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시절

남산 뱀

by 이의준평택

*남산에 살던 시절에는 뱀을 종종 보았다. 원래 그때는 뱀이 많았던 건지, 아니면 남산에 유독 뱀이 많았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하루에 한두 번은 심심치 않게 뱀을 마주쳤다.

남산에서는 부업으로 닭과 돼지를 키웠는데, 형들은 가끔 뱀을 잡으면 돼지우리 안으로 던져 넣고 돼지가 어떻게 하는지 구경을 하곤 했다.


돼지는 살갗에 지방이 두껍게 발달해 있어 뱀이 물어도 독이 스며들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인지 돼지는 뱀을 보면 곧바로 물어 죽이고, 아무렇지 않게 뱀을 먹어 치웠다. 장닭들 또한 웬만한 뱀은 부리로 쪼아 죽여 버렸다.

마땅한 놀이거리가 없던 시절, 형들은 그런 모습을 보며 산속에서의 무료함을 달랬다.


어느 날 닷째 형이 콩밭에서 잡초를 뽑다 뱀 가족을 본 모양이었다. 형은 하던 일을 멈추고 뱀을 쫓았다. 큰 뱀이 이리저리 도망을 치자 그 뒤로 새끼 뱀들이 줄지어 따라갔다. 형은 큰 뱀은 포기하고 새끼 뱀 한 마리를 잡아내게 보여 주었다.

커다란 닷째 형의 손에서 벗어나려 버둥대는 새끼 뱀을 보자 왠지 모르게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그냥 놔줘.”

내가 시큰둥해하자 형은 이내 수풀 속에 뱀을 놓아주었다.

그날 저녁 무렵, 돼지 밥을 주려고 두엄간의 돼지감자 넝쿨을 번쩍 드는 순간 손에 따끔한 통증이 느껴졌다. 손을 들어 상처를 살펴보는데, 두엄간 구석으로 시커먼 무언가가 스르르 기어 들어갔다. 뱀인 것 같았다.

나는 손을 높이 들고 형에게 달려갔다.


“형, 나 뱀한테 물린 것 같아.”

형은 물린 자국을 보자며 상처를 들여다보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고는 독이 퍼지지 않게 끈으로 손을 묶고, 상처에 입을 대고 피를 빨아냈다.


나는 독사에게 물린 건지, 이러다 죽는 건 아닌지 겁이 나 징징거렸다. 한참이 지나 형이 어지럽냐고 물었고, 괜찮다고 하자 물뱀인 것 같다며 묶었던 끈을 풀어 주었다.


그리고 우리는 나란히 마루턱에 앉아 참외를 먹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파란 하늘은 서서히 붉은 노을로 물들고 있었다.


*남산 어릴 적 부모님이 4-5년간 개간을 하면서 지내던 천안시 직산면 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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