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친구랑 주말 마켓에 가는 날이야. 소품이나 옷, 가방 등 구경하는 걸 좋아하는 내가 치앙마이 오기 전부터 가장 기대했던 곳이지. 우리는 아침부터 부지런히 씻고 준비를 마쳤어. 치앙마이 주말마켓은 일찍 열고 일찍 닫기 때문에 빨리 움직여야 했거든. 아마도 치앙마이 날씨가 뜨거워서 그런 게 아닐까 싶었어.
찡짜이 마켓
우리가 도착한 첫 번째 마켓은 찡짜이 마켓이야. 운영시간은 아침 6시 30분부터 오후 2시까지로 되어 있더라고. 그랩을 타고 마켓으로 향했어. 마켓 입구에 내려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을 보니까 심장이 두근두근했어. 이런 분위기 정말 좋아하거든. 찡짜이 마켓은 주말에만 열리는 마켓이라 천막을 친 부스가 쭉 이어져 있어. 부스마다 판매하는 물건이 여러 가지이기 때문에 구경하는 재미가 아주 쏠쏠했어.
동남아로 여행을 가게 되면 라탄 제품을 꼭 사겠다는 나만의 다짐이 있었거든?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입구에 있는 라탄 가방 매장을 발견한 거야. 거기다 내 마음에 쏙 드는 가방을 발견했지 뭐야. 디자인도 사이즈도 제각각인 그곳에서 나는 제일 큰 가방을 골랐고 가격은 590 바트였어. 원화로 바꿨을 때 비싼 가격이 아니기 때문에 바로 사려고 했지. 친구가 그런 나를 말리며 한 바퀴 돌고 나서 사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일단은 좀 더 둘러보기로 했어.
계속 보다 보니까 치앙마이에는 핸드메이드 제품이 많더라. 도자기, 자수, 목공예품 등 태국 사람들 손재주가 좋아서 그런 것 같아. 아기자기하게 집에 꾸며놓을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었고 빈티지 제품도 많이 보였어. 빈티지 제품은 원래 유니크하고 세상이 하나밖에 없는 느낌이라서 좋아하는 편인데 이곳에서는 일반 새 제품보다 빈티지 제품이 더 비싸더라고. 그래서 빈티지 제품을 구매하지 않고 처음 봤던 가방을 구매했어.
찡짜이 마켓은 구경하는 재미는 있지만 딱히 살만한 건 없었어. 가격이 조금 비싼 편이었고 굳이 여기서 사야 할 만큼 특별한 건 아니었거든. 3박 4일 정도 치앙마이에 여행 온 관광객 입장이었다면 구매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두 달 정도를 머물 거 기 때문에 급하지 않았어. 그래서 다음 마켓으로 넘어갔지.
코코넛 마켓
우리가 두 번째로 간 마켓은 코코넛 마켓이고 운영 시간은 아침 8시부터 오후 2시까지야. 여기는 코코넛 나무들이 쭉 있기 때문에 사진을 찍으러 많이 온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일부러 위아래 하얀색 옷으로 입고 갔어. 초록색 가득한 코코넛 숲 앞에서 하얀색 원피스를 입고 사진을 찍으면 얼마나 예쁠까 하는 생각을 했거든.
우리는 찡짜이 마켓에서 코코넛 마켓으로 갈 때 쏭태우를 타고 이동하기로 했어. 평소에 치앙마이를 걷다 보면 빨간색 버스같이 생긴 게 많이 지나갔는데 그게 쏭태우야. 가격은 정해져 있지 않아서 흥정을 해야 했고 그랩 택시비랑 비교해서 적당한 선에서 흥정하고 타고 가면 돼. 물어보니 친구도 타본 적이 없다고 하길래 호기심 삼아 같이 이용해 보기로 했어. 두 사람 기준에 100 바트였어. 더 흥정을 할 수 있긴 했지만 귀찮으니까 그냥 오케이 하고 탔거든. 승차감이랑 맞바꾼 재미를 원한다면 추천. 그 외에는 그랩 택시를 추천해. 엉덩이가 아팠고 창문을 열면 시원하지만 흙바람이 들어오기 때문이야. 그리고 천장이 낮아서 머리를 자주 박았어. 놀이기구 타는 느낌이라 재밌었지만 두 번 타고 싶은 생각은 없었고 장거리는 힘드니까 단거리 이동 시에 체험해 보는 정도로만 추천할게.
