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산이세라 Mar 04. 2024

선물이 시라면

선물이 ‘시’라면


선물이라는 단어에도

여러 가지 의미들이 내포되어 있어


‘뇌물’

'감사의 마음'

'마음의 표현'

'기억되고 싶은 마음'

'정표'

'구애의 도구'

‘환심을 사기 위한 것’

‘의례적으로 챙겨야 하는 것’


실용적인 선물이고 싶으면

‘상품권’

아니면

‘돈’이 최고의 선물이라고도 하지


주는 사람의 의미와

받는 사람의 의미가 다를 수도 있는 건

‘시’도 마찬가지

읽는 사람이

‘시’를 어떻게 느끼는지에 따라

다 다른 것처럼


그래서

선물도

‘시’가 될 수 있는 것일까


선물은

형식일까

뇌물일까

마음일까

시일까


누구에게는 예의

누구에게는 인정욕구


‘물건’을 정리하고

미니멀을 추구하면

그 모든 선물들은

‘쓰레기’가 될 텐데


선물이 ‘시’라면

쉽게 버릴 수 있을까


'시'가 

의미 없는

글자의 나열로만 읽힌다면


미니멀은

쉬운 일


비움


그 모든 '선물'들을

다 끌어안고 있으면

집은 좁아지고

무거워지고


다른 '시'를

품을

마음의

공간에도

틈이 없어질 테니


결국은

시도

마음의 징표들도

적당히

비워야 하는

쓰레기가 될 운명일까


이모티콘


선물은

결국

자본주의의

상술이라 여기고


마음의 징표는

그냥 마음으로

하트 스티커 하나

붙여주면 안 될까


선물에 담긴 마음의 무게는

가격과 비례하여

무거운 마음을 전하고 싶으면

비싼 선물을 해야 한다면


결국

마음의 무게에도

가격이 매겨지는 것


사람들은

카톡에서도

마음이 담겨

무거워진 말들보다


하트

좋아요

이모티콘을

선호하는데


이모티콘 하나

좋아요 하나에도

가볍게 던지지 못하는 마음이 있어


하트 이모티콘 하나에

온 마음을 담아

하루 종일 고민하다가 보내더라도


하트 이모티콘 하나로 읽힌다면

그것도

'시'와 똑같은 운명

'선물'과 똑같은 운명


비싼 선물을 해야

내 마음은

그만큼 소중하게

상대에게 전해져

쉽게 버리지 못하고

보관되기를 바라는 걸까


비싼 가격을

몰라보고

알더라도

필요하지 않아

받는 사람에게

하찮게 여겨지는

선물의 운명은


쉽게 전달한

하트 이모티콘과

뭐가 다를까



이모티콘 하나


이모티콘 하나...

누구에게는 쉬울지 모르지만...


누구는

거기에 마음을 담고자 하니

마음에 비해 너무 가볍거나

너무 무거워질 것 같아...


그래서 쉬운 마음,

쿨하고 가벼운 마음이 되고 싶었는데...


이모티콘 하나도

무거워하는 마음


하지만 읽는 이에게도

각자 느껴지는 무게에 따라

전혀 다르게 전달되는

이모티콘

작가의 이전글 그리그의 두 개의 슬픈 멜로디 중 <지나간 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