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기
후배 양성 & 프레젠테이션 – 특기
이력서에 특기를 기입하는 칸이 있다고 하자. 그럼, 여러분들은 이곳에 무엇을 기입할 것인가? 나는 이곳에 후배양성과 프레젠테이션을 기입하고 싶다.
물론, 이제는 어딘 가에 이력서를 낼 나이가 지났지만 말이다.
후배 양성
후배 양성이라고 하면, 어떤 느낌이 드는가? 군대에서 요원들을 양성하는 것? 중국 음식점에서 설거지부터 시작해서 야채 다듬기, 요리보조 등을 거치는 요리기술의 전수과정?
나는 임원일 때 직원들과 일을 하면서, 보고서를 만들고 일의 진행방향을 되짚는 과정을 즐겨했다. 프로젝트를 같이 하면 자연스럽게 노하우가 전수되고, 아웃풋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 나는 후배들에게 고과를 잘 주는 것이 나의 미션이 아니라, 후배들에게 낚시하는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늘 강조했다. 나에게 후배 양성이란, 그와 같은 맥락이었다.
직원들을 수동적으로 만들고, 영혼 없이 일하게 만드는 것은 내 스타일이 아니다. 나는 주제를 선정하고, 그 주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그들과 먼저 공감했다. 빨강 펜 멘토링 방식으로 후배들을 깨우치고, 문제해결 방법을 습득하도록 가르치는 것이 좋았다.
선배는 언젠가 회사를 떠난다. 나 역시도 오래전에 떠났다. 선배가 떠난다고 해도, 후배는 그의 후배들과 일을 계속해야 한다. 그들이 제대로 훈련받지 못했고 능력이 부족하다면, 그 후배의 후배들 역시 못 배우게 된다. 레거시들이 얼마나 축적되어 있는가에 따라, 회사의 격은 당연히 달라진다.
옛날 한 선배가 술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같은 부서 선배가 일을 가르쳐 주지 않자, 그 선배가 퇴근하면 책상 서랍을 강제로 열어서 자료를 훔쳐본 적도 있다고 말이다. 자신의 자리에만 안주하기 위해, 조직이 공유해야 할 것을 독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조직에서 사람은 흐르는 물과 같아서 고여 있게 되면, 후배들이 성장할 수 없다. 선배는 떠날 준비를 하고, 그 노하우를 매뉴얼로 또는 매뉴얼화하기 어려운 것은 다양한 방법으로 후배에게 전수해야 한다. 후배는 이를 더욱 발전시켜야만, 그 기업은 100년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노사분규가 일어나는, 한계기업 이야기를 신문에서 접할 때 나는 가슴이 착잡하다. 그 기업도 선후배가 합심해서, 의견소통과 후배양성을 하지 않았을까?
후배들은 우리 조직의 미래다. 세대 차, 꼰대라고 선후배가 서로 비난만 할 게 아니다. 글로벌 기업들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펀더멘털을, 합심해 만들어야 한다. 400m 육상 계주선수들의 바통 터치와 같이, 사심 없는 리더십과 팔로우십을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프레젠테이션
나는 영업부서도 아니고 생산부서 출신도 아니었다. 경영층을 위해 문서를 만들고, 보고하는 것을 주 임무로 하는 지원부서 출신이다. 나의 성과물은 100% 보고서로 나타나야만 했다. 내가 작성한 보고서는 과장, 부장, 임원, 대표이사 등 단계를 거칠 때 잘 이해되고 의사결정의 밑자료가 되어야 했다.
따라서 정확하고 함축적이면서도, 다양한 옵션들에 대한 치밀한 검토가 필수적이다. 나는 이 보고서의 최종고객이 누구인지를, 항상 상정하고 만들었다. 최종고객이 누구인지를 알아야만, 내가 작성하는 문서의 Tone & Manner를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간부시절부터, 자기 완결적으로 보고서를 작성했다. 어느 순간부터 주위분들이 이 자료는, 내가 만든 것임을 자동으로 알게 되었다. 나는 ‘보고서 작성방법’을 주제로, 회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수년에 걸쳐 사내 강의도 했다.
워드로 작성된 긴 보고서를 축약, 디자인화해 파워포인트를 만드는 스킬도 훈련했다. 워드로 쓴 보고서가 읽는 당사자만의 용도라면, 파워포인트 자료는 대중에게 발표를 전제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다르다. 나는 파워포인트를 만들 때에는 감각적으로 디자인했고, 글과 도표로 표현할 것과 스피치로 처리할 것도 구분했다.
PT 발표 연습에도 시간을 투자했다. 관리팀은 임원전체 회의를 주관하는 부서다. 우리 부서는 회의 발표양식을 디자인하고, 현업부서에 송부하고 취합해 회의를 진행했다. 주관 부서로서의 발제 및 코멘트 자료도 만들어, 회의를 이끌어가야만 했다. 발표자료들을 물 흐르듯이 화면에 띄우고, 회의가 진행되도록 하는 역할을 담당했기 때문에 우리는 자칭 판돌이(음악 디스크자키처럼)였다.
판돌이를 오래 하면서, 문서의 작성뿐만 아니라 발표에 대해서 일가견이 생겼다. 그 출발점은 PT 스크립트를 없애는 것이었다. 내가 간부시절에 당시 임원들은, 발표자료와는 별도로 스피치용 스크립트도 따로 만들었다. 원고를 읽는 방식으로 발표하면 다이내믹하지 못하고, 회의 몰입도가 떨어진다. 판돌이 시절에, 내가 임원이 되면 스크립터 없이 발표하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스티브 잡스를, 프레젠테이션의 달인이라고 한다. 내 경험으로도 그런 자신감, 평판은 본인의 부단한 노력 없이는 안된다. 나 역시 PT자료를 독창적으로 만들 수 있지만, 이것을 소화해 발표하는 것은 또 다른 역량이다. 때로는 매크로 하고 때로는 마이크로 하게 어프로치 하면서, 대중을 몰입시키는 프레젠테이션은 마법과 같다. 이런 스킬은 지식의 깊이뿐만 아니라, 많은 시간을 투입해 연습해야만 가능하다.
나는 프레젠테이션을 좋아했다. 뉴스 앵커처럼, 교수처럼 크리에이티브한 콘텐츠를 자신의 관점으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분들도 자신의 프로필에 특기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없다면 개발하기를 권한다. 그렇게 개발을 위해 노력하다 보면, 자신만의 스토리와 상당한 실력을 배양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