금씩 커가는 게 벌써부터 안타까웠다. 그 모습을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지금은 체험적으로 확실히 알고 있지만, 그때는 그 모든 순간이 그때의 그 아이와는 영원한 이별이라는 것을 느낌으로 인식했던 것 같다. 

'육아'가 지루할 틈 없이 흥미진진한 이유는, 몇 개월 단위로, 그리고 한 해 한 해마다, 그 나이대에 맞는 전혀 다른 아이를 상대하게 되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같은 한 사람을 상대하고 있지만, 그 사람은 동일한 모습 그대로가 아닌... 그로 인해 나의 삶의 모습도 따라서 바뀌어가니까...

당시 내가 흠뻑 빠져들었던 음악은 클래식이 아니라 자장가였고, 동요였고, 영어노래였다.

자장가를 들으며 다시 돌아오지 않을 그 순간이 갑자기 안타까워서 펑펑 울면서 글을 썼던 기억도 있다.  


당시 맘카페에 적었던 글이다. 


베이비 위스퍼 책에 딸린 시디의 자장가를 불러주며 아기를 재우다가..

아기는 팔 베개를 하며 잠이 들어있었고.. 마지막 곡인 '테디곰 재우기'를 불러주다가..

괜히 혼자서 감정이 격해져서.. 아주 오랜만에 눈물을 펑펑 쏟았네요..

지금 이 순간이 내 생애에서 최고로 빛나고 행복한 순간 들일 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빛을 잃고 사그라들지 모를 미래의 어떤 날이 너무나 두려워서..

엄마라는 존재가 이 아이에게 기쁨과 행복, 위안, 커다란 힘, 즐거움만 되었으면 좋겠는데..

혹시 먼 훗날에 슬픔이.. 짐이 될까 두려워져서..


<테디곰 재우기>

테디곰 좀 봐

무척 피곤한가 봐

하루종일 신나게 놀았으니까

꼬마곰 테디는

잠을 자야 해

하지만 곰들은 양 숫자를 잘 못 센단다


그래서 너에게 가르쳐줄게

눈을 감아

그러면 테디도 감을 거야

살짝 엿보지 마

테디가 너를 볼 테니까

네가 눈을 감으면 테디도 따라 할 거야


눈을 감아라

눈을 감아라

네가 눈을 감으면 테디도 따라 할 거야

눈을 감아라

눈을 감아라

네가 눈을 감으면 테디도 따라 할 거야


아마 너희 둘이 만나겠지

오늘밤 어느 꿈나라에서

함께 놀겠지 밤새도록

그동안 나는 여기 앉아서 너를 꼭 안고 있을게


 Look at teddy

He's so tired

He's been playing very hard

Little teddy

Needs his sleep

But bears aren't good at counting


So I'll tell you what to do

Close your eyes

And he will too

Don't you peek

'Cause he'll see you

Close your eyes and he will too


Close your eyes

Close your eyes

Close your eyes and he will

Close your eyes

Close your eyes

Close your eyes and he will too


 perhaps the two of you will meet

Tonight on some dreamland street

And play together through the night

While I sit here and hold you tight


https://youtu.be/1CZSDbGHNSc?si=l9etUok89tjXWpZ9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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