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포국수 Sep 10. 2024

내만사 - 테라오 켄

경영자 44

테라오 켄 (1973 ~ )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다. 여행자, 뮤지션에서 디자인 가전회사를 일구어 냈다. 세상과 자신을 연결하기 위한 과정만을 생각하며 살아왔고, 오늘도 아름다운 제품을 만들고 있다. 일본에서 보기 드물게, 세상과 연결을 지향하는 사람이다.




“상식을 조금만 의심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우리 집에는 발뮤다의 제품 중 선풍기와 전기 주전자가 있다. 아내는 백화점에서 발뮤다 선풍기를 살까, 아니면 다른 브랜드를 살까 고민했다. 아내는 가격이 좀 비쌌지만, 발뮤다 선풍기를 사고 싶다고 했다.


나는 그 제품을 만든 사람(테라오 켄)을 신문에서 본 적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발뮤다 선풍기를 사 들고 집에 왔다. 전기 주전자는 가격이 얼마인지는 모르겠는데, 아내가 사 왔고 디자인이 좋다고 생각한다. 발뮤다는 가전제품의 애플로 불리는 일본 가전 디자인 회사다.


창업자 테라오 켄은 독특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스페인, 이탈리아, 모로코 등 지중해를 따라 1년간 혼자 여행했다. 아버지는 그에게 당시 공부보다 여행을 권했고, 불의의 사고로 어머니가 남긴 보험금으로 여행경비를 충당했다.


여행을 마치고 일본에서 뮤지션이 되기 위해 10년간 록 밴드 2곳을 갈아타며 생활했지만, 아무런 명성과 음반도 남기지 못했다. 그는 그때 꿈이란, 이루어지지 않을 때도 있다는 것을 배웠다고 했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것의 즐거움을 안다면, 성공도 실패도 사람을 성장하게 한다고 생각했다.


실패는 사람을, 더욱 단단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한다고 믿었다. 차츰 경제적인 압박과 함께, 앞으로 무엇을 하고 살아갈지를 고민했다. 그러던 중 집에 있던 인테리어 잡지 속에서 아름다운 건축, 인테리어, 소품을 보며 아름다운 형태와 그것을 실현할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제품을 만들겠다는 각오를 하며, 2003년 1인 기업 발뮤다를 창업했다. 그는 신주쿠 전자상가를 샅샅이 뒤져, 자신에게 제품생산의 경험을 제공할 파트너가 될 수 있는 50곳을 모두 찾아다녔다.


이 가운데서 카스가이 제작소만 유일하게 그와 같이 할 수 있었는데, 현재도 발뮤다와는 파트너 관계이다. 그는 이곳에서 금속을 절단하고 가공하는 기술을 익혀서, 그의 첫 작품으로 애플 노트북 거치대인 X-Base를 만들었다.


이후 그는 선풍기에 도전했다. 어떤 바람을 낼 것인가를 고민하며, 자신만의 예술혼을 담아 세상에 내놓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때 개발한 선풍기가 바로 그린 팬이다. 자연바람과 거의 똑같은 바람을 내보내는, 이중날개를 가진 선풍기가 탄생되었다.


그린 팬은 대박을 쳤고, 그것이 자신과 사회의 접점이 되어줄 것이라는 소망이 이루어졌다. “인간은 삶이라는 도화지에, 자신만의 방식으로 나를 표현한다.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함으로써, 삶의 목적을 찾고자 한다. 그런 꿈을 꾸고, 꿈을 실현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그리고 삶의 목적이 세상과 연결될 때,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된다.” 그린 팬이 그 매개 역할을 한 것이다.


그는 고등학교 때, 희망직업을 묻는 선생님의 질문에 반발해 자퇴했다. 그때 아버지는 황야로 가라면서, 유럽여행을 권했다. 그의 아버지는 자신이 감명 깊게 영화를 본 적이 있는데, 아들에게 영화를 보여주고 싶다며 하루 학교를 쉬라고 한 적도 있었다. 아버지 밑에서 그는 자유롭게 상상했고, 황야로 가서 도전심을 길렀다.


발뮤다는 디자인 가전업체라는 영역을 개척했지만, 다이슨처럼 아직 크게 성장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기존 제품들과는 사용경험과 디자인에서, 차별화된 제품을 지속 선보이고 있다. 해외진출도 아직 많지 않은데, 일본 다음으로 우리나라에서 발뮤다의 매출이 높다고 한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인 CEO이며, 디자이너인 테라오 켄. 그는 평범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나 같으면 고등학교를 자퇴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머니의 보험금을 가지고 해외여행을 갈 엄두도 못 내었을 것이다. 황야에 가라며, 아이들을 격려하지도 못할 것 같다.


유럽에서 그가 느꼈던 아름다움이, 음악실패 이후에 마치 마보로시(まぼろし, 환상)처럼 그의 길을 인도했다. 그의 미적 감성과 경험이, 그와 세상을 연결해 주는 가교를 만들어 주었던 것이다. 행운이 아니라 그의 간절함과 예술혼에 대한, 신의 따뜻한 손길이었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없는 아름다운 제품들을 앞으로 지속 발표하기를 기대한다. 간바레(がんばれ, 힘내라), 테라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