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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부탄여행 팁 : 자주 묻는 10가지 질문 정리

by 재원


정말 끝내려고 했는데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편을 더 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여행기를 읽은 주변 사람들과 대화하다가 그들이 자주 물어본 것들을 친절하게 Q&A로 정리해보기로 결심한 거죠. 말투도 친절하게 바꿨습니다. 여행기 본편에서 너무 공자왈 맹자왈 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번 편에서는 아주 가볍게 깃털 같은 얘기만 쓸 겁니다.



1. 부탄 화폐가치와 물가는 어때요?


1눌트럼은 우리나라 돈 17원 정도예요.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물가도 우리나라보다 쌉니다. 제가 부탄에 갔던 첫날 호텔에서 신을 슬리퍼를 사러 갔는데, 우리나라에서 오천원쯤 할 것처럼 생긴 슬리퍼가 150눌트럼이었어요. 우리나라 돈으로 2500원쯤 됩니다. 태국도 그렇고 부탄도 그렇고, 물가는 우리나라의 30~50% 사이인 것 같아요. 다만! 기념품은 워낙 수작업으로 공들여 만들어서 그런지 대단치 않아 보여도 몇만 원씩 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다른 나라 화폐다 보니까 직관적으로 이게 비싼 건지 싼 건지 감이 안 와서 지르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럼 금방 지갑이 텅 비고 말 거예요.



부탄 지폐



2. 숙소는 깨끗하고 밥은 먹을 만한가요?


여행객이 근 10년 사이 많이 늘어서 상당수 숙박시설(호텔, 리조트)들은 비교적 최근에 지어졌다고 합니다. 과거에 지어진 곳이라고 해도 부탄 사람들이 워낙 관리를 깨끗하게 하니까 제가 묵었던 곳들은 한 곳도 빼놓지 않고 깔끔했어요. 이건 사진으로 보는 편이 낫겠네요.



첫날 묵은 팀푸의 호텔 로비


트롱사 근처의 리조트


트롱사 근처의 리조트 객실. 하루 종일 달려 도착했는데 숙소가 정말 좋았다.


아기자기한 센스


여긴 푸나카의 숙소인데, 상대적으로 가장 낡은 곳이었지만 음식은 손꼽힐 만큼 좋았다.



다만 여러 날 머물면서 좀 벽지로 들어가다 보면 허름한 곳에 머물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시설이나 침구 같은 게 깔끔하긴 하지만 좀 낡았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있었어요. 하루는 식당에서 바퀴벌레를 목격하기도 했죠. 어쨌든 다른 나라를 여행하는 일이니 너무 완벽한 환경을 기대하진 마세요.


음식에 대해서는 부탄 여행기 6편에 자세히 적어놨어요. 제가 음식을 잘 안 가리는 편이고 부탄에서 자주 쓰는 감자나 치즈 등 식재료를 좋아해서 그런지 특별히 음식이 질리는 느낌은 들지 않았어요. 다만 이건 개인차가 있으니 마음의 준비는 약간 하셔야 할듯합니다.



3. 동물 살육이 금지돼서 도축을 안 한다는데, 가면 풀만 먹어야 하나요?


부탄 국내에서 동물 살육을 안 하는 건 사실이지만, 웃기게도 부탄 사람들도 고기는 먹습니다. 우리나라처럼 매끼 먹다시피 하는 건 아니지만요. 가축을 인도로 보내 도축한 뒤 국내로 들여온다고 하네요. 한 번은 길 가다가 어느 시골집 앞에서 일가족이 옹기종기 모여서 도축된 소를 나눔 하는 장면을 본 적도 있어요.


그리고 중요한 것! 외국인을 위한 식사에는 거의 매끼 빠짐없이 소, 닭, 돼지 등을 조리한 음식이 나옵니다. 그러니 고기 못 먹을까봐 부탄 못 간다는 걱정은 안 하셔도 돼요.



