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받지 못한 기억
나는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조용히 분위기를 살폈다. 새엄마는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고, 나는 그녀의 눈치를 보며 TV를 켰다. 평소 같았으면 티브이를 끄라고 소리를 질렀을 텐데, 오늘은 조용했다. 나는 잠시 안심하며 TV를 보고 있었지만, 이내 그녀가 다가와 TV 코드를 뽑으며 화를 냈다. 익숙한 일었이지만, 여전히 나는 그녀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다. 나는 분노와 서운함이 섞인 감정을 뒤로한 채 방으로 들어갔다.
속상한 마음에 눈물이 흘렀다. 내가 뭘 잘못했기에 이런 고난을 겪어야 하나. 납득이 안 되는 순간들의 연속이었다.
나는 마음대로 울 수도 없었다. 그녀는 방 문을 열고 우는 나를 또 한 번 다그쳤다. 아마 아빠가 오실 시간이 되어서 그랬던 것 같다. 나는 이불 속에 들어가 소리 없이 눈물만 뚝뚝 흘렸다. 그리고 억눌린 감정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급하게 삼키려다 체하기로 한 듯 가슴이 답답해서 몇 번이나 주먹으로 두드렸다.
나는 사람들이 그냥 하는 말, 나를 캐내려는 질문,
돌려서 하는 말을 인식하지 못해 곧이곧대로 대답하고 나중에 후회한다. 나는 상대의 말에 숨은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고 표면적인 단어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그냥 단순하게 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서로 솔직하게 얘기하고 아니면 말고.
“네가 피곤하잖아~/ 나 안 피곤한데?”
나중에야 알았다. 나를 배려하는 것 같지만 본인이 귀찮고 피곤하다는 것을.
-너는 왜 그렇게 이기적이니?
-너 키우기 힘들다
-너는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