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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포국수 Sep 20. 2024

#13 - Letter of Thanks

for former Samsung CEO

지난 2년여 동안 경영화두를 던져놓고 많은 것을 생각하고, 글을 쓰면서 행복했습니다. 한 편의 에세이가 탄생하는 과정은, 녹녹하지 않았습니다. 길을 걸으면서, 출퇴근 때 운전을 하면서 저는 그 주제와 늘 함께 했습니다. 두 달에 한 번씩 감사저널에 기고하는 글을, 마음속으로 항상 가다듬었습니다. 한 편의 에세이를 송고하고 나면, 다음 호에 실을 주제와 에피소드들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행복한 쳇바퀴를 돌렸습니다.


작가적인 소양이 부족해, 감사 에세이를 쓰면서 힘들었습니다. 초안을 정신없이 휘갈기고 나서, 가다듬는 과정에 내용은 반 토막이 넘게 실종되고 말았습니다. 다시 이야깃거리를 가져다 붙이고, 편집을 반복했습니다. 경영학 서적과 강연들을 찾아보고, 제 생각과 경험들을 보태고 정리해야만 글 모양이 겨우 나타났습니다. 감사 에세이는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시리즈물로 만들어졌습니다.


경영화두를 CEO의 입장에서, 공정하고 객관적인 감사인의 시각에서 그리고 경영학과 교수의 관점에서도 생각했습니다. 경영과 감사는 대척점인 듯하지만, 기업경영에서 공존해야 하는 두 개의 축입니다. 기업경영에서 견제와 균형은 핵심입니다. 경영학의 백그라운드 없이, 기업의 경영활동을 논하는 것 역시 허무맹랑합니다.


저는 CEO도 아니고, 경영학과 교수도 아닙니다. 감사 에세이를 쓸 때 제가 직장에서 경험했던 내용들을 경영화두에 투영하면서, 차츰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그렇지 그때 이런 것들이 중요한 포인트였지, 그때 왜 내가 이런 생각들은 못해봤을까?’ 저 혼자 독백도 많이 했습니다. ‘CEO들은 왜 이런 것들을 소홀히 할까?’ ‘왜 교수들은 이런 것들을 학생들에게 가르치지 않는 것일까?’ ‘우리나라의 기업경영 수준이 과연 이 정도밖에 안되는가?’라는 주제넘은 생각들도 많이 했죠.


CEO는 교수들이, 기업 현장을 잘 모른다고 이야기합니다. 경영학 교수나 구루는, CEO들의 Naive 한 측면을 지적합니다. 양쪽 모두의 말이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느 한쪽의 이야기를 귀담아듣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기업은 돌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CEO가 장기휴가를 떠나더라도, 회사는 예전과 다름없이 잘 돌아가는 것처럼 말이죠. 실제 회사가 그때 잘 돌아갔는지 여부는 2~3년 정도는 지나 봐야, 판단이 가능합니다. 제 경험상 회사가 겉으로 잘 돌아가는 것과, 실제 잘 돌아가는 것은 별개입니다.


기업은 인류 역사상 가장 뛰어난 발명품이라고 합니다. 임직원들의 공동 목적의식은, 기업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원동력입니다. 기업의 경영원칙과 핵심가치에 대한 공감이 있으면, 기업은 작동됩니다. 임직원들은 헌신적으로 일합니다. 매일 출근할 때 가정사의 복잡함을 뒤로한 채, 사무실과 작업 현장에서 일에 몰입합니다. 이런 헌신적인 인재들 덕분에 기업은 꿈을 꾸고, 성장합니다. 기업은 이런 인재들이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활동의 장을 공정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저는 30여 년간 회사에 몸담고 살았습니다. 당시에 저 역시 제가 없으면, 회사가 돌아가지 않는다고 생각했죠. 제가 은퇴한 후에도 그 회사들은 지금도 돌아가고 있습니다. 저 역시 그 회사에 한 손을 보태었던 사람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저의 작은 보탬도 그 회사의 작동 시스템에 녹아들어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감사 에세이를 쓰면서, 제가 간직했던 경영화두를 하나씩 꺼내 곱씹어 봤습니다.


에세이 시리즈의 전체 제목은 ‘경영을 바라보다’입니다. 저는 회사에 있을 때 CEO가 되어 보지 못했지만, CEO들이 챙겨야 할 경영화두를 늘 생각했습니다. 은퇴한 지금도 직업병처럼 그 Ritual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18년간 귀양 갔던 정약용 선생은, 유배지에서 불후의 명저들을 남겼습니다. 그분은 저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으며, 앞으로도 제 인생의 롤 모델입니다.


실현될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던진 경영화두와 경험을 토대로 주제 강연이나, 후배들을 가르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기꺼이 나서겠습니다.


그동안 제 에세이를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 주신, 선배 사장님들께 머리 숙여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선배님들께 배운 것들을 제가 제대로 표현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선배님들을 생각하며, 글을 쓸 수 있어 행복했고 감사했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2023년 5월 (#13 에세이가 실렸던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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