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포국수 Sep 09. 2024

내만사 - 시장 사람들

전문인 10

시장 사람들

나는 시장에서 태어나고 성장했다. 도시와는 달리, 볼거리와 먹거리가 풍부했다. 나만의 추억과 부모님에 대한 애잔한 기억들이 가득한 곳이다. 내가 시장 사람들을 사랑하는 이유다.




우리나라 700만 소상공인을 위한 소상공인시장 TV에서 방영하는 고정 프로그램 중에 ‘휴먼다큐, 시장 사람들’이 있다. 전통시장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시장 상인들을 밀착 취재한다. 그들의 인생을 진솔하게 묘사하고, 훈훈한 감동을 전달해 준다.


나는 은퇴 후 TV로 이 프로그램을 자주 봤다. 전통시장 한 곳을 5~6개 에피소드로 나눠, 해당 시장의 가게를 운영하는 상인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애환을 전해준다.


나는 부산 구포시장에서 태어났다. 이런 이유로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옛날 기억들과 돌아가신 부모님을 추억할 수 있었다. 아이들은 다른 TV 프로그램도 많은데, 왜 이것만 고집하는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


구포시장의 우리 집 주변에는 두부 공장, 쌀가게, 어묵 공장, 참기름 공장, 옷 가게, 국수 공장 등 점포들이 다양했다. 끝자리 숫자가 3일과 8일 날에 5일장이 열리면, 인근 각지에서 노점상인들도 많이 모였다.


부산 경남권에서 가장 규모가 큰 5일장이었다. 조선시대 17세기 숙종시절부터, 시장이 개설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해와 연결되는 구포교가 1932년 생겼고, 경부선 개통으로 구포역이 생기면서 구포시장은 더 번창했다.


구포시장의 국수공장에서 나온 제품은 전국으로 시판되었고, 구포국수는 많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어묵공장, 두부공장 등 집만 나서면 제품들의 제조과정을 내 눈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 시장은 어릴적 나의 공부방이었고, 놀이터였다.


당시에 유튜브가 있었다면, 나는 일찌감치 시장 유튜버로 활약했을지도 모르겠다. ‘휴먼다큐, 시장 사람들’은 시장 상인들이 주인공인 반면, 유튜브에 올라오는 먹방이나 술방 콘텐츠들은 유튜버의 관점에서 시장을 소개한다. 두 가지 유형의 방송 모두 시장을 주제로 하기 때문에, 나에게는 추억을 일깨워주는 마법 상자와 같다.


소상공인시장 TV의 '휴먼다큐, 시장 사람들'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면 좋겠다. 강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