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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숄더 Sep 16. 2024

번민 가득한 중생이었습니다.

서로의 존재가 위안이 되길

사례 1)

A사 매장을 관리하던 시절, 직원들에게 해야 할 일을 지시하고 퇴근했다. 다음날 출근했을 때, 직원들이 지시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을 보고 화가 났다. 그래서 그들을 불러서 왜 지시를 따르지 않았느냐고 꾸짖었다.
몇 달 후, 다시 같은 업무를 지시했지만, 이번에도 같은 직원이 자기 마음대로 일을 처리했다. 당시 나는 그 직원이 제멋대로이고 일을 대충 한다고 생각해 그를 미워했다.
그 이후, 나는 퇴사했고 그 직원은 다른 부서로 이동하게 되었다. 놀랍게도, 그가 이동한 새로운 부서에서는 상사에게 많은 사랑을 받으며 잘 지내고 있었다.

사례 2)

K사에서 근무할 당시, 나는 다가오는 사람들에 대해 경계심을 가졌다. 그중 한 분은 나보다 나이와 경력이 많았고, 조직 내에서 두루두루 잘 지내는 인싸였다. 하지만 나는 그분을 신뢰할 수 없어서 벽을 치고 거리를 두었다.
입사 초기, 그분은 나를 많이 챙겨주었지만, 평소 험담을 하는 모습을 보았기에 그 무리에 끼고 싶지 않았다. 험담을 하는 사람을 싫어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왜 다른 사람들은 그분을 좋아하고 따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사례 3)

또 다른 분은 팀장임에도 불구하고 일을 잘 모르는 직원을 하대했다. 같은 사무실에 소속된 신입사원은 자주 혼이 났다. 팀장으로서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고, 나는 저 팀에 절대 들어가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은 그 팀장과 친하게 지내고 있었다. 인성이 별로인 것 같았는데, 왜 그와 잘 지내는 거지?


이는 지극히 저의 시선으로 쓴 글입니다. 제 시선에서 그들은 다 나쁘고 별로인 사람들이었어요.

(그러나 가까이 지내지 않았으므로 그들이 가진 장점까지 알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저는 사람들과 원활한 관계를 원하면서도, 타인에게 벽을 쳤습니다. 사소한 단점이 보이거나 나와 조금만 달라도 불편해하며 거리를 뒀죠. 그들의 말이나 행동에 불만이 생기면, 저는 항상 “왜”라는 의문이 떠올랐습니다. 왜 저렇게 말을 하지? 왜 저렇게 행동하지? 왜 하라는 대로 안 하는 거야? 왜 이해를 못 해? 이런 “왜”라는 질문이 해답을 찾는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인간관계에서는 독이 되었어요.


그동안 사람들이 다가오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저의 오만함이 문제였습니다. 나와 다른 이들의 말과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고, 왜라는 의문을 반복하며 판단에만 의존했던 거죠. 이러한 태도는 제 오류의 주된 원인이었어요. 이제야 비로소, 제가 좁은 세상에서 살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깨닫게 된 계기는 결혼이었습니다.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은 피하면 됐지만 배우자는 피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난관을 헤쳐나가야 했습니다.


저와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30년 넘게 살아온 그에게  제 기준을 강요했습니다.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어요. 문제는 제게 옳은 일이 상대방에게도 꼭 옳은 일은 아니라는 거예요. 또한 아무리 옳은 일이라고 해도 남편의 100%를 바꿀 수는 없었습니다. 저는 타협을 해야 했어요. 어느 선까지 타협할 것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했고 기준을 무너뜨리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용납되지 않는 행위를 그대로 지켜봐야 한다는 것. 지금까지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어요. 그리고 제가 왜 기준을 낮춰야 하는지를 받아들이기 힘들더라고요.


그때 이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저자는 성공적인 직장 생활을 접고, 명상을 통해 불교의 길로 들어섭니다. 이 책은 그가 명상을 통해 깨달은 내면의 평화, 직감의 중요성, 그리고 삶의 본질에 대해 다룹니다. 저자는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겸손한 태도가 우리의 삶을 더욱 유연하게 만들며,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중요한 덕목이라고 강조합니다. 명상과 성찰을 통해 얻게 된 지혜를 바탕으로, 우리는 삶의 여러 문제들을 좀 더 온화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저자는 완벽함보다는 불완전함을 받아들이고, 현재를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 책은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더 나은 길을 찾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따뜻한 조언을 전합니다.


저자를 통해 나의 오만함을 인정하고 타인을 바라보는 유연한 시각을 갖게 되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존중과 배려가 무엇인지 어설프게나마 이해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잠시 과거를 빌려오겠습니다.

저는 자라면서 존중과 배려를 충분히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아버지는 실패에 대해 관대하지 않았고, 새엄마는 자신의 의견과 요구를 우선시하며 제 상황에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아플 때도 설거지를 해야 했고, 집안일에 부족함이 있을 경우 혼이 나곤 했습니다. 또한, 제 애착 원피스는 친척들에게 주어졌고, 먹는 문제로 비난을 받았으며, 그림 그리기와 같은 개인적인 취미를 허락받지 못했습니다. 제 감정과 생각은 종종 무시되었고, 부모님의 기준은 일관되지 않았습니다. 이로 인해 계속해서 혼나는 상황이 반복되었습니다.



우리가 그간에 길러진 방식,
그동안 경험한 것들,
이 세상에 태어날 때 타고난 것들,
우리가 속한 문화와 환경
그리고 인생 여정에서 마주치는
메시지들의 영향을 받아 형성됩니다.
생각 또한 그 산물일 뿐입니다.

어쩌면 내가 옳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부모님의 기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이라도 다르면 엄격한 잣대를 들이 되는 것. 내가 수용받지 못한 만큼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사실까지도 말이죠.


이제는 스스로의 한계를 인식하고, 내 생각을 무조건 믿지 말고 환경이 심어준 타인의 생각일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생각과 행동을 판단하지 말고, 단순히 인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존중은 서로의 차이를 받아들이는 것이며, 그 차이를 인정하되, 나와 맞지 않으면 꼭 함께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 개념을 이해하고 나니, 마음의 평화를 얻었습니다. 더 이상 타인의 말과 행동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불편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어요. 돌이켜보면 저와 맞는 사람을 찾으려고 노력한 적은 없고, 다가오는 사람과 관계를 맺으려 했더라고요. 그러니 나와 맞는 사람을 만날 확률이 적었던 거죠.


그러나 이제는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과 교류하며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교육장에서 만난 사람들과 모임을 만들고 주기적으로 교류하며, 적당한 거리에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소수의 가까운 친구들과 깊은 유대감을 나누고 있으므로 만족합니다.


남들이 우리를 있는 그대로 받아준다고 느끼면, 우리 또한 남들을 더 너그럽게 대하기 쉽습니다. 주변을 더 공감하는 자세로 관찰하고 또 그들과 소통하며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우리가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그리하여 모두 본연의 모습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허락할 때 인생은 크게 달라집니다.


우리가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않을 때, 삶은 훨씬 더 평화롭고 풍요로워질 수 있습니다. 자기 자신과 타인을 존중하며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 진정한 소통의 시작입니다. 서로 다른 점을 이해하고,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진심으로 연결될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가세요. 그렇게 할 때, 인생의 질이 크게 개선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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