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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버섯 Aug 06. 2023

나는 버섯입니다.

나는 버섯입니다.

중학교에 다닐 때 친구들은 나를 버섯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누가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친구들도 선생님도 나를 버섯이라고 불렀습니다.


시간이 흘러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때에도 친구들은 나를 버섯이라고 불렀습니다. 이때쯤 친구들은 버섯이란 이름에 변화를 주었습니다. ‘버섯 껄렁, 독버섯, 버섯머리, 노란 옷을 입은 날엔 노란 버섯, 파란 옷을 입은 날엔 파란 버섯...’ 접두사와 접미사는 바뀌었지만 나는 여전히 버섯이었습니다.


좀 더 자라 대학생이 되어서도 친구들은 나를 버섯이라고 불렀습니다. 이때쯤 되자 나도 내 이름이 버섯인지 아닌지 헷갈릴 지경이 되더군요.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진짜 버섯 같아졌습니다.

20대의 나는 어둡고 그늘진 곳을 나는 좋아했습니다. 정말 버섯이 된 것처럼요.

어느 날 화분에 뿅! 나타났다가 갑자기 사라져 버리는 버섯처럼, 그 시절의 저는 친구들 앞에 갑자기 나타났다가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곤 했습니다.

작고 머리스타일이 동그랐으면 말랑말랑했습니다.     


버섯을 입에도 대지 않던 나는 언젠가부터 버섯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알았습니다.

계속 입으로 읊어주면 무엇이든지 사랑하게 된다는 것을요.


내 모습 같아 싫어하던 조그만 버섯을 어느 순간 나는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물컹거리는 식감이 싫어 입에도 대지 않던 버섯을 ‘버섯’이라고 불리다가 그만 그것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그늘 아래에 있어야 살 수 있는 버섯을 보며, 조금은 어두운 나를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그것이 나를 살게 할 테니까요.          


슈퍼에 가면 비싸지 않은 조그만 버섯을 사서

몰랑거리는 몸이 다치지 않게 살살 씻어 볶아 아이들과 함께 먹습니다.

모두가 엄마를 버섯이라고 부르니 아이들도 가끔 엄마를 버섯이라고 부릅니다.

저희 집 아이들은 버섯은 맛이 별로지만 우리 ‘버섯엄마’가 요리해 주니 맛있게 먹어야겠다면서 버섯요리가 나오면 우스개 소리도 합니다.     


나는 버섯입니다.

그토록 버섯이 싫었던 버섯이었던 나는 버섯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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