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목표는 그날의 감정 표현이다.
풍선을 날려 보내자.
작가의 서랍에 글이 쌓인다. 글은 쓰이지만 완성되지 않고 있다. 아이디어가 떠올라 후다닥 적고 나면 어느 순간 막힌다. 그러다 보니 반절 이상 써 내린 글은 많지만 등록된 글은 많지 않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발행하기로 했던 혼자만의 약속은 쉬이 지켜지지 않는다. 약속을 어긴 죄책감을 덜고 싶어인지 생각 없이 끄적이기로 한다.
첫 문단을 적고 나니 목표와 계획에 대해서 돌이켜보게 된다. 매년 1월 1일. 텅 빈 종이 위 적히는 것들은 새해라는 이벤트가 낳은 감정의 결과일 때가 많다. 새해라는 이벤트가 도파민을 뿜어댄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감정에 취해 목표를 적어 내린다. 작심삼일, 대대손손 내려져오는 4글자는 매년 1월 3일이 되면 '역시, 내가 무슨'이라는 생각과 함께 머리와 마음을 관통한다.
30살부터 지금까지 약 5년, 매년 1월 1일마다 금연과 영어공부는 항상 스케쥴러 첫 줄에 적힌다. 금연은 3일을 넘긴 적이 없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아직까지 지켜지고 있다. 유지하는 나름의 방법을 만들었다. 바로 슬로건이다. 고작 금연한 지 3주지만 흡연자는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알 것이다. 금연의 가장 큰 적은 습관이다. 아침에 눈 떠서, 흔히 말하는 식후땡, 그리고 술 마시는 날.. 그럴 때마다 머릿속으로, 입 밖으로 이렇게 생각하고 내뱉는다. "다른 건 몰라도 금연은.." 신기하게도 이 한 문장이 3주간 금연을 성공하게 했다. 앞으로 이 마법의 주문은 효과가 점점 줄어들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큰 효과를 경험하고 있다. 다른 9가지의 목표는 버려도 금연 하나만은 성공하겠다는 마음이니까.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설사 중간에 목표를 그만두더라도 계속 도전한다면 언젠간 꼭 이뤄낼 것이다. 왜냐하면 그때부터는 새해라는 이벤트가 낳은 감정의 결과가 아닌 굳은 결심이 될 테니까. 내년 1월 1일에는 다른 건 몰라도 금연은 다시 등장하지 않길 바라본다.
나의 또 다른 목표들. 사업 시작, 책 100권 읽기, 유튜브 시작, 운영하고 있는 페이스북 커뮤니티 (외국인&한국인 커뮤니티) 5천 명 달성 (1달 만에 천 명이 됐다.), 브런치 매거진, 브런치 북 각 1개 완성, 외국인과 소통할 정도로 영어공부, 다이어트 10kg (매달 1kg) 등. 지키기 어려워 보이는 이 많은 목표들과 2023년을 살아보고자 한다. 여기까지 쓰다 보니 문득 내 성격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나는 거창한 목표와 계획을 세운다. 더군다나 많은 종류로 말이다. 달성하는 게 많지는 않다. 그래도 많은 것을 경험하는 것은 장점이 된다.
나의 꿈과 목표는 풍선 같다. 나는 항상 풍선을 날려 보내지 못한다. 쓸데없는 걱정과 완벽주의가 풍선을 날릴 수 없게 한다. 채워진 공기 그러니까 완성되진 않았지만 목표를 이루기 위해 경험한 과정과 결과에 만족하지 못한다. 그 상태에서도 얼마든지 날아갈 수 있는 풍선을 날려보지도 않고 공기를 빼버린다. 공기가 가득 차야만 날 수 있는 것은 아닌데도 말이다. 그래서 새로운 다짐을 해본다. 공기를 가득 채우지 않고 일단 날려보는 것이다. 날아가지 못한다면 공기를 더 채워 날려 보내면 된다.
나의 꿈과 목표에 궁극적 목적은 두 개 인 것 같다. 사업을 시작하는 것, 그리고 건강해지는 것. 사업이라는 풍선은 2023년 꼭 한 번 날려보고 싶다. 아주 작은 사업이라도 말이다. 날아갈지 떨어질지는 몰라도 꼭 날려 보내고 싶다. 100번이 떨어져도 101번째 날아갈지 모르니 포기는 안 하려 한다.
새해라는 특별한 날의 감정으로 많은 목표와 계획을 세워봤을 것이다. 만약 작심삼일로 끊어졌을지라도, 2023년이 끝나는 날까지 작심삼일이 100번 지속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꺼내보았으면 한다. 우리는 생각하는 대로 살 수 있다. 이 글을 보는 사람들이 그렇게 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바쁘다는 핑계로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걸 미루던 내가, 이번을 계기로 다시 글을 계속 올리길 바라본다. 처음 브런치 작가가 됐을 때 뿜어져 나오던 도파민을 생각하면서 말이다.