팀푸 호텔의 식사. 여기는 깐풍기 비슷한 닭고기 요리도 나오고


소고기 스테이크도 나왔다.



다만 부탄 곳곳을 다니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나라는 시골마을 가면 곳곳에 크고 작은 축사들이 있어서 냄새도 많이 나고 개천이나 땅을 오염시키는 일이 많잖아요. 근데 부탄 시골에서는 신기하게도 동물 분뇨 냄새가 나는 곳이 거의 없었어요. 육식을 적게 하니 축산이 산업화돼있지 않은 거예요. 그러니 가축을 한 곳에 몰아넣고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키우지 않아도 되는 거죠. 문득 시골길을 걷다가 냄새가 없다는 걸 느끼곤, 부탄은 사람뿐 아니라 동물도 행복한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4. 말은 잘 통하나요?


아마 동남아 어떤 나라보다 영어가 잘 통하는 나라일 거예요. 부탄은 70년대부터 영어를 포함한 현대적인 교육을 시작했다고 하네요. 우리나라처럼 쓸데없이 애들 줄 세우려고 영어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정말 실생활에서 쓰려고 가르치기 때문에 배운 사람은 다들 영어를 잘 합니다. 한 50대 정도 되는 사람들까지는 영어로 의사소통하는데 문제가 없어 보였어요. 다만 어르신들의 경우 부탄 고유어(종카어)의 악센트가 묻어나서인지 급히 말하면 좀 못 알아듣겠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사람들이 친절하니까 그럴 땐 천천히 말해달라고 하세요. ^^



대부분 이렇게 종카어와 영어가 병기돼 있다.



5. 부탄 사람들을 만나서 무슨 얘기를 하면 친해질 수 있을까요?


영어는 잘 통하는데 막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부탄에서 제가 만난 젊은 사람들은 거의 빠짐없이 스마트폰을 들고 있었어요. 심지어 시골마을 사원의 새끼 승려들도 다 쉬는 시간에 처마 밑에 걸터앉아서 스마트폰을 보고 있더군요. 영어도 다들 잘 하니까 스마트폰으로 영어 자막 붙은 한국 드라마를 많이들 봤더라고요.


제가 한국인이라고 하면 젊은 사람들은 자주 한국 드라마나 아이돌 가수 얘기를 꺼냅니다. 그래서 아이스 브레이크를 쉽게 했던 경우가 많았어요. 서울 가보고 싶다는 사람도 많았죠. 여행기 8편에 초키하고 얘기한 내용이 나오는데 참고하세요. 저는 그들의 문화와 전통에 관해 얘기를 듣다 보면 배우는 것도 많고 우리 삶을 낯설게 보게 되기도 하고 좋더라고요.



6. 혼자 배낭여행하는 건 불가능한가요?


어렵지만 가능합니다. 부탄인 친구의 초대를 받으면 여행사 통하지 않아도 입국할 수 있어요. 혼자 차 타고 돌아다닌 한국 사람 얘기도 들어봤습니다. 저도 처음 갔을 때 부탄인 친구들이 생겨서 이 친구들한테 초대해달라고 해서 여행 체류비 내지 않고 돌아다니는 여행을 생각해보기도 했어요. 근데 부탄은 대중교통이 잘 안 돼있어요. 산업 규모가 크지 않아서 도시를 벗어나는 교류가 많이 없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 택시 아니면 버스를 타야 하는데, 팀푸나 파로처럼 수도 인근에 있을 거라면 몰라도 멀리 가려고 마음먹으면 대중교통으로는 힘들죠. 반드시 차가 있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해결해야 하는 게 너무 많아 보여서, 그냥 다음에 가더라도 친한 에이전트를 통해서 가려고요. 새롭게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면 얼마든 에이전트와 협의해서 코스에 넣을 수 있습니다.



파로 시내의 전기차 택시



7. 동쪽지방까지 가려면 많이 힘들까요? 아이 포함 가족 동반으로?


