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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이세라 Feb 21. 2024

그리그의 두 개의 슬픈 멜로디 중 <지나간 봄>


오늘 오후 운전을 하던 중에 라디오에서 그리그의 두 개의 슬픈 멜로디 중 <지나간 봄>이 흘러나왔다.

하필이면 안개비가 내려 세상이 온통 뿌옇게 흐려진 날이었다.

극한의 슬픔이 느껴지는데 너무 아름다워 괴롭지만 중독적으로 빠져들게 되는 느낌.... 오래전 그 괴로움 속에 몰입하여 듣고 또 들었던 어느 날처럼...  순식간에 감정은 음악 속으로 휩쓸려 들어간다. 

행복이든, 불행이든 함께 나누고 싶은 것처럼... 이 감정을 누군가에게 간절히 전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전달될 수 있을까? 음악이 하소연하듯 말을 건네는 느낌... 그 느낌이 과연 그대로... 전해질 수 있을까?

벅찬 그 마음... 사랑을 견딜 수 없어 고백해버리고 말 것 같은 마음처럼... 넘쳐흘러 주체할 수 없을 것 같은 마음....

어찌할 수 없는 사랑의 감정보다도 더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그런 마음...


늦은 밤... 철학 강의를 함께 들었던 분과 무인카페에 들러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한참 나눈 다음 차에 같이 탔는데 우연인지 인연인지...

낮에 했던 프로의 재방송이었는지... 차에 타자마자 이 음악이 첫 소절부터... 그대로 흘러나오는 거다.

동시성일까? 이런 현상은 도대체 뭘까...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타이밍이...


아이가 요즘 갑자기 노르웨이어를 공부한다.

왜 노르웨이야? 물었는데,  '그냥, 북유럽 쪽 좋아해서'라고만 대답한다.

노르웨이 작가는 누가 있지? 생각해 봤는데, 떠오르는 사람이 전혀 없었다.  

그때 스치듯 생각했던 이름들 중에 그리그가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리그가 노르웨이 작곡가인 것도 오늘 이 음악과의 우연한 만남에 관련이 있는 건 아닐까...


6월에 계획되어 있는 몇 개의 연주회에 대해... 선뜻하겠다고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중 한 연주 단체에서 과거 실황 녹음을 통해 이 음악을 처음 들었었다. 

오늘 만난 이 음악은... 그 현악 합주 앙상블 모임에 대한 그리운 감정까지 불러일으키며... 

다시 또 머뭇거리고 주저하고 있는 나에게 계속 손짓을 보내고 있는 건 아닐까? 


 https://youtu.be/Tyv4MrocU_c?si=m8sbU9fiawyVTE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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