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플루트가 있다.
내가 초등학교 때 쓰던 야마하플루트.
낡았지만 더 이상 생산하지 않는 품번이라 희소성이 있다. 워낙에 소리가 좋았던 품번이다.
이사를 하며 플루트를 팬트리로 넣는 나에게
이삿짐센터 몽골인청년이 어눌한 한국말로
"이거 다른데 둬야 하지 않아요?"라고 했다.
"아니요~~ 괜찮아요~^^"라는 나의 말에
청년은,
"이거 좋은 건데. 방에 둬야 해요"라고 하셨다.
"어! 이거 아세요?"라고 물으니 청년은..
"알아요. 이거 저 15년 했어요."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정말 환하게 웃었다.
햇살처럼, 그때를 기억하는 듯.
그리고 다시 한겨울 추운 날씨에 땀을 흘리며
등에 무거운 짐들을 지고 나르며 이삿짐을 옮겼다.
마음이 아렸다.
청년이 잠시 꿈꾸는 듯, 행복한 표정으로 예전을 추억하던 미소가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