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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숄더 Oct 25. 2024

치앙마이로 향하는 첫 발걸음

10년 만의 해외여행, 그것도 치앙마이에서 두 달 살기?

2024.09.20 치앙마이로 떠나는 날의 기록


분명 어젯밤까지는 잠잠했는데 왜 하필 오늘 비가 오는 거지? 아침부터 가방 걱정, 날씨 걱정, 터미널까지 타고 갈 밴마저 안 잡혀서 예민해졌어. 트렁크가 너무 큰 데다 배낭까지 있어서 택시보다는 밴이 더 나을 거라고 판단해서 카카오 택시 앱에서 밴 예약을 했거든. 하지만 연이은 예약 실패에 내 표정은 점점 굳어갔어.


그런 내 주변을 왔다 갔다 하던 남편이 기사 노릇을 자처하고 나섰어. 야간 근무를 하고 막 퇴근한 그이기에 일부러 부탁하지 않았던 것인데 내가 티를 많이 냈나 봐.

-가는 날까지 귀찮게 하네.

무심한 듯 장난을 치며 먼저 말해준 그가 고마웠어. 


오늘 메고 온 배낭은 작년 겨울에 산악인이 될 줄 알고 구입했던 노스페이스 배낭이야. 작년 겨울 등산에 취미를 붙이고 장비를 구입하던 시기에 샀던 배낭인데 그 가방이 오늘에서야 빛을 발하네. 기내용 트렁크 대신 선택된 배낭은 짐을 가득 넣어도 8킬로 조금 넘더라고. 어깨가 빠질 듯 무거웠지만 항공사가 제시한 기준에 맞출 수 있어서 다행이었어. 거기다 방수 커버까지 있으니 얼마나 좋아.


문제는 캐리어였어. 두 달 살기를 하려니 이것저것 챙길게 많더라고. 그래서 대형 캐리어를 새로 샀는데 캐리어 커버를 안 산 거야.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설마 비가 오겠어'라고 안일하게 생각한 거지. 근데 당일에 비가 오지 뭐야. 오늘 쏟아지는 빗줄기를 보면서 새로 산 캐리어가 비 맞는 꼴을 도저히 못 보겠더라고. 다이소를 그렇게 들락날락했는데 방수 커버는 왜 안 샀던 건지 내 우둔함을 탓하며 부랴부랴 터미널 맞은편에 있는 다이소로 달려갔어.


하지만 그 다이소에는 트렁크 커버가 없더라고. 어쩔 수 없이 롯데마트에서 팔고 있는 커버를 구매를 했고 내 캐리어보다 사이즈가 작은 거였어. 다 큰 형이 동생 옷을 입은 것처럼 캐리어를 다 덮지는 못했지만 80 프로라도 덮는 게 어디야. 이 마저도 감사했어.


꾸역꾸역 커버를 씌우고 건너편 터미널로 가 전용버스를 타고 신나게 달리니 금세 인천공항에 도착했어. 버스에서 내리고 캐리어를 받아둔 순간부터 진짜 실감이 나더라고.

'나 진짜 여행 가는구나'


나는 제1 여객터미널에 내려서 제주항공 카운터로 갔어. 가방 무게 때문에 직원에게 물어보려고 했는데 셀프 수화물 기기에서 하면 된다고 하는 거야. 화면에 나오는 대로 여권을 보여주고 트렁크를 실었더니 거의 5분 만에 수속이 끝났어. 10년 전에 갈 때는 한 3시간 정도 기다렸던 것 같은데 너무 편해져서 좋았어. 막 도착한 친구 수하물도 같이 붙인 다음 입국 수속을 하고 면세점 구경하려고 들어갔어. 근데 생각보다 볼 게 없어서 그냥 파리바게뜨에서 샌드위치 사 먹었어.


탑승 시간까지 한 시간 정도 여유가 있어 커피 한 잔 하면서 친구랑 이것저것 수다 떨며 기다렸어. 비가 와서 30분 정도 연착 됐지만 그 시간마저도 금방 지나가고, 우리는 안전하게 치앙마이에 도착했지. 치앙마이는 다행히 비가 오지 않았어. 친구와 나는 그랩으로 택시를 부르고 공항 밖으로 나갔어.


"나 진짜 태국에 왔어!"

 

공항 문이 열리고 치앙마이의 더운 공기를 들이마셨어.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 들면서 그리운 고향에 온 듯 편안한 기분이 느껴지더라. 화려한 관광지가 아닌, 도시의 일상적인 모습들. 길가를 오가는 오토바이와 차들, 상점에서 바쁘게 일하는 현지 사람들, 그리고 조금 낡은 건물들. 이 모든 것들이 나를 조금씩 이 도시에 끌어당기고 있었어. 우리를 숙소까지 태워주신 기사님은 처음부터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으셨어. 트렁크에 캐리어를 싣고 내릴 때도 엄청 소중하게 다뤄주시더라고.  그들의 친절함과 여유로움이 공기에 배어 나오는 듯했어. 나는 친구를 따라 서툴지만 진심을 담아  "코쿤카" 하며 인사를 하고 숙소 입구로 몸을 돌렸어. 늦은 시간이어서 조용히 방으로 올라와 대충 짐을 풀고 후다닥 씻은 다음 잠자리에 들었어. 이제 진짜 치앙마이에서 생활이 시작되는 거야. 이곳이 나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거라는 확신이 들어. 낯설고 긴장되고 설레고 새로운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너무 기대돼. 


앞으로 나의 치앙마이 여행기를 기대해 줘!!


tip: 

-기내용 캐리어에 무게 제한이 있다고 안내받았지만 실제로 무게를 재지 않았어. 그걸 알았다면 마음껏 짐을 챙겼을 거야. 

-제주항공 수하물 무게는 15Kg로 공지되지만 실제로 부칠 때보니 17kg까지 무료로 통과되더라.

여행 계획이 있다면 참고하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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