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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숄더 Sep 19. 2024

조금 다른 길을 걷고 있어도 괜찮아

너는 충분히 잘하고 있어.

고등학교 때까지 나의 꿈은 화가였다. 그러나 그 당시 미술 쪽 진로가 지금처럼 다양화되기 전이라 부모님은 반대하셨고 제대로 된 미술교육을 받은 적 없는 나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고3인 내가 할 수 있는 건 공부뿐이라는 생각에 쉬는 시간에도 공부를 했다. 그 당시 나는 심리학과에 가고 싶었고 성적을 조금만 올리면 지원해 볼 수 있을 듯하여 부모님께 상의드렸다. 그러나 부모님은 단호하게 반대하셨고 뜻을 따르지 않을 경우 대학 진학에 필요한 모든 자금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통보하셨다. 미술도 공부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나는 늘 포기해야 했고 내 삶의 주체가 내가 아니라는 사실이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결국 나는 부모님이 원하는 과에 진학했지만 1학기 만에 휴학을 했다.

그리고 나의 방황이 시작되었다. 짐을 싸고 집에서 나와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지냈다. 그때 같이 아르바이트하던 오빠의 칭찬 한마디에 솔깃해 여군을 준비하겠다고 까불다가 포기했고 돈이나 벌자며 공장에 취직했다가 너무 힘들어서 결국 그만두고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그러나 또 갈등이 생겨 아예 자퇴를 한 것이다.

그 뒤로 부모님께는 말하지 않고 객지로 떠났다. 나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에서 살고 싶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처음으로 직장다운 직장에 취직했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친구들과 어울려 놀았다. 인생 계획은 없었다. 하고 싶은 것도 없었다. 꿈같은 건 꿀 생각도 않고 그냥 그렇게 살았다. 아빠 말대로 취직도 했으니 더 이상 신경 쓸 일은 없었다.

그러다 옆구리에 바람이 들었다. 남들은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데 나는 인천으로 갔다. 고등학교 친구들과 다 같이 상경의 꿈을 꾸었으나 현실과 타협해 인천으로 간 것이다. 인천에 가면 성공해서 부자가 될 줄 알았다. 그때 나이 27살이었는데 참 철딱서니가 없더랬다.

막상 여러 일자리에 지원하고 면접도 봤으나 생각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우연히 강남에 취직해 들떴던 적도 있다. 그러나 보름 만에 그만두었다(이야기하자면 끝이 없으니 넘어가자)

여하튼 그렇게 1년을 방황하다 결국 원래 근무하던 회사에 재입사를 했다. 나는 완전히 정착했다(고 생각했다.)

슬슬 자리를 잡고 결혼도 생각하던 그때가 30살이었는데 믿던 도끼에 사기를 당했다(하.. 이 이야기도 넘어가자) 나는 보증금과 퇴직금까지 빚 갚는데 다 써야만 했다. 그리고 부모님 집으로 10년 만에 들어가게 되었다. 시간이 흘렀으니 새엄마도 많이 변했을 거라 기대했었다. 심적으로 힘들 때라 가족들에게 의지하고 싶었던 내가 새엄마와의 갈등을 얕잡아 본 것이다. 결국 1년도 채 안 돼서 다시 집을 나왔다.


 

그렇게 흐르고 흘러 저는 40살이 되었습니다. 어느새 인생의 절반을 살았고 뒤를 돌아보니 한숨만 나왔어요. 요즘 젊은 친구들은 알아서 척척척 다 잘하던데 나는 그때 무얼 했었나 하는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결혼을 하고 가족이 생겼지만 계속 불안했습니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그대로 가라앉아버릴 거 같았거든요. 호수에 떠다니는 오리처럼 쉴 새 없이 발을 휘젓고 있었어요. 그때 친구가 나지막이 한마디 했습니다.


“J야, 나는 네가 똑순이라고 생각해. 뭘 하든 열심히 하고 알뜰살뜰 잘하고 있잖아. 근데 계속 불안해하고 방황하는 게 안타까워. 너 지금 잘 살고 있어!!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면서 눈물이 났습니다. 친구도 덩달아 눈시울이 붉어졌고 우리는 서로 당황해서 울며 웃었습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주위가 선명해졌어요.

