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만사 - 김찬삼

전문인 06

by 구포국수

김찬삼 (1926 ~ 2003)

여행 유튜버들은 이 사람의 박물관을 한번 찾아가서, 영감을 받아야 할 것이다. 여러분들의 오리진이 바로 여행가 김찬삼이다. 무려 60년 전부터, 그는 세계를 3번이나 완주했던 세계의 나그네였다. 놀랍지 않은가?




“내 경험에 비추어 보면, 인간수업에 있어서 여행처럼 좋은 것이 없다고 봅니다. 나는 아마도 여행에 나서, 여행에 살다가 여행에 죽는 숙명을 지녔는지 모릅니다. 나는 여행 신을 믿습니다. 나의 영원한 륙색과 지도, 카메라가 있는 한 나의 여행은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회사 다닐 때, 주말에는 집에서 TV여행 프로그램을 많이 봤다. 평생을 직장에서 일하다 보니, 사무실과 서류를 벗어난 다른 세계를 항상 그리워했다. 내가 여행을 갈 수 있는 시간을 내는 것은, 당시에는 불가능했다. 그래서 일찌감치 여행 가는 것을 포기하고, TV 여행 프로그램을 보면서 간접 여행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KBS ‘걸어서 세계 속으로’ 프로그램을 보기 시작했다.


지금은 유튜버들이 각양각색의 여행 콘텐츠들을 쏟아내고 있다. 옛날 TV 여행 프로그램이 바이블이었다면, 이제 인터넷에는 다채로운 여행 스토리가 넘쳐난다. 여행은 누구에게나 로망이고, 세계일주는 아직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주제다.


1958~97년까지 무려 40년에 걸쳐 세계일주를 3번, 20번의 테마여행, 160여 개국 1,000여 개 도시를 여행했던 한국인이 있다. 그가 바로 ‘세계의 나그네’로 불렸던 김찬삼이다. 나는 초등학교 시절 집에서, 아프리카 사진들과 생전 처음 보는 나라들의 풍경이 담긴 책을 보았다. ‘김찬삼의 세계여행’ 이란 사진집이었다.


그는 세계여행을 하며 여행을 적었던, 우리나라 최초의 세계일주 여행가였다. 그는 1950년 서울대 사범대학 지리학과를 졸업했다. 숙명여고 지리교사를 하면서, 학생들에게 자신이 가보지 않은 곳을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세계여행을 결심했다.


쓰는 여행, 찍는 여행을 1958년부터 하면서 많은 여행 기록들을 남겼다. 이처럼 특정 주제를 가지고,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오랜 기간 사진과 글을 남긴 것은 초인적인 의지가 없으면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는 자신의 여행기록을 1950년대 말부터 한 일간지에 게시하며, 대중들에게 자신의 세계여행을 소개했다. 당시 그의 여행기록을,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 빗대어 ‘서방견문록’이라고 불렀다.


그는 여행을 다녀올 때마다 가지고 오는 엄청난 사진과 기록물 때문에, 공항에서 간첩으로 종종 오해받았다. 해외여행 중 강도를 만났을 때 돈은 뺏기더라도, 여행기록과 필름은 빼앗기지 않기 위해 필사적이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해외여행을 갈 수 있게 된 것이 1989년부터인데, 그는 그보다 30년 전에 여권을 만들어 전 세계를 다녔다. 직접 답사했던 거리를 계산하면, 지구 32바퀴에 달한다. 한국전쟁 이후 국력도 없고, 보잘것없는 나라의 국민이 입국비자를 받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이 모든 것을 극복했다.


자전거, 오토바이 때로는 현지인 친구에게서 선물 받은 자동차로 여행했다. 나도 김찬삼의 세계여행 책을 보면서, 여행을 동경하면서 성장했다. 나의 실제 해외여행은, 고작 TV로 보는 여행이 대부분이었다. 금융팀장 시절에 IR을 하면서, 해외출장을 다닌 것이 내 해외여행(출장)의 대부분이었다.


그는 홀로 40년간 세계를 다니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 한 번도 풍토병에 걸리지 않을 만큼, 타고난 건강 체질이었다. 그는 세계여행을 다닐 때 해당국의 언어를 익히기보다는, 미소를 크게 하는 연습을 많이 했다고 한다. 작은 체구에 건치를 드러내고 웃는 이방인에게, 누가 그렇게 쌀쌀하게 대할 수 있단 말인가?


그는 여행의 깊은 본질, 사람과의 관계를 잘 이해했던 사람이었다. 돈이 많아도 건강이 안되어 여행을 못 가는데, 모든 것이 부족했던 상황에도 세계여행을 다니며 많은 기록을 남겼다. 그의 도전, 모험정신 그리고 기록에 찬사를 보내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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