보통 붐탕을 포함한 동쪽지방은 부탄에 순 체류 일자가 열흘 가까이 돼야 가볼만한 것 같아요. 가는데 하루, 오는데 하루가 걸리고, 가서도 이틀 이상을 둘러본다고 생각하면 4일이 가잖아요. 만약 어떤 사람이 부탄에 일주일 여행 가서 나는 꼭 붐탕에 가보겠다!라고 한다면 저는 말릴 겁니다. 7일에서 동쪽 돌아보는 데 들어가는 4일 빼면 3일 남는데, 부탄 도착한 날과 떠나는 날 빼면 하루 남잖아요. 하루 동안 파로, 팀푸, 푸나카 등을 다 둘러보기 어렵죠. 동쪽 지방에 가려면 일반적인 우리나라 회사원들이 쓰는 5일 휴가 10일 여행, 이 정도 시간 내서는 힘들 것 같아요. 제가 유우니 호수에 꼭 가보고 싶은데 못 가는 것과 비슷한 이유죠. ㅎ


시간도 그렇지만 차량도 힘들 수 있습니다. 저는 평소에 꾸준히 운동을 하는 편이어서 체력도 좀 괜찮고 멀미도 안 해서 9시간씩 덜컹거리는 차 타고 산골짜기와 아찔한 계곡 사이사이를 달려도 그렇게 힘들다는 느낌은 안 들었어요. 그런데 여자분들의 경우 종종 힘들어하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그렇다면 아이들은? 장거리 차량 이동에 익숙한, 모험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 9시간 정도 이동하더라도 중간에 두세 시간에 한 번씩 쉬어갈 수 있는 포인트가 있으니,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라고 봐요.



이렇게 중간중간 쉬어갈 수 있는 카페나 레스토랑이 갑자기 나타난다. 와이파이는 대부분 다 된다 신기하게!



8. 부탄 사람과 사랑에 빠졌어요! 결혼이민 가능한가요?


저런! 한국사람들한테 쉽게 찾기 어려운 깊고 투박한 인간적인 매력에 빠지셨군요! 이미 어떤 한국 여자분이 부탄 남자와 결혼해서 눌러앉기도 했죠. 그분은 지금 팀푸에서 고급 한식당을 운영 중이랍니다.


그런데 어쪄죠? 몇 년 전부터 부탄 정부가 외국인이 부탄 사람과 결혼하는 것을 막기로 했어요. 인도 사람들이 부탄에 와서 많이들 일하는데, 그러다 부탄 사람하고 결혼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위기를 느꼈다네요.


인도는 부탄의 군사, 경제, 외교적 기능 상당 부분을 대리해주고 있고 화폐 가치도 1:1로 같아요. 정서적으로도 두 나라가 굉장히 친숙하긴 하지만, 사람들하고 얘기를 나눠보면 인도 문화나 사람들이 부탄에 너무 깊숙이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 경계감을 많이들 느끼고 있더라고요. 외국인과 결혼이민을 막은 것도 그런 차원이 아닌가 싶습니다.



9. 대마가 지천이라는데, 부탄 가서 풀좀 씹고 돌아오면 우리나라에서 철컹철컹하나요?


학교 때부터 배운 바에 의하면, 뭐든 들키지만 않으면 됩니다. 저는 다른 향정신성의약품은 몰라도 대마까지 국가가 통제하는 건 과학적으로나 정책적으로나 불합리하다고 생각해요. 세금 받겠다고 더 중독성 강한 담배는 버젓이 파는 국가가 이런 데 오지랖을 발휘하진 않았으면 좋겠네요.