영화에서 콘크리트 조각들이 공중에서 떠돌다가 다시 땅으로 떨어지는 장면처럼, 제 주변의 불안이 서서히 가라앉는 걸 느꼈습니다. 그리고 고요해졌어요.


“넌 지금 잘하고 있어” 


저는 이 한마디가 듣고 싶었던 거예요.

그동안 저는 저를 엄격하게 대했고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3자의 눈에는 내가 잘하고 있다니요...

그 친구는 종종 얘기했었습니다.

 “ 좀 쉬면 안 되니?”라고요.

그동안 저는 쉬면 안 된다고 대답했었는데.. 이제는 조금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 나 이 정도면 잠깐은 쉬어도 돼.'

그리고 책장을 보다 책 한 권을 꺼내 들었어요.

예전 북페어 때 사놓았던 에세인데 제목에 이끌려 샀던 기억이 났습니다.



#누구의 삶도 틀리지 않았다

이 책은 각자 다른 이유로 제주에 내려와 생활하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서핑을 위해 제주로 이주하여 노동과 쉼의 균형을 중요시하며, 심플한 삶을 추구하는 김태호 씨/ 제주에서 만나 사랑에 빠져, 경제적 안정성보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삶의 질과 행복을 얻은 프리랜서 부부/다양한 직업과 신체적 사고로 인한 어려움을 겪으며 삶의 간소함을 깨달은 운동선수출신 리조트 룸메이트/정규직의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제주로 이주해 독립서점을 운영하며 삶의 의미를 찾은 그녀의 이야기/그 외에도 캘리그래피 작가와 부부공연단 그리고 목수를 꿈꾸는 약사의 이야기까지.


이들 각자의 이야기는 불안한 현실과 변화 속에서도 자신의 길을 찾고자 하는 저에게 유용한 통찰을 제공했습니다. 이들은 스스로의 필요와 욕구를 이해하고, 공동체와 도움의 중요성을 인정하며, 자유와 책임의 균형을 찾으려는 노력 속에서 자신만의 삶의 의미를 찾았어요.


이 책은 우리가 조금 다른 길을 걷고 있을 때, 그것이 틀린 길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자신의 길을 찾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조금 다른 길이야말로 우리만의 독특하고 의미 있는 여정을 만들어준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기도 하고요.


이 책을 읽으면서 저는 그들이 부러웠어요.

누가 저더러  “너도 제주에 내려가. 이렇게 살아!”라고 한다면 달려갈 용기는 없습니다.

다만 각자의 기준과 가치관대로 삶을 살아가는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느긋하게 삶을 대하는 태도는 따라 해도 되지 않을까'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습관이라는 게 하루아침에 바뀌진 않네요. 저는 여전히 바쁘게 지내고 있거든요.^^

영상 편집을 배우고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영어도 배웁니다.


달라진 게 있다면 마음 가짐일 거예요. 지금은 초조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좋아서 하고 있거든요.

그동안은 급하게 뭔가를 이루려는 조바심이 저를 실패로 이끌었어요. 당장 결과를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불안했던 거죠. 지금은 걱정에 쓸 에너지를 '어떻게 하면 결과물로 만들까' 고민하는 에너지로 쓰고 있습니다.


각자의 인생에는 한 가지로 정의할 수 없는 다양한 길이 있습니다. 종종 우리는 스스로에게 “이 길이 맞는 걸까?”라는 의문을 던지며, 남들과 다른 길을 걷는 것을 두려워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 다른 길을 걷는 것이 결코 틀린 길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여러분 중에는 불안과 초조함 속에서 살아가고 계신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잠시 멈추어 서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그동안 끌려오느라 목이 마른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누구의 삶도 틀리지 않았습니다. 다만, 서로 조금씩 다를 뿐이에요. 저도 이제 막 새로운 길을 시작했습니다. 여러분도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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