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에서의 첫 무에타이 도전
치앙마이에 오면서 꼭 해보고 싶었던 것이 있었어. 바로 헬스와 무에타이 중 하나를 꾸준히 해보는 거야. 이곳에서 새로운 취미를 시작해보고 싶었거든. 하지만 숙소 근처에는 마땅한 무에타이 체육관이 없어서 조금 멀리 있는 원데이 클래스 수업을 신청했어.
체육관에 들어선 순간, 첫 느낌은 ‘체육관을 잘못 골랐나?’ 하는 불안함이었어. 유튜브에서 보던 다른 체육관들과 다르게 크기도 작고 낡았을 뿐 아니라, 발을 디딜 때마다 바닥이 땀으로 젖어있는 느낌이 들었거든. 스스로에게 “운동하는 곳이 원래 다 이렇지 뭐”라고 세뇌해보려 했지만, 걱정은 줄지 않더라고. 게다가 원데이 클래스에 나 혼자밖에 없다는 사실도 불안함에 한몫했어. 많은 코치들이 나만 바라보는 어색한 상황이었거든. 극 I인 내가 무슨 용기로 이걸 하겠다고 했던 걸까. 다시 한번 나의 무모함을 탓하며 수업을 시작했어. 이미 몸은 이곳에 있고, 도망칠 수는 없었으니까.
나는 체육관 직원에게 카메라로 수업 장면을 기록해도 되는지 물었고 흔쾌히 허락해 줬어. 심지어 카메라 위치까지 챙겨주는 모습에 고마움을 느꼈어. 다만 내 영어 실력 때문에 대화가 서툴러 그 친절함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했다는 게 아쉬웠지.
약속한 3시가 되자, 기존 회원들과 함께 몸을 풀고 있었어. 그때 원데이 클래스에 지원한 외국인 단체가 들어왔어. 나는 함께할 동료가 생겼다는 사실에 감사했어. 하지만 이 감사함은 곧 불편함으로 바뀌었지.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그들은 서로 편하게 대화하며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지만, 나는 단어 몇 개로만 대답하는 상황에 처했고 점점 경계선이 그어지는 듯했거든. 특히 쉬는 시간이 되면 그들은 무리 지어있었지만 나는 혼자여야 했어. 나를 챙기는 코치진의 이야기조차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지.
그러면 운동하는 시간이 더 나았냐고? 그렇지도 않아. 기본적인 펀치와 발차기 동작 외에 코치를 가격해야 하는 순서였어. 코치가 배를 차라는 거야. 무에타이는 스포츠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지만 차마 세게 찰 수 없었어. 코치는 계속 큰소리로 “power!”를 외쳤지만, 나에게는 어색하고 어려운 동작이었어. 상대를 공격하는 이런 움직임이 내게는 낯설기만 했거든. 결국 무에타이는 내게 맞지 않는 운동이란 생각이 들었고 설렁설렁 수업이 끝나기만을 기다렸어.
수업이 끝난 후에 기념으로 코치들과 사진이라도 찍고 싶었지만, 마음과 달리 나는 도망치듯이 빠르게 체육관을 빠져나왔어. 초라해진 마음을 다독이며 근처 카페로 들어가 커피를 시켰어. 그런데 여기저기서 영어가 들려와서 피곤함이 몰려왔어. 여행 중 언어가 주는 자신감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깨달은 순간이었지.
치앙마이 여행을 시작한 지 딱 열흘 되는 날이야. 생각해 보니 열흘동안 계속 친구와 함께 했더라고. 오늘은 여러모로 내가 작게 느껴지는 날이었어. 혼자 낯선 땅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이기도 했지. 8살 때 혼자 학교를 등교하던 순간보다 더 긴장된 하루였어.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맥주라도 한 캔 사고 싶었지만 그냥 녹차 음료로 갈음했어.
이 여행은 단순한 즐거움이 아니라 새로운 환경 속에서 나를 발견하고 성장시키기 위한 과정임을 다시금 깨달았어. 타국에서 겪는 이런 소소한 경험들마저 언젠가 나에게 큰 자양분이 될 거라고 믿거든. 모든 일정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온 친구에게 오늘 일을 이야기하며 남은 시간을 마무리했어.
오늘은 많이 작아졌지만, 내일은 조금 더 단단해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