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아 안녕
나태주
꽃들에게 인사할 때
꽃들아 안녕!
전체 꽃들에게
한꺼번에 인사를
해서는 안 된다.
꽃송이 하나하나에게
눈을 맞추며
꽃들아 안녕! 안녕!
그렇게 인사함이
백 번 옳다.
*시 이어 쓰기
#1 꽃 한 송이
꽃 한 송이는 외로워서
'꽃들'이 되고 싶지만
꽃밭 속에 있으면
전체의 부분으로만
존재하는 것 같아
그중에서도 돋보이는
커다랗고 화려한
꽃 한 송이가 되고 싶거나
내 존재가 희미해지는 게 싫어
전체에서 떨어져 나와
다시 꽃 한 송이로
혼자가 되고 싶기도...
그 사람이 나를 꽃밭에서
단 한 송이 꽃으로 바라봐준다면
꽃밭 속에 있어도
나는 유일한 꽃 한 송이가 되지만
다른 모든 꽃들도
하나하나 전부
눈 맞춰 준다면
나는 다시 다른 꽃들과 똑같은
꽃 한 송이가 될 뿐
이 끝없는 아이러니...
누가 뭐래도
누가 어떻게 바라봐준다 하더라도
꽃밭 속에 있더라도
내가 오직 나에게는
유일한 꽃 한 송이임을
잊지 않기를...
#2 어린 왕자의 장미꽃
장미꽃밭에서
어린 왕자는
슬퍼졌지만
내가 물을 준
장미꽃은
아무리 똑같이 생겼어도
똑같은 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지
꽃들 속에 있어도
내 장미꽃을 알아볼 수 있기를
화려한 꽃들이
저마다의 아름다움으로
눈을 현혹해도
지키고 싶었던
나만의 유일한 꽃을
만나기 위해
나의 별로 돌아갈 수 있기를
#3 내 꽃만 지키려는 건
나에게 유일한
그 꽃만을
지키려고 하는 것도
집착일까
세상에는
예쁜 꽃들도
이렇게나 많은데
내가 물을 준 장미꽃 한 송이만을
지키려고 하는 것도
소유이고
집착일까
#4 나비가 되어
꽃만 보지 말고
하늘도 보고
꽃 향기 속에서
하늘하늘 날아다니는
나비가 되어
꽃들에게 희망을
#5 꽃은 그만 보고
꽃은 그만 바라보고
나비처럼 춤추기를
보는 것은
지배하고자 하는 폭력
눈을 감아야 해
너와 내가
만나는 것은
보는 게 아니라
함께 손잡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