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주인은 나
내 나이 열아홉. 고3이었고, 어느 대학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던 시기였다. 학원을 다니지 않았지만 열심히 공부했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런데 부모님은 “그냥 전문대나 졸업하고 빨리 취직해라”라고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게다가 부모님이 지정한 과 외에는 학비나 어떠한 비용도 전혀 지원해주지 않겠다고 못 박으셨다. 그동안 쏟아부은 노력과 시간들이 억울했고, 부모님의 말에 대한 반항심이 치밀어 올랐다. 결국 홧김에 수시 원서를 넣었고, 결국 자퇴를 하게 되었다. 이후로 줄곧 후회만 남았다. ‘내가 홧김에 지원하지 않았더라면? 자퇴하지 않았더라면? 내 삶은 달라졌을까?’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지금은 성공의 길이 다양하고, 재능이나 나이와 상관없이 자기 길을 개척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런데 나는 여전히 부모님을 탓했다. 그때 그 결정을 바꾸지 못했던 어린 나를 원망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돌이켜보면, 홧김에 원서를 넣은 것도 결국 저의 선택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만약 공부를 선택했다 해도 원하는 인생을 살았을 거라고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현재가 불안하기 때문에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고 탓했던 것입니다. 이제야 저는 과거를 새롭게 해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라는 책을 읽어보셨나요?
이 소설은 저자 매트 헤이그의 작품으로, 주인공 노라가 어느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고 다른 삶으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이 책을 읽으며 저도 간절히 바랐습니다. '나도 이렇게 새로운 삶을 살아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말이죠.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란 걸 알면서도, 한편으로는 바랐습니다. 여러분도 그런 적 있지 않나요? 후회와 미련 때문에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노라는 삶의 여러 가지 후회들 때문에 힘들어하며, 자신의 존재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느낍니다. 그녀는 삶의 모든 선택들이 잘못되었고, 자신이 사라지는 편이 모두에게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어느 날,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라는 도서관에서 엘름 부인을 만나게 됩니다. 이 도서관에는 그녀가 하지 않은 선택들, 다른 삶의 가능성이 담긴 책들이 가득합니다. 노라는 여기서 자신이 후회했던 순간으로 돌아가, 다른 선택을 했을 때의 삶을 살아보게 되죠.
그러나 노라는 곧 깨닫게 됩니다. 자신이 후회했던 그 삶도, 상상했던 것과 다르다는 것을요.
결국, 내가 아쉬워했던 선택들이 더 나은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닫게 되는 거죠.
사람의 삶에는 무수히 많은 결말이 있어.
노라의 이야기는 제게 큰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삶이 더 나았을 것이라는 착각." 어쩌면 더 나쁜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고, 새로운 후회가 생겼을 수도 있죠.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때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것, 그리고 지금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물 안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세상은 늘 이분법적입니다. 흑과 백, 정답과 오답만 보이죠.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후회 대신 더 넓은 시야로, 더 많은 것들을 알아가자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어딘가에서 후회하느라 시간을 허비하고 있진 않나요?
지금도 후회와 자책 속에 갇혀 있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나를 괴롭히는 건 결국 나 자신뿐이라는 걸 알면서도 자꾸 후회하게 되더군요. 하지만 여러분, 기억하세요. 나를 사랑하고 아낄 사람은 나밖에 없어요. 내 삶의 주인은 바로 나입니다. 우리의 선택은 그 순간 최선이었고, 지금 우리가 할 일은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는 대신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