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zorla
안달루시아의 해물 요리를 맛보고 싶다면
당연한 말이지만, 해물요리를 잘하는 곳은 아무래도 바닷가가 인접한 곳 되시겠다. 이베리아 반도를 둘러싼 대양과 잔잔한 바다가 고루 맞닿아 있는 스페인은 신선한 해산물의 축복을 받은 땅이라 할 만하며, 이들만큼 다양한 해산물을 맛있게 조리하는 서방국가는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스페인은 해산물에 강한 나라다. 얼음 위에 떡하니 누워 있던 아귀나, 아귀 간만 따로 모아서 파는 모습, 수십가지 종류의 새우/가재 종류와 이름도 모를 다양한 생선은 보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마트나 생선 가게에서 머리와 꼬리는 육수 내게 따로 담으라 하고, 취향에 따라 토막도 내고 비늘만 제거한 채 통으로 달라고도 하는 손님들과 활기 넘치게 생선을 손질하는 가득한 모습은, 분명 한국의 수산시장을 떠올리게 하는 구석이 있다. 해산물 요리로 유명한 곳은 크게 북부의 갈리시아, 그리고 남부의 안달루시아 지방으로, 해산물 전문 식당들은 종종 이 두 식당 중 하나의 스타일을 내걸고 있다.
오늘 소개할 Cazorla는 한국인에게도 유명한 Alhambra 궁전이 있는 그라나다, 아찔한 다리와 경관을 자랑하는 Ronda, 아름다운 해변을 가진 Málaga 등을 아우르는 크고 풍요로운 남부지방, 안달루시아 식당이다. 특히 안달루시아의 해산물 요리는 튀김의 정수라 할 수 있는데, 신선하고 맛있는 해산물을 잘 굽고 찌고 조리해 내는 것으로 모자라, 신발 밑창을 가지고 해도 맛있을 거라는 튀김을 한다니, 이건 아무래도 실패하기가 어려운 조합일 거다.
왼쪽이 chipirones, 오른쪽은 이날 물이 좋다고 추천받은 붉은새우(gambas rojas)Cazorla는 마드리드 이곳저곳에 지점을 가지고 있는 식당인데, 내가 가 본 지점들은 다 음식이 괜찮았기에 지점차에 의한 문제는 아마도 없지 싶다. 추천하는 메뉴는 제법 다양하지만 결국 신선한 원재료 맛을 잘 살리는 것이 중요한 음식들이기에, 본인의 취향에 맞춰서 주문하시면 되겠다. 일단 Cazorla 뿐만 아니라 스페인 어느 식당에서든 맛있는 gambas blancas(흰새우로 손가락 정도 길이의 중새우 정도 크기인데 정말 달고 맛있다) 구이를 한국인에게 익숙한 메뉴인 gambas al ajillo(감바스 알 아히요)보다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스페인 본토의 감바스 알 아히요는 마늘 한쪽 새우 한쪽 함께 얹어 먹어줘야 하는 마늘의 민족에게 마늘의 양과 향이 상대적으로 아쉽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에, 에어비앤비와 같이 주방을 사용할 수 있는 숙소에 묵을 경우 스페인의 맛있는 새우를 사서 취향에 맞게 조리해 먹는 편이 훨씬 좋을 것이라 생각된다. 앞서 말한 맛있는 튀김류 중에서는 boquerones(보케로네스, 생멸치)와 chopitos(쵸피토스, 꼴뚜기 정도 크기의 오징어)가 별미다. 보통 반반(a mitad) 섞어서 주문도 가능하니 맛보시는 것도 추천. 더 익숙하고 안전한 맛을 원할 경우 안달루시아 식의 calamares(오징어튀김) 혹은 chipirones a la plancha(총알오징어 구이)를 추천한다. 많은 식당에서 팔지만 한국인들은 보통 시도해보지 않았을 것은 바로 ventresca con tomate라는 샐러드인데, 이 식당에서도 맛있었지만 다른 곳에서 보신다면 한 번쯤 시도해 보시길. 보통 아주 맛있는 토마토에 병/캔조림 한 참치뱃살, 양파 혹은 샬럿에 케이퍼, 양질의 올리브유를 아주 듬뿍 뿌려 나오는 이 샐러드는, 정말 재료가 모든 요리를 다 한다는 평가를 하게 만드는 메뉴이다.
술을 즐긴다면, 파란 병 색이 인상적인 알바리뇨(Albariño) 품종의 Mar de Frades나, 한국에서 구하기 어려운 고데요(Godello) 품종의 화이트 와인을 곁들이길 추천한다. 산미가 높고 해산물과 궁합이 잘 맞는 지역의 와인들인 데다, 시중가와 식당가에 거의 차이가 없다는 점은 스페인 외식의 아주 큰 매력 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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