우린 드디어 두 번째 마켓인 코코넛 마켓에 도착했어. 찡짜이 마켓보다 코코넛 마켓에 사람이 훨씬 더 많았고 조끔 구경하다 보니 왜 많은지 알겠더라고. 우선 이곳에서는 맛있는 음식도 많이 판매를 하고 있어. 코코넛 마켓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맛있는 냄새가 솔솔 나더니 여기저기에서 먹거리를 팔고 있더라고. 닭꼬치, 소시지 꼬치, 그릭 요거트 등 종류는 다양해. 나는 치앙마이에서 처음 먹어보는 음식들이라 친구 뒤에 서서 친구가 하는 대로만 지켜봤어. 이날 그릭 요거트를 먹었는데 그 자리에서 신선한 과일과 야채를 잘라주시더라고. 게다가 진짜 벌집이랑 벌꿀을 뿌려주시는데 65 바트 밖에 안 했거든. 진짜 저렴하지?! 정말 너무 맛있게 먹었어. 아보카도도 생 아보카도를 잘라서 넣어주셨고 바나나도 생 바나나를 껍질 벗겨서 잘라 주셨어. 신선하게 먹으니 얼마나 맛있던지. 꾸덕꾸덕한 그릭 요거트도 내가 좋아하는 맛이었어. 그 외에 먹었던 음식들도 다 맛있었고 다음에도 또 가서 맛있게 먹을 거야.
이제 배도 채였으니 슬슬 쇼핑이나 해볼까? 소화도 시킬 겸 마켓을 천천히 둘러보기로 했지. 치앙마이는 자수 제품이 많더라고 손으로 하시는 건지 재봉틀로 하시는 건지 모르겠지만 일반 옷보다는 가격대가 조금 있어. 하나 정도는 소장해 볼까? 고민하긴 했는데 한국에서는 막상 입지 않을 것 같아서 그냥 패스하고 무난한 원피스를 하나 골랐어. 숙소에서 샤워하고 갈아입기도 편하고 밖에 나갈 때도 시원할 것 같았거든. 그리고 전체적으로 돌아보니까 첫날 갔던 와로롯 시장, 오전에 갔던 찡짜이 마켓까지 아이템이나 옷이 다 비슷하더라. 더 이상 쇼핑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코코넛 숲 구경하고 주변 경치 보면서 힐링 타임을 가졌어.
잠시 쉬었다가 근처 푸드트럭에서 땡모반 한 잔 먹고 목도 축였으니 다시 구경 좀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돌아다니다 충격을 받았어. 찡짜이 마켓에서 구매했던 라탄 가방이랑 똑같은 가방들이 걸려 있었는데 가격이 200 바트나 저렴한 거야!!
세상에...
사이즈가 다른 건가 싶어서 비교해 봐도 같았어. 태국돈 200 바트는 한국돈으로 8000원 정도거든. 아무리 괜찮은 척해보려 해도 뭔가 바가지를 쓴 느낌이라 멘붕이 오는 거야. 그 순간 깨달은 게 있어. 내가 초보 여행자다 보니까 쇼핑할 때 한국보다 저렴하면 좋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현지 물가를 고려해서 비교해야 했다는 거야. 한국이랑 비교하면 다 저렴하거든. 그렇지만 치앙마이 내에서의 물가가 있으니까 그것들과 비교를 했어야 해. 그리고 조금 비싸면 깎아야 해. 나는 한국보다 싸니까 깎지 말자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200 바트나 차이가 나는 걸 보니 무조건 깎아 달라고 말을 해야겠더라고.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무조건 디스카운트를 외쳐. 충분히 비교하고 어느 정도 기준에 맞으면 무리에서 깎지 않지만 차이가 날 때는 꼭 흥정하도록 해.