하지만 들키면 어떻게 하죠? 직업 정신을 발휘해서 무려 5분의 시간을 들여 잠깐 이 문제를 취재해봤습니다. 먼저 친한 엘리트 경찰한테 물어보니 마약류관리법에 따라 국내든 국외든 대마초를 오남용 하면 나중에라도 법에 걸릴 수 있다는군요.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있는데요. 대마를 농축 가공해서 제조한 마약이 아니라 성분이 희미한 잎 정도를 잠깐 접해본 걸 처벌할 수 있냐는 거죠. ‘오남용’의 범위를 두고 다퉈볼 여지가 있겠네요. 풀잎 하나 따서 씹어본 걸로 기소하고 처벌할 정도로 사법부가 한가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수사할 사람이 한 트럭쯤 있잖아요 요즘? ㅎㅎ



춘쭈르와 똡뗀은 길가다 나한테 참 여러가지 풀을 먹어보라며 뜯어줬다. 이건 말나무 열매. 앵두 같은 맛이 난다.



10. 왜 우리에겐 성수기인 6~8월이 비수기인가요? 성수기에 가면 뭐가 좋죠?


6~8월엔 그쪽 지역이 몬순이어서 비가 많이 내려요. 그래서 상대적으로 여행하기가 안 좋다고 비수기라고 합니다. 제가 8월 초에 부탄에 들어갔는데, 들어가기 직전에 트립어드바이저에 어떤 부탄 현지 에이전트가 “지금 재앙적인 수준의 비가 오고 있어서 남쪽 지방은 이동이 불가능할 정도”라고 써놓은 글을 보고 식겁했던 기억이 나네요. 근데 긴장해서 제 에이전트한테 연락했더니 이 사람들 반응이 너무 무사태평한 거예요.


그런데 왜 그들이 태평하게 굴었는지 나중에 알게 됐어요. 부탄 여행 가는 사람들 중에 90% 이상이 체류기간 10일 이하의 관광객이에요. 10일 이하면 사실 가는 곳이 거의 정해져 있게 마련인데, 파로, 팀푸, 푸나카, 트롱사, 붐탕 같은 곳들이죠. 이 지역에는 비가 오더라도 우리가 돌아다니는 낮에는 거의 오지 않아요. 분무기로 물 뿌리는 듯한 가는 비가 내리긴 하지만 폭우를 직접 본 적은 없었답니다.


비가 이 기간에도 많이 오긴 하는데 꼭 사람들 잘 때 도둑고양이처럼 왔다 가요. 아침에 나가보면 담 옆 개골창에 빗물이 졸졸 흐르고 있죠. 아무튼 8월이라고 덥지도 않고 돌아다니기 좋은 날씨예요. 낮에는 반팔로 다니면 좋을 정도였다가, 밤에 비가 올 때는 히터를 틀어야 잘만하다 싶은 기온으로 뚝 떨어지기도 하고, 그런 때가 부탄의 8월입니다.



트롱사의 한 마을. 밤새 비가 많이 와서 바닥이 축축하게 젖어 있다.



다만 한 번 더 간다면 저는 꼭 10~11월, 부탄의 가을에 가보고 싶어요. 부탄인 친구 초키가 제가 부탄을 다녀간 직후에 자기 고향인 붐탕에서 있었던 축제에 관해서 얘기해준 적이 있어요. 그 화려함도 궁금했지만, 축제를 공들여 준비하고 그걸 삶의 중요한 부분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문화 속에 더 깊숙이 들어가 보고 싶더라고요. 9월 이후에 부탄에 가시는 분들은 꼭 축제 일정표를 확인해서 그때 맞춰 가세요. 여기 가면 축제 일정표가 정리돼 있어요.


그리고 이 시기에 구름 한 점 없는 좋은 날씨가 이어진다고 하네요. 이럴 때 도출라 촐튼에 가면 멀리 히말라야 산맥의 숨 막히는 스카이라인을 볼 수 있겠죠.



도출라 촐튼에 가서 본 히말라야 산맥. 구름이 덮고 있어서 잘 보이지 않는다.









부탄을 더 속속들이 알고 싶으시면

이글보다 먼저 쓴 부탄 여행기 본편을 보세요.

한 걸음 더 부탄에 다가가실 수 있을 거예요 :-)


https://brunch.co.kr/magazine/bt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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