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rect Answer
One more thing! – Correct Answer
회사가 새로운 사업을 하고 싶은 데 무엇을 할지 막막할 때, 전략 컨설팅을 받거나 비전 프로젝트를 실시한다. 핵심은 회사의 현재와 미래에, CEO가 큰 변화를 주고 싶다는 것이다. 이대로 회사가 운영되더라도 어느 정도 될 것 같지만, 경영환경의 급변에 대비해야 할 것 같은 강박관념이 들기 때문이다. 내 기억에 삼성은 다른 기업들과는 달리, 항상 위기의식을 가지고 경영활동을 한 것 같다. 글로벌 1위가 아니었기 때문일까?
1990년대 명실상부한 국내 1등 삼성은, 시선을 일찌감치 글로벌로 돌렸다. 그것도 글로벌 초일류기업이라는, 원대한 지점을 겨냥했다. 1993년 시작되었던 삼성 신경영의 그 목표점이었다. 물론 신경영의 단초에는 이와 같은 비전과 설렘도 있었지만, 현실에 대한 깊은 반성과 위기의식이 사실상 트리거가 되었다.
후쿠다 삼성전자 고문의 디자인 역량 분석보고서, 삼성 세탁기의 불량 제품을 커트 칼로 깎아 내던 품질관리 불감증, 미국 베스트 바이 매장에서 먼지를 뽀얗게 뒤집어쓴 채 최저가의 표시를 달고 있던 삼성 컬러 TV 등이 바로 그 트리거였다. 삼성 신경영 이후 벌써 30년이 훌쩍 지났다. 나는 이 거대한 변화의 과정에 28년간 삼성에 몸담았다. 나는 살아 움직이는 경영현장을 가까이에서 목도했고, 주요한 의사결정의 과정에 관련되어 있었다.
나는 경영학과 교수도 아니고, 기업의 CEO의 경험 역시 없다. 하지만, 나는 30여 년을 기업경영 현장에서 관리 스탭과 고위 임원으로 재직했다. 그리고 기회가 생겨서, 상근 감사도 경험했다.
삼성을 은퇴하고 나서 한 중견기업에서 상근감사로 재직하면서, 경영/감사 에세이를 쓰기 시작했다. 삼성 시절에 경영관리와 운영업무 등 경영활동을 했다면, 감사로서는 그런 경영활동을 제삼자의 관점에서 바라보게 된 것이다. 경영활동 과정에 문제점은 없는지, 프로세스에 개선할 점은 없는지, 내부통제나 컴플라이언스 차원의 리스크가 없는 지를 바라봤다.
경영활동을 추진하면서 성장 이면의 부작용, 전략적인 모순점이 없는지 나름대로 해부하면서 복기해야 했다. 이런 시각과 분석과정은 서로 다른 방향에서 출발했지만, CEO의 경영활동과 마찬가지로 경영이라는 피사체에서 만나게 되었다. 경영활동과 감사활동은 기업의 부가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상호 보완적인 관계임을 알게 되었다.
기업 경영에 있어서, 전지전능한 CEO는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대학교 때 내가 공부했던 경영학의 시각, 지식, 관점들을 실제 기업의 작동 메커니즘에서 찾기는 쉽지 않았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라는 거창한 말을 하지 않더라도, 때로는 리스크가 다분히 큰 경영활동과 의사결정도 있었다. 그래도, 기업은 돌아갔고 경영활동은 계속되었다.
그러나 지속가능기업의 틀에서 본다면, 일상적인 기업경영의 주요 이슈는 조금 엄정하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탁월한 기업이 되기 위한 과정과 일반적인 그것과는 좀 더 긴 시간이 지나야만, 그 궤적 차이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ESG 차원의 레벨, 치명적인 리스크에 대한 관리역량, 미래 성장사업에 대한 준비 여부 등에 따라 수많은 기업들이 사라져 간다. Fortune 500대 기업들 역시, 30년 정도 지나면 그 범주를 지키는 기업은 사실 별로 없다.
최근 수년간 카카오, 쿠팡, 신세계, 롯데, CJ, SK, LG, 삼성 등의 기업성과의 Up & Down 뉴스들을 접하면서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가 본업인 은행들도, 내부직원의 횡령과 부정 사건이 계속되고 그 규모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런 것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기업의 전략, 비즈니스 모델, 미래사업, 리스크 관리역량, 오퍼레이션 수준, 조직문화, 컴플라이언스, 거버넌스 등의 현주소에 대한 수많은 용어들이 떠오른다.
기업의 경영성과를 분석하는 유력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들은, 어떤 시각에서 기업을 바라보고 있는가? 그들의 기업보고서를 보고, 주식투자를 하는 개인 투자자들은 과연 어떤 정보를 캐치할 수 있는가? 바이 아웃을 전문으로 하는 PEF와 주주 이익환원을 강변하는 행동주의 펀드들은, 기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금융기관, 정부 규제기관, 노동조합, 임직원들은 또 그 기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기업 경영성과 가운데서 리더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나머지 80%는 팔로우십이라고 한다. 그러나, CEO들은 80% 팔로우십을 온전히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CEO는 그런 신성한 의무와 미션이 부여된 사람이다. 수많은 경영 이슈에 대한 의사결정에 그들의 경영철학, 도덕성, 사업적인 수완이 반영된다. CEO의 리더십이, 경영학과 기업경영에서 왜 중시되는지 두말할 나위가 없다.
CEO는 기업 경영의 꽃이다. 그들이 조직문화, 신규사업, 비전, 내부통제, ESG 경영을 어떻게 다루는지에 따라 기업의 양적/질적 성장은 달라진다. 나는 경영학 교수도 아니지만, 경영학 교수는 실제 기업 경영을 잘 모른다. 그리고 기업 현장의 CEO는 경영학의 메커니즘이나, 아카데미에 대한 백그라운드가 부족하다.
CEO도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바라보고 있는지, 자신의 의사결정이 어떻게 평가받고 있는지를 깨달아야 한다. 나의 에세이는 CEO에게 드리는 작은 목소리였다. 그리고, CEO를 꿈꾸는 야심만만하고 잠재능력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메시지였다.
팔로우십을 발휘해야 할 임직원들에게도, 경영 마인드를 고양시키고 싶었다. 미래 기업경영에 참여하게 될 대학생들에게는, 기업경영의 다양한 Examples을 보여주고 싶었다. 경영학과 교수 및 학생에게 Teaching 타깃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와 같은 기대들은 100% 나의 생각이며, 주제넘은 관점일 수도 있다.
기업활동에 정답은 없다. 정답 전략, 정답의 리스크 관리 역시 없다. 하지만 기업은 엄연히 전략과 리스크 관리를 실행하고 있다. 해당기업에 잘 어울리고 정답에 가까운 경영 모럴이면 좋겠고, 큰 방향성에서 맞는 궤적이면 좋을 것이다. 그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임직원들의 헌신과 노력, 운, 그리고 감동이 어우러진다면 그야말로 Exciting 한 기업이 될 것이다.
이런 회사라면, 모든 임직원들이 아침에 상쾌한 발걸음으로 출근할 수 있지 않을까? 요즘은 따르릉 시계 대신, 스마트폰의 알람이 직장인들의 아침을 깨운다. 바로 그 순간부터, 우리 모두는 경영을 바라보게 된다. 경영이란 무엇인가? 여러분의 철학과 가슴속에서, 그 정답을 찾아보기 바란다. 유토피아 적인 기업과 경영활동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여러분과 같이 했던 지난 몇 개월 동안, 나는 정말 행복했다. 신새벽에 글을 쓰면서, 다시 한번 경영을 바라보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