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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숄더 Oct 23. 2024

며느리이기 전에 나는 '나'다

위기는 항상 기회를 따라온다


직장 생활과 아르바이트를 수도 없이 했는데도, 왜 나는 제대로 된 기술이나 능력이 없을까? 나를 가장 괴롭혀왔던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결국 하나였어. 몰입하지 못했기 때문이야. 나의 에너지를 온전히 쏟지 못하고, 조금 어려워지면 흥미를 잃고 내 적성에 맞지 않다며 그만두는 일이 반복되었지. 그렇게 내 꿈은, 가능성은 하나씩 사라졌어.


그러다 10년 만에 찾아온 새로운 기회를 만났어. 퇴사 후 영상 편집을 배우고 자신감이 생겼을 때였어. 마침 영상 일을 하는 친구가 치앙마이 한 달 살기를 제안했거든. 남편도 이해해 주었고, 치앙마이에서의 시간이 내게 어떤 변화를 줄지 기대가 컸어.


하지만 출국 당일, 시댁에 일이 생겼어. 시부모님은 내가 남편을 두고 해외에 가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귀국을 요구하셨지. 나 역시 며느리이고, 그동안 시부모님께 많은 배려를 받았기에 마음이 편치 않았어.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선택을 하고 싶었어. 40살인 내가,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한 결심이었어. 며느리라는 역할에 갇히지 않고 나의 인생을 살아가겠다는 다짐. 한참을 고민하다 나는 계획대로 떠나겠다는 입장을 전했어.


그 결심 이후 마음은 여전히 무겁고 복잡했어. 나를 응원하고 지지해 주던 시부모님과의 갈등, 그리고 친정 부모님께까지 상황이 전해진 것 역시 큰 부담이 되었거든. 누구보다 나를 사랑해주시는 친정 아버지에게까지 걱정을 끼쳐드렸다는 죄책감이 들었어. 그러나 나 역시 한 사람의 성인으로서 내 인생을 살아갈 권리와 책임이 있어. 귀국했다면 평생 남편을 원망하며 결혼을 후회했을지도 몰라. 지금 이 결정을 통해서 나는 나와 가정 모두를 지키는 길을 택했다고 생각해.


시간이 지나면서 시부모님께도 응원 메시지가 왔고, 남편은 계속 나를 지지해 주고 있어.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내가 먼저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해. 여전히 불안감과 책임감에 마음이 무거울 때도 있지만, 지금 내가 할 일은 내 선택에 최선을 다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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