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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포국수 Sep 07. 2024

내만사 - 야나이 타다시

경영자 43

야나이 타다시 (1949 ~ )

사양기업은 있어도 사양산업은 없다. GAP과 맥도널드의 성공을 지켜보면서, 일상복에 그 방식을 적용했다. 그는 글로벌 SPA 3위 업체를 일구었다. 유니클로의 수많은 히트제품을 보면, 그만의 사업전략과 Edge가 엿보인다.




세계 패션시장은 명품과 패스트 패션(SPA)으로 양분되어 있다. 명품시장은 프랑스,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럭셔리 브랜드와 토리버치 등 미국의 신진 브랜드들이 있다. SPA시장은 조금 다르다. SPA 매출기준 세계 1위는 스페인의 자라, 2위는 스웨덴의 H&M, 3위는 일본의 유니클로다.


명품 패션 브랜드 입장에서 스페인, 스웨덴, 일본은 거들떠보지도 않던 패션의 불모지였다. 글로벌 SPA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3개 기업의 시가총액이 명품 브랜드들을 압도하고 있다.


야나이 타다시는 야마구치 현에서 태어나, 와세다 대학을 졸업했다. JUSCO라고 하는 일본 슈퍼마켓 체인점에 근무했지만,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낙향해 아버지 회사를 물려받기 위해 오고리 상사에 입사했다. 그곳은 남성 기성복을 판매하던 지역 위주의 소매점이었다.


그는 1980년대 미국에서 번창하고 있던 GAP에 주목하면서, 체인형 패션 비즈니스를 염두에 두었다. 당시 일본 내 점포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던 맥도널드를 보면서, 음식도 이렇게 잘 되는데 옷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자신의 첫 점포를 히로시마에 오픈했다. Unique Clothing Warehouse. 유니크한 옷을 파는 곳이라는 뜻이다. 그는 고객들이 보고, 입어보고, 구매할 수 있는 편의점 같은 형태로 매장 콘셉트를 정했다. 직원들은 제품 진열과 정리정돈만 하도록 했고, 매장 운영비용이 획기적으로 절감되었다.


이후 아버지를 설득해, 기존 야마구치현에 있던 20여 개의 점포들을 이 형태로 바꾸어 나갔다. 원래 유니클로의 상호명이 UNICLO였는데, 담당자가 실수해 UNIQLO로 등록되었다. 회장의 마음에 들었는지, C 대신에 Q로 1988년에 공식 확정했다.


1990년대 일본은 장기불황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가성비 좋은 라이프 웨어 형태의 유니클로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1998년 동경 하라주쿠에 진출하면서, 일본에 돌풍을 일으키게 된다. 2005년 한국에 롯데와 J/V 형태로 진출했다.


롯데가 국내에서 백화점 사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국내사업 확대가 다른 나라보다 훨씬 빠르게 진척되었다. 일본 야마구치 현의 작은 간이복 소매점에서 출발해, 기능성 제품과 히트제품을 연이어 선보이며 가성비 좋은 패스트 패션으로 세계적인 기업이 되었다.


그는 일본에서 손정의 회장과 자산 1, 2위를 엎치락뒤치락하는 일본 최고의 자산가다. 그는 평소 ‘9패 1승’의 스토리를 직원들에게 강조한다. 자신의 인생을 돌아볼 때 많은 실패가 있었고, 이 실패를 통해 값진 경험과 반성의 시간을 보낸 것에 늘 감사했다.


직원들에게도 9패 1승의 정신을 갖도록 주문한다. 의류사업이 사양산업이라고 흔히 이야기하지만, 그는 사양기업은 있어도 사양산업은 없다고 말한다. 유니클로의 사명은 ‘옷을 바꾸고, 의식을 바꾸고, 세계를 바꿔 나간다.’


유니클로는 현재 22개국에 진출해 2천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과거 이랜드가 나타났고, 유니클로에 영향을 받아 패스트 패션 브랜드가 다수 태어났지만 아직 미미하다. 


유니클로 업력이 40년 정도 되니, 우리나라가 SPA에서 성과를 내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패스트 패션 성장이 주춤한 상태인 것을 고려하면, 국내 브랜드 중 한두 개가 판을 깨는 혁신을 통해 꼭 성공했으면 한다.


유니클로는 노 재팬, 코로나 등으로 한국에서 그동안 매장도 많이 철수했다. 그 자리를 우리나라 SPA가 빠르게 갈아타면 좋겠다. 쿠팡, 무신사 등 전통적인 온라인 기업들도 SPA들과의 경쟁을 염두에 두고 잘 대비하면 좋겠다.


내가 1995년 일본의 한 지방에서 어학연수를 받던 3개월이 기억난다. 당시 지방 백화점들은 경기 불황으로 문을 닫았다. 그 자리에 할인 점포들이, 기존 백화점 자리에 부자연스럽게 운영되고 있었다.


유니클로는 불황을 극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십 수년간 일본에서 경쟁력을 갖추었다. 마침내, 글로벌 패스트 패션업체가 되었다. 유니클로는 사업운도 참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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