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처럼 상처 입은 사람들 곁으로
나는 어떻게 사랑해야 할까?
그 물음은 결국,
누구에게 사랑을 건네야 할까로 이어졌다.
고등학생이었을 때,
부모님의 권유로 한 MK(선교사 자녀) 캠프에 참가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나는 처음으로 다양한 MK 친구들을 만났고,
그 안에는 웃고 있지만 지치고 외로운 얼굴들이 많았다.
같은 MK로서,
그 친구들을 보는 것이 마음 아팠다.
언젠가 이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이,
조용히 마음 한편에 자리 잡았다.
그 후로,
나는 매년 여름마다 캠프에 교사로, 스태프로 참여했다.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던 시절에는
같은 학교를 다니는 MK 친구들을 위해
한국식 집밥을 해주며 교제하기 시작했다.
유학생활 중 한국 집밥은 귀했기에,
함께 모여 식사를 나누는 일은 자연스럽게
깊은 관계로 이어졌다.
결국 그런 자리들이,
정기적인 모임이 되었고
졸업 후 한국에 돌아와 자취를 시작하면서도
‘어쩌다 보니’ 같은 삶을 이어가게 되었다.
갈 데가 없는 아이들에게
내 방을 열어주고,
밥을 사주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였고,
함께 밥을 먹고, 웃고, 기도하며
작은 공동체가 되어갔다.
지금은 매주 목요일마다 기도모임이 열리고,
여름과 겨울엔 큰 수련회도 진행하게 되었다.
물론 나 혼자 한 일은 아니었다.
돕다 보니 같은 마음을 가진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고,
함께 기도하며 준비하며,
사역은 점점 구체화되어 갔다.
그런데 그 가운데,
내 마음을 가장 깊이 찌른 것은—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속에 깊은 상처를 안고 있는 친구들이었다.
MK들 가운데는
정말 다양한 배경을 가진 친구들이 있다.
하지만 유독,
마음 깊은 곳에 말을 꺼내지 못하고 살아온 이들도 많았다.
겉으론 밝고 씩씩했지만,
속은 울고 있는 친구들.
겉보다 깊은 이야기들을 안고,
누군가 알아주기를 기다리는 아이들.
나는 점점,
그런 친구들에게 마음이 기울었다.
그리고 사역의 방향도
조용히, 그러나 확실히 바뀌어갔다.
기회가 되어 전문 상담사분들을 만나게 되었고,
비슷한 고민을 품은 분들과 네트워크를 이루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친구들이 입을 열어주기 전까지
나는 그저 좋은 형, 좋은 오빠, 좋은 사역자로
곁에 있어주었다.
이 모든 사역은,
내가 소속된 선교단체
GMS(Global Missions Society)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GMS는 한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복음주의 선교단체 중 하나이며,
나는 이곳에서 복음의 본질을 지키며
아픔을 가진 이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가는 법을 배워갔다.
하루, 이틀, 한 주, 한 달이 지나면서—
어느 날, 아이들이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무너질 듯한 고백들,
어린 시절부터 이어진 상처들,
부모에게조차 말하지 못한 고통들…
나는 상담사가 아니었다.
자격증도 없었다.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사랑으로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 한 사람이었다.
나는 똑같이 대해주었고,
내가 받은 사랑을 똑같이 흘려보내려 애썼다.
가끔은 쓴소리도 해야 했지만,
그 아이들은 내가 사랑으로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게 관계는 쌓였고,
회복은 천천히 시작되었다.
신기한 건,
내가 처음으로 아픔을 이겨내고
돕게 된 대상은,
나처럼 구순구개열을 가진 이들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보다 먼저—
나처럼 상처를 가진,
나처럼 외로웠던 선교사 자녀들을 향해
내가 먼저 다가가게 되었다.
그리고 진짜
‘나와 같은’ 아픔을 지닌 아이들을 돕게 된 것은,
훨씬 나중.
내가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고 나서였다.
첫째와 셋째 아들이
구순구개열을 가지고 태어났고,
그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나는 또 다른 여정을 걷게 되었다.
그 이야기는,
다음에 천천히 나누려 한다.
지금 내게 가장 선명한 것은 이것이다.
내가 받은 사랑은 멈추지 않았다.
그 사랑은 흘러갔고, 지금도 흐르고 있다.
그리고 나는 기도한다.
언젠가 나처럼 외로운 이에게,
그 사랑이 ‘괜찮다’는 말보다 먼저 닿기를.
혹시 지금,
당신도 마음 깊은 곳에 꺼내지 못한 이야기가 있다면—
기억해 주세요.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지금은 캄보디아에서 선교사로 사역하고 있기 때문에,
MK 사역은 기존에 함께했던 동역자들에게 모두 위탁한 상태다.
나는 여전히 기도로 함께하고 있고,
사역의 실무는 신뢰할 수 있는 이들이 잘 이어가고 있다.
다음 이야기:
상처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더는 나를 묶어두지 못합니다.
이제 나는 나 자신과 화해하는 길 위에 있습니다.
그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하나님.
그 이야기를 이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