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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들 Jul 14. 2024

Casa Lució

정통 마드릴레뇨의 손맛이 궁금하다면

마드리드의 도심, 센트로, 그중에서도 관광객에게 제일 인기있고 붐비는 곳은 아무래도 솔광장과 마요르 광장이다. 이곳에서 아주 약간 벗어나면 마드리드 현지인들이 꾸준히 사랑해 온 오래된 맛집 골목이 있다. 지하철 역으로는 5호선 La Latina 근처. 재개발 이전 오래된 맛집이 많았다던 피맛골이나, 힙지로와 함께 공존하고 있는 오랜 맛집들이 숨어있는 을지로 종로와 같은 구역이랄까. 마드리드의 오래된 맛집거리 Cava Baja와 Cava Alta, 이곳에 오늘의 식당이 있다.


프랑스에 미슐랭 가이드가 있다면, 스페인에는 정유회사 Repsol에서 운영하는 Sol 가이드가 있다. 솔광장의 그 Sol, 스페인은 태양의 나라답게 점수도 별이 아니라 해 하나 둘 세 개다. La Guía de Repsol(랩솔 가이드)에 소개된 식당은 sol을 받았다고 해서 늘 엄청 비싸거나 고급 식당인 것은 아니다. 스페인 음식에 자부심을 가지고, 스페인 요리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평가위원들이 다양한 기준으로 평가한 이 가이드는 합리적 가격의 맛집부터 창의적인 스페인 퓨전 요리, 다국적 요리들을 소개한다.


Lució의 집이라는 오늘의 식당은 쏠 하나를 받은 곳이다. 1974년부터 영업을 해 온 이곳은, 양복을 잘 차려입은 베테랑 웨이터의 안내부터 시작된다. 생각보다 깊고 넓은 클래식한 스페인 식당의 내부 특징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이 식당은, 아마도 젊은 시절부터 단골이실 듯한 잘 차려입은 할머니 할아버지들 뿐만 아니라 가족이나 친구 단위의 손님들로 늘 북적인다. 언어가 어려운 외지 관광객들에게 홈페이지를 통한 예약이 어렵다는 것은 단점일지 모르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식당답게 예약과 간단한 응대, 메뉴는 영어로도 제공되니 쫄지 말자!


클래식한 입구가 매력적인 까사 루씨오

예약을 하지 못하고 방문하게 되었을 경우에도 운이 좋다면 바 자리 정도는 비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 베테랑 바텐더가 써는 하몬(참고로 이곳은 스페인 최고의 하몬 브랜드 중 하나인 씽코 호따스(5J’s)의 하몬을 서빙한다)과 맥주를 따라내는 손놀림을 구경하는 것도 제법 재미있는 경험일 것이다.


샐러드부터 육류, 해산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메뉴를 잘 조리하는 맛집이지만, 이곳에서 먹어봐야 할 아주 의외의 메뉴를 꼽자면 바로 미트볼이다.


스페인식 미트볼


스페인의 미트볼, albóndigas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토마토 베이스의 소스를 끼얹은 스타일도 아니고, 고

기의 식감도 포슬포슬 잘 살아있는 편이다. 갈색이기도 하고 약간 투명한 붉은색이기도 한 이 소스는 사실, 화이트와인을 베이스로 하여 만든다고 한다. 스페인만의 맛이 잘 살아있는 음식이니, 꼭 이 식당이 아니더라도 기회가 되면 꼭 맛보길 바란다. 어느 곳에서든 괜찮긴 하지만 최고의 음식! 이런 건 아니라 시킬 생각은 없었는데, 주인아주머니가 정말 맛있다며 추천하셨고, 그만큼 맛있기도 했다.


다른 음식은 한국인 여행자들에게도 소소하게 유명한 소꼬리찜, rabo de toro이다. 오랜 시간 푹 익힌 소꼬리찜은 간장을 쓰지 않았을 뿐 우리의 입맛에도 매우 잘 맞는 감칠맛을 선사한다. 다양한 메뉴와 두루 잘 어울리는 스페인의 두툼한 와인 리스트와 추천에 도움을 주실 좋은 서버들이 함께하니 스페인 음식과 잘 맞는 Luis Cañas나 유명한 와인메이커인 Remelluri 아저씨의 와인과 함께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스페인식 소꼬리찜, rabo de toro


Casa Lució https://casalucio.e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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