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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로 Jan 26. 2023

새해 목표는 그날의 감정 표현이다.

풍선을 날려 보내자.

작가의 서랍에 글이 쌓인다. 글은 쓰이지만 완성되지 않고 있다. 아이디어가 떠올라 후다닥 적고 나면 어느 순간 막힌다. 그러다 보니 반절 이상 써 내린 글은 많지만 등록된 글은 많지 않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발행하기로 했던 혼자만의 약속은 쉬이 지켜지지 않는다. 약속을 어긴 죄책감을 덜고 싶어인지 생각 없이 끄적이기로 한다.


첫 문단을 적고 나니 목표와 계획에 대해서 돌이켜보게 된다. 매년 1월 1일. 텅 빈 종이 위 적히는 것들은 새해라는 이벤트가 낳은 감정의 결과일 때가 많다. 새해라는 이벤트가 도파민을 뿜어댄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감정에 취해 목표를 적어 내린다. 작심삼일, 대대손손 내려져오는 4글자는 매년 1월 3일이 되면 '역시, 내가 무슨'이라는 생각과 함께 머리와 마음을 관통한다.


30살부터 지금까지 약 5년, 매년 1월 1일마다 금연과 영어공부는 항상 스케쥴러 첫 줄에 적힌다. 금연은 3일을 넘긴 적이 없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아직까지 지켜지고 있다. 유지하는 나름의 방법을 만들었다. 바로 슬로건이다. 고작 금연한 지 3주지만 흡연자는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알 것이다. 금연의 가장 큰 적은 습관이다. 아침에 눈 떠서, 흔히 말하는 식후땡, 그리고 술 마시는 날.. 그럴 때마다 머릿속으로, 입 밖으로 이렇게 생각하고 내뱉는다. "다른 건 몰라도 금연은.." 신기하게도 이 한 문장이 3주간 금연을 성공하게 했다. 앞으로 이 마법의 주문은 효과가 점점 줄어들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큰 효과를 경험하고 있다. 다른 9가지의 목표는 버려도 금연 하나만은 성공하겠다는 마음이니까.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설사 중간에 목표를 그만두더라도 계속 도전한다면 언젠간 꼭 이뤄낼 것이다. 왜냐하면 그때부터는 새해라는 이벤트가 낳은 감정의 결과가 아닌 굳은 결심이 될 테니까. 내년 1월 1일에는 다른 건 몰라도 금연은 다시 등장하지 않길 바라본다.


나의 또 다른 목표들. 사업 시작, 책 100권 읽기, 유튜브 시작, 운영하고 있는 페이스북 커뮤니티 (외국인&한국인 커뮤니티) 5천 명 달성 (1달 만에 천 명이 됐다.), 브런치 매거진, 브런치 북 각 1개 완성, 외국인과 소통할 정도로 영어공부, 다이어트 10kg (매달 1kg) 등. 지키기 어려워 보이는 이 많은 목표들과 2023년을 살아보고자 한다. 여기까지 쓰다 보니 문득 내 성격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나는 거창한 목표와 계획을 세운다. 더군다나 많은 종류로 말이다. 달성하는 게 많지는 않다. 그래도 많은 것을 경험하는 것은 장점이 된다.


나의 꿈과 목표는 풍선 같다. 나는 항상 풍선을 날려 보내지 못한다. 쓸데없는 걱정과 완벽주의가 풍선을 날릴 수 없게 한다. 채워진 공기 그러니까 완성되진 않았지만 목표를 이루기 위해 경험한 과정과 결과에 만족하지 못한다. 그 상태에서도 얼마든지 날아갈 수 있는 풍선을 날려보지도 않고 공기를 빼버린다. 공기가 가득 차야만 날 수 있는 것은 아닌데도 말이다. 그래서 새로운 다짐을 해본다. 공기를 가득 채우지 않고 일단 날려보는 것이다. 날아가지 못한다면 공기를 더 채워 날려 보내면 된다.  


꿈과 목표에 궁극적 목적은 두 개 인 것 같다. 사업을 시작하는 것, 그리고 건강해지는 것. 사업이라는 풍선은 2023년 꼭 한 번 날려보고 싶다. 아주 작은 사업이라도 말이다. 날아갈지 떨어질지는 몰라도 꼭 날려 보내고 싶다. 100번이 떨어져도 101번째 날아갈지 모르니 포기는 안 하려 한다.


새해라는 특별한 날의 감정으로 많은 목표와 계획을 세워봤을 것이다. 만약 작심삼일로 끊어졌을지라도, 2023년이 끝나는 날까지 작심삼일이 100번 지속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꺼내보았으면 한다. 우리는 생각하는 대로 살 수 있다. 이 글을 보는 사람들이 그렇게 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바쁘다는 핑계로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걸 미루던 내가, 이번을 계기로 다시 글을 계속 올리길 바라본다. 처음 브런치 작가가 됐을 때 뿜어져 나오던 도파민을 생각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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