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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숄더 Sep 26. 2024

아무 쓸모없다고 생각되는 날에도

잘하고 싶었던 날이야

새엄마가 싫다고 말하지 못했던 어린 나/왜 우리를 돌보지 않느냐고 따지지 못했던 나/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던 나/눈치 없이 아무 말이나 하던 나/내 인생에서 뭐가 더 중요한지 생각하지 않은 나/나를 아끼지 않은 나/대책 없이 소비하고 꿈이라고 방황하던 나/뭐든 끝까지 하지 못하던 나/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 나/표정 관리를 못하는 나/감정이 태도가 되는 나/부당한 순간에 목소리를 내지 못한 나/무례한 사람 앞에서 바로 얘기하지 못한 나/내가 화를 내야 할 대상은 타인이었는데 늘 나를 탓했던 나/밤새 나를 질책하던 나.

그럴 수도 있지. 괜찮아~별거 아니야!라고 나를 위로하고 달래줘야 하는 내가 누구보다 나를 공격하고 탓했다. 자기반성이라는 이름하에 나는 나를 깎아내리고 무시했다. 나는 내가 싫었다. 할 말도 못 하고 제대로 하는 것도 없고 실수만 하는 어른답지 못한 내가 싫었다.  

내가 나를 싫어하니 타인이 나를 싫어하는 당연한 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남을 미워하는 일도 힘듭니다. 하물며 대상이 나라면 배로 힘들까요? 마치 나 스스로를 부정하는 악순환 속에서 길을 잃은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나를 미워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두려워지기 시작했어요. 정신을 차리고 늘 그랬듯 저는 서점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발견했습니다. 저를 정말 많이 위로해 준 책이에요.




<오늘처럼 내가 싫었던 날은 없다>


이 책은 직업 나이 성별 상관없이 다양한 사람들의 고민을 듣고 이야기를 나눈 저자가 들려주는 위로의 메시지입니다. 자신이 미워 힘든 이들이 나아질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 글로 정리된 책이고요. 한 챕터 한 챕터 내 마음을 알아주는 저자의 글을 읽으며 위안을 얻습니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에게 "나를 더 사랑하세요"라는 막연한 말을 하는 책이 아닙니다. 저자는 우리가 나를 어떻게 사랑하는지 몰라서, 어떻게 해야 행복할지 몰라서 고민이라고 해요. 그래서 그 고민이 정리되고 나아갈 방향을 찾아주고 싶어 합니다.


-나는 내가 왜 이렇게 미울까

-나는 왜 맨날 상처받는 걸까

-왜 아무도 내 마음을 몰라주는 걸까

-내가 너무 예민하고 생각이 많은 걸까

-어떻게 해야 나답게 살 수 있을까


총 5개의 파트로 구성된 글을 다시 읽고 쓰다 보니, 그 안에 제가 했던 모든 고민들이 담겨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사실은 저에게 조금 놀라웠어요. 결국, 우리가 겪는 모든 고민과 상처는 서로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을 수용하고 사랑하며, 나와 잘 지내는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그렇게 할 때 다른 상처들 역시 자연스럽게 치유될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내가 가장 싫었던 날은
사실 내가 가장 잘하고 싶었던 날입니다.
마음처럼 잘 안돼 내가 싫은 것입니다.
미워하지 마세요.
오늘 누구보다
가장 잘하고 싶었던 마음이 담긴
나의 날을
.


이 책은 자기 계발서처럼 명확한 체크 리스트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책을 읽었다고 한 번에 치유되고 나를 사랑한 것도 아니에요. 


다만 무의식이 다시 나를 탓하려고 할 때,

마음이 외로워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날

책을 펼치면 따뜻한 위로를 받을 수 있어요.


지금도 가끔 저를 탓하는 밤이 있습니다. 하지만 예전처럼 미워하기보다는 이제는 다독여주려고 해요.


 "오늘도 욕심 좀 부렸구나. 그렇게 잘하고 싶었어? 그래, 괜찮아! 잘했어! 대신 다음번에 더 나아지면 되는 거야~♡" 


이렇게 애정을 담아 스스로를 토닥여줍니다. 저와의 시간을 많이 보내고, 저와의 관계가 점점 좋아지니 마치 아이처럼 제게 어리광을 부리기도 해요. ‘본인에게 어리광을 부린다니, 그게 무슨 말이지?’라고 의아해하실지도 모르지만, 엄마나 연인에게 투정을 부릴 때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다만, 혼자 있을 때만 해요. 다른 사람이 보면 오해할 게 뻔하니까요! (ㅎㅎ)


이렇게 조금씩 저를 돌보고 사랑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때로는 실수하고 욕심을 부려도 저는 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앞으로도 스스로에게 더 많이 애정을 주고, 저와의 관계를 더욱 깊게 만들어가고 싶어요. 결국, 우리가 가장 오래 함께할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니까요. 여러분도 스스로를 조금 더 따뜻하게 보듬어주길 바랍니다.



사진: Unsplash의 Alexander Gr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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