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가 15
쿠사마 야요이 (1929 ~ )
물방울과 호박에 화려한 색깔을 능수능란하게 사용하는 화가다. 지나치게 화려하고, 연쇄적이고, 기괴하고, 비정상적이어서 동정심이 생긴다. 정신병원 앞에 작업실을 두고, 양쪽을 왔다 갔다 하며 지금도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나는 나를 예술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유년 시절에 시작되었던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예술을 추구할 뿐이다.” 구사마 야요이는 물방울무늬와 호박에 편집증을 가진 아티스트다. 그녀는 교토 시립예술학교를 졸업하고, 1957~72년까지 뉴욕에서 활동했다.
당시 미국은 남성위주의 미술가들만 있었는데, 동양의 여성이 왔을 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뉴욕에서 물방울무늬의 그림, 아방가르드 퍼포먼스로 이름을 알렸다. 1973년 일본에 귀국해 한 정신과 병원 앞에 작업실을 차리고, 지금까지 치료와 작품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그녀는 올해 95세다.
그녀는 어린 시절 어머니로부터 정신질환에 대한 치료 대신, 매질 등으로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 어느 날 집안에 빨간 꽃무늬 식탁보를 본 뒤, 둥근 물방울의 잔상이 온 집안에 보이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이것이 작품세계의 유일한 소재가 되었다.
환각상태에서 경험했던 물방울이 반복, 증식, 확산되는 것을 모티브로 자신의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키고 있다. 그녀는 호박을 좋아한다. 호박은 애교가 많고, 야성적이며, 유머러스한 분위기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다고 말한다.
내면의 고통을 땡땡이로, 호박으로 표현하며 자신의 정신적 치료요법으로 삼고 있다. 현존 일본 미술가로서 가장 뛰어나며, 작품은 엄청난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1993년에야 베니스 비엔날레에 일본대표로 단독 전을 개최하면서, 일본에서도 뒤늦게 인정받았다.
쿠사마의 호박은 화려하면서도, 심오한 매력이 있다. 큰 호박 옆에 물방울무늬 옷을 입은 그녀가 등을 돌린 채, 똑같은 컬러로 조그맣게 표현되어 있다. 이 표현이 우습기도 하지만, 자신의 병에 대한 치료방법이니까 엄숙히 수용할 수밖에 없다.
그녀의 광기는 창조적 정신을 담은 특별한 자산으로 여겨진다. 미쳤기 때문에 천재인 것은 아니지만, 환상을 가질 수 있는 힘을 그녀에게 준 것임에는 틀림없다. 그녀의 작품은 눈이 어지러울 만큼 정신이 없다. 지금도 그녀가 작품활동을 한다고 하니, 정말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