코코넛 마켓은 차광막이 많이 쳐져 있어서 뜨거운 햇빛에도 불구하고 돌아다니는데 많이 힘들지는 않았어. 찡짜이 마켓보다 코코넛 마켓이 훨씬 볼 것도 많고 먹을 것도 많고 즐길거리도 많아. 그래서 나는 코코넛 마켓을 추천해. 인생사진도 건질 수 있으니 참고해.
참차 마켓
그리고 마지막 참차마켓으로 이동했어. 참자마켓은 두 마켓이랑 거리가 있기 때문에 앞선 마켓 두 곳을 구경하고 참차 마켓을 가거나 반대로 참차 마켓을 먼저 들리고 나머지 두 곳을 가는 게 나을 거야. 우리는 그랩을 타고 이동했어. 참차마켓은 3시까지 운영하는데 우리가 도착한 시간이 2시 정도여서 빠르게 구경을 해야 했지. 참차마켓 첫인상은 예술인 마을 같았어. 판매하는 상품들이 비슷한 게 없고 다 개성 있고 자유로운 분위기였거든. 그래서 좀 더 재밌었달까. 정말 특이한 게 많더라고. 그만큼 가격이 있지만 유니크한 걸 원하는 사람에겐 천국이야. 나도 마음에 드는 옷이 있었는데 민소매 나시티 상. 하의 세트로 한 1300 바트였던 거 같아. 한참을 고민하다 포기했어. 옷에 퐁퐁이가 잔뜩 달려있어서 세탁하기도 어려울 거 같고 무엇보다 한국에서는 전혀 입을 수 없는 옷이었거든. 결제 직전까지 갔다가 다행히 정신을 차렸어. 결국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렸지. 그 뒤로도 몇 곳을 더 구경하긴 했지만 아이쇼핑으로만 만족했어.
참차 마켓은 이전 마켓들하고 분위기가 정말 달랐기 때문에 제일 재밌었어. 다만 구경할 시간이 얼마 없어서 다음에 다시 와야겠다고 마음먹었지. 그리고 잠시 후 종료를 알리기라도 하듯 비가 쏟아졌어. 치앙마이에 도착해 매일매일 비를 만나고 있어. 그래서 우산이나 우비는 꼭 챙겨서 다녀야 해.
오늘 세 군데 마켓을 돌면서 든 생각이 있어.
핸드메이드 제품의 가치를 어떻게 매길 것인가?
얼마를 지불해야 하는 것인가?
나도 한때 그림을 그렸으면서 핸드메이드 제품을 두고 비싸다는 말만 한 거 같아서 부끄러웠어. 이에 대해 옳다/그르다 할 일은 아니지만 내가 그 정도의 여유나 안목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거든. 하지만 나는 그냥 현실주의자인 걸로 할게.
아! 그리고 여기 와서 조금 달라진 게 있어. 오늘 내가 하얀색 블라우스와 롱치마를 입었는데 비가 오는 바람에 많이 더러워졌거든. 흰 옷이 더러워지는 걸 극도로 싫어하던 내가 여기서는 그럴 수 있지라고 받아들이고 있더라고. 어쩔 수 없기 때문이지만 강박이 조금 누그러졌어. 형식과 계획, 틀과 규칙에 얽매여 살다 보면 스트레스받는일이 많아져. 내가 바꿀 수 있는 영역 밖의 일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지. 그런데 약간의 흐린 눈을 하면 살기가 더 편하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됐지.
극 J인 나는 극 P인 친구 덕분에 매일 계획에 없던 일을 하고 계획을 변경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뒤죽박죽 되는 생활을 하고 있지만 덕분에 새로운 것도 많이 발견하게 되는 것 같아 재밌어. 이렇게 살아도 충분히 살아진다는 걸 왜 몰랐을까. 그동안 나는 너무 강박적인 삶을 살았던 것 같아. 한국에 돌아가면 조금 더 느슨하게 살려고 